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으로 글 쓰기
사진 한 장에는 엄청난 이야기가 담겨있다.
물리적으로 본 사진은 겨우 평면적인 2차원에 불과하지만 시공간의 개념을 넘어 기억과 상상을 넘나드는 5차원의 의미를 가진다.
스쳐간 사랑도 있을 것이고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지인과의 추억이 남아있을 수도 있다.
심하게 다투거나 피해를 준 사람이 포함되어 있어 꺼내보기도 싫은 사진일 수도 있다.
사진이 가진 능력은 시시각각 다른 기억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고 해도 될 것 같다.
10년 전에 보았던 사진과 지금 보는 사진은 다른 시공간의 기억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왜곡된 진실이 드러났을 수도 있고 그 사람과의 관계가 틀어졌을 수도 있다.
그게 꼭 타인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10년 전의 나는 지금의 나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외모의 문제가 아니다.
정신적 성장이 있었을 수도 있고 당시 자신의 모습을 지워버리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사진을 5차원적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을 말하는 3차원에다 시간을 더한 4차원, 거기에 생각이 간여된 5차원이 완성된 것이다.
흘러간 시간 사이에 사진 한 장을 두고 글을 써둔 게 있다면 전혀 상반된 표현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 소설 중 <오래된 집, 이음>은 사진도 아닌 기억 속에 남아있던 동인천 신포동의 월미산 근처에서 보았던 오래된 일본식 목조주택을 두고 쓴 글이다.
잘 쓰고 못 쓰고의 문제를 떠나 한 컷의 이미지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저 집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았을까?
몇십 년 동안 여러 가족들이 살지는 않았을까?
집을 팔고 떠난 가족들은 다른 가족들이 누군지 알고는 있을까?
그들의 추억이 켜켜이 쌓인 집이 다른 사람들로 인해 지워진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이런 호기심에서 미스터리 로맨스 소설 <오래된 집, 이음>이 태어난 거다.
'이음'이라는 단어는 뜻 그대로 '잇는다'라는 개념이다.
집을 통해 어떤 이야기가 이어진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겠다.
반세기 이상 된 목조주택에 이사 온 신혼부부가 집에 숨겨진 일기장을 발견하면서 그동안 살았던 가족들과 함께 미스터리를 공유하다 어떤 이유로 인해 실제 만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다.
우습지만 주택 사진도 아닌 머릿속에 남았던 이미지 하나만 가지고 소설을 썼다.
집필 기간은 불과 일주일이었다.
소설의 줄거리는 내 호기심으로 인해 이미 완성되어 있었고 그저 가족들을 설정하고 그들의 일상에 살 붙이기를 해서 이야기를 완성했다.
가장 힘들었던 건 가족 구성원의 이야기를 꾸며내는 것이었다.
한번 글 속에 빠져들고 나니 내가 글을 쓰는 건지 누가 불러주는 걸 받아 적기 하는 건지 모를 지경이었다.
에필로그는 제주도 바닷가 카페에서 완성했다.
글 쓰면서 울기도 많이 울고 퇴고하면서도 여러 번 울었다.
물론 바닷가 카페에서 에필로그 쓰고 또 울었다.
그래서인지 그 소설엔 미련이 참 많다.
자전거 소설 <로드바이크> 1편과 2편을 쓴 지 무려 6개월이 지난 것 같다.
요즘은 소설 쓰기를 게을리한다.
성격상 몰아붙이는 편인데 그럴 만한 심적인 여유가 없는 거다.
봉준호 감독의 유명한 투자 브리핑 이야기가 생각난다.
영화 <괴물>의 투자제안서는 달랑 사진 두 장이었다고 한다.
한강 사진 한 장과 괴물 사진 한 장이다.
그는 두 장의 사진에 자신의 상상력을 첨가했다.
영화는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글쓰기는 상상이다. 글쓰기는 생각의 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