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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ug 23. 2021

이곳은 회사인가, 식당인가? 여섯 번째 이야기

무슨돼지껍데기까지제주에서 공수해 먹냐고? 알고 나면 그럴 수밖에~

이번에 돼지껍데기 요리를 배운 후론 어떤 식당에서도 돼지껍데기를 사 먹을 일은 없어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도에서 공수한 흑돼지와 깨끗이 면도가 된 껍데기가 먹음직스럽다. 돼지껍데기 한 팩에 3천 원이라고 하면 믿을까? 나야말로 설마 설마 했다. 한 팩이라고 했지만 돌돌 말린 돼지껍데기가 열 개가 넘는다. 보통 식당 가서 돼지껍데기를 주문하면 두 장에 1인분으로 못 해도 만 원은 넘는다. 대충 따지면 한 장에 삼백 원짜리 돼지껍데기 두 장의 원가 600원인데 폭리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나 싶었다. 그리하여 나는 평생 돼지껍데기를 사 먹을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만 것이다. 최근 돼지껍데기 맛집을 두 곳 찾아 뒀는데 맛은 맛이고 가격 때문에 어지럼증이 느껴졌다.



양이 너무 많아서 이 집 저 집 나누고 세 팩만 냉장실과 냉동실로 보내졌다. 흑돼지 오겹살은 점심에 먹는 걸로... 그런데 술안주로나 먹던 돼지껍데기가 반찬으로도 이용될 거라고 하니 만감이 교차했다. 술안주가 반찬으로 올라왔으니 소주를 까야 하나? 흑흑~ 회사에서 소주병을 까는 건 위험한 발상이다.


이것도 수육처럼 끓여야 할 것 같아서 내가 평소에 쓰는 재료를 넣었다. 참다래 넝쿨과 라벤더, 레몬그라스를 투하시켰고 이번엔 추가로 제주도 조릿대 새싹 말린 걸 다시백에 담아 넣었다. 이건 뭐 보약이나 다름없게 생겼다.



돼지껍데기 한 팩을 꺼내 일단 폴폴 삶아내는 것부터 시작이다. 이것 역시 처음 해보는 요리라 묘한 호기심이 생겼다. 직접 만들어 먹는 돼지껍데기 요리는 얼마나 맛있을까? 



오전 9시 30분부터 삶기 시작해 한 시간 넘게 걸렸다. 중간에 물을 보충해 더 삶았다. 푹푹 삶아 젓가락이 느낌 없이 꽂힐 정도가 된 걸 확인하고 삶는 걸 중단하고 다음 작업이 시작됐다.



너무 뜨거워 그릇에 담은 상태로 식혔다. 삼십 분 정도 식힌 후에 보니 돼지껍데기 색깔이 맛깔스럽게 변해 있었다. 도마 위에 올리고 무작위로 자르기 시작했다. 모양 같은 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보통 식당에서는 한 판째로 불판에 굽지만 매콤한 반찬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나중엔 양념을 해서 구워 먹는 걸 시도해 봐야겠다.



중간 과정의 사진이 없다. 정말 별 거 없이 버무려졌다. 양념이 된 재료는 다음과 같다.

- 다진 마늘

- 매운 고추장

- 참기름

- 참깨

끝!

다음엔 다진 청양고추를 넣어 좀 더 매콤하게 만들어서 먹었는데 술안주로 짱이더라는.



좀 더 식힌 후 이 상태로 접시에 담아 점심식사 차림이 되었다. 따듯할 땐 야들야들한 식감이고 식으면 쫀득한 식감이다. 취향에 따라먹으면 될 것 같은데 난 야들야들한 게 더 좋은 것 같았다. 



절반 남은 건 집으로 포장되어 운송됐다. 그날 밤 술안주가 된 것이다. 사진에 보다시피 통마늘과 청양고추가 추가되었다. 이 대단한 요리의 원가는 대체 얼마나 될까? 3천 원 정도 되려나? 식당에서 판다면 8만 원은 될 것 같다.

제주도에서 돼지껍데기를 자주 공수하게 될 것 같다. 참! 이거 먹고 다음날 자전거를 타니 체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콜라겐이 풍부해서 그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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