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저작물이 무단으로 사용됐다는 걸 알면서

내로남불이 따로 없다

by 루파고

내 저작물 몇 개는 지금도 넓디넓은 인터넷의 바다 위에 주인도 모른 채 둥둥 떠 다니고 있다.

글 하나는 모 작가가 내 글을 조사 하나만 끼워 넣어 책을 발간했고 수년간 그의 이름이 달린 채 있다.

그걸 모르고 지낸 몇 년...

이 사실을 알고 화가 난 나는 그의 블로그를 찾아 그 글에 댓글을 달았으나 다른 행위를 하면서도 내 질문엔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답이 없자 최신 글에도 재차 같은 질문을 했으나 역시 묵묵부답이다.


이 외에도 내겐 소송까지 진행된 두 개의 저작물이 있다.

원래 다섯 건이었는데 세 건은 용서하고 넘어갔다.

용서하고 넘어간 세 건 들 중 한 건은 지자체였다는 것이 황당하긴 하지만...

나는 민원을 제기했는데 답이 없자 한 번 더 민원을 제기했다.

화가 치밀어 오를 무렵 마침 해당 관청 공보 부처 주무관에게서 식사를 하자며 연락이 왔다.

자리엔 문제의 부서 담당과장이 함께 나왔고 지인의 부탁에 할 수 없이 넉넉한 마음으로 용서했다.

또 하나는 지자체에서 내 저작물과 비슷한 걸 제작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사기업이 비슷하게 라는 표현을 어찌 받아들였는지 그대로 카피해서 납품해 문제가 됐었다.

다른 저작물들도 우연히 발견한 것이지만 이 건은 황당하게도 내가 매일 다니는 길에 버젓이 게시되어 있었기에 알게 된 것이다.

공적인 분야에 쓰였기에 처음엔 좋게 끝내려 했지만 담당 공무원과 사기업 대표는 서로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해 시간만 끌고 있었다. 난 초심을 지우고 당연히 전량 회수 조치시켰다.

마지막 하나는 지인에 의해 벌어진 사건이었는데 뻔히 저작물인 것을 알면서도 대가 수정하여 인쇄물로 제작해 공기업에 납품을 한 사실을 알게 됐다.

당 공기업 임원들 역시 내 저작물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 납품을 받았다는 사실에 격분하여 전량 폐기조치시켰다.

적지 않은 금액이라 집까지 찾아와 통사정을 했지만 난 용서하지 않았다.

지인이 그랬다는 것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태도 역시 문제였다.

새로 만든 것인데 뭐가 문제가 되느냐고 말이다.

하지만 그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

난 이미 대기업 변리사를 통해 내 저작물의 카피 재생본이 원작과의 저작권 연관성을 갖는지 상담받은 상황이었다.

재밌는 건 유명 논문들 중 잘 쓰지 않는 용어들을 고의적으로 스펠링 오류를 넣는 등의 함정을 만든다고 들었다.

황당하지만 내 저작물에는 내가 귀찮아서 수정하지 않았던 중대한 오류가 있었는데 그 오류마저 그대로 갖다 썼으니 피해 갈 틈이 있을 리 없었던 거다.


소송까지 이어진 건 두 개인데...

역시 그들의 자세가 문제였다.

처음엔 발뺌이고 다음은 협상이고 마지막은 용서를 구하는 거다.

처음부터 용서를 구하면 서로 피곤한 일 없고 좋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인데 괜히 일만 크게 벌이는 거다.

대기업 하청업체가 한 번 있었고, 모 유명 출판사에서도 그랬다.

알 만한 조직이 그러니 더욱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 외에도 개인들이 운영하는 블로그, 카페 등은 물론 영리를 취하는 사이트, 카페 등은 말할 것도 없다.

너무 많아 세어볼 순 없지만 모르긴 해도 수만 건은 될 것 같다.

어처구니가 없는 건 분명 저작물 하단에 저작권이 있음을 표기해 두었건만 그걸 봤는지 못 봤는지 스스럼없이 사용하고 있다는 거다.


이 외에도 인지하고 있는 몇 가지가 있고 의심스러운 것도 있지만 별로 개의치 않기로 했다.


그런데 이쯤 되고 보니 나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난 과연 타인의 저작물에 합당한 보상을 하며 사용하고 있었는지 말이다.

어릴 땐 게임을 복사해 사용했고, 각종 해적판 소프트웨어를 PC에 깔아 사용했고, 언론사 기사들을 무단으로 복사해 게시했고, 인터넷에 떠다니는 서체를 다운로드하여 사용했다.

나는 얼마나 떳떳하단 말인가?

내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양심이 있는 걸까?

그 문제와 이 문제는 다르다고 선을 가를 수도 없는 거다.

내로남불이 따로 없는 문제 아닌가?




난 돈 몇 푼 때문에 양심에 거리끼는 불법을 자행하고 살면서도 내 저작물의 권리만 챙기려 하는 꼴을 보니 꼭 누구 같다는 생각이 들어 부끄럽고 더럽단 생각이 들었다.

그들을 옹호하는 자들은 자신의 치부가 부끄럽지 않은 걸까?

나를 빗대 묘한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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