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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Sep 24. 2021

제주,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만날 수 있는 해돋이

이번 추석 땐 새벽 해창 낚시를 다니기 시작했다.
해창이란 단어의 뜻을 알게 된 날, 나는 옛 제주도 사람들의 시적 표현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창이란 해가 창에 걸릴 때를 말한다.

제주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은 해창이란 단어를 흔히 쓰는 편이지만 그 외 사람들에겐 생소한 단어일 거다.

아무튼 난 아침 해창 낚시를 다니면 제주의 아름다움에 홀딱 반해버리고 말았다.


태풍 찬바가 지나간 후 첫 새벽 해창 낚시를 나왔다. 거친 바람과 파도가 높아 낚시가 쉽진 않았지만 약간은 두려움이 느껴질 정도로 스산한 새벽 바다의 무게가 느껴졌다. 이 날은 낚시에 정신을 빼앗겨 해돋이를 촬영하지 못했지만 아무튼 장관을 만났다.



이건 종달리 포인트에서 우도 뒤로 떠오르는 태양을 촬영한 거다. 갤럭시 폴드로 촬영한 거다. 이젠 스마트폰으로도 이런 사진이 촬영될 정도니 세상 정말 좋아졌단 생각이 든다.


내가 주로 다니는 낚시 포인트 세 곳은 각기 다른 풍경으로 안구를 시원하게 해 주는데 특히 이번 명절엔 전엔 볼 수 없었던 선물이 쏟아졌다.

이틀 연속 오십여 마리는 될 것으로 보이는 돌고래 가족이 낚시하는 내내 앞을 오가며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을 선사한 것이다.



돌고래 떼가 두어 시간 근처를 배회해서 물고기들이 숨어버린 탓에 낚시가 쉽지 않았지만 이런 풍경로 만족할 수 있었다.


새벽 낚시를 다니면서 제주에서 부지런을 떨면 볼 수 있었던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제법 많이 있었다는 것 기억해 냈다.

230km에 달하는 제주도 당일치기 자전거 일주를 하기 위해 해가 뜨기 전에 집에서 나와 페달을 밟으며 만난 멋진 제주의 모습도 여러 번 사진에 담았다.

제주가 익숙해지기 전에는 어떻게든 제주의 아름다움을 눈에 담기 위해 분주하게 몸을 움직였던 난데, 요즘은 부쩍 게을러지고 말았다.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이런 멋진 풍경을 선물 받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많이 잡아먹는다 했던가?

부지런하지 않으면 절대 볼 수 없는 제주의 아름다움을 게으른 나그네들은 알 수 없을 거다.





이 사진은 서울로 돌아오기 이틀 전 광치기 해변에서 촬영한 해남이 사진이다.

구좌 일대에 오름오름 솟아오른 오름들이 뜨겁게 달궈진 태양을 뒤로 감추는 듯하다.

부지런하지 않아도 이런 풍경을 만날 순 있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제주의 기상 때문에 운도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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