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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pr 15. 2023

혹시나 역시나의 역학관계

설마?

세상은 왜 우리의 바람과 달리 말대로 이뤄질까?


'설마'는 '그럼 그렇지'라는 말과 대치되고

'혹시나' 하는 마음은 '역시나' 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비즈니스에선 이런 상황을 역이용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에게 작용하는 이런 아이러니한 역학관계를 잘 이해하면 실패에서 조금은 벗어난 길을 달릴 수 있을 수도 있다.

'설마'라는 생각을 품었다는 건 스스로 인정하기 싫은 실패의 실마리를 인지하고 있다는 말일 게다.

'혹시나'하는 마음은 '설마'보다는 좀 더 짙은 실마리의 흔적이다.


사전에선 두 단어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설마 : 그럴 리는 없겠지만. 부정적인 추측을 강조할 때 쓴다.

혹시 : 짐작대로 어쩌면, 어쩌다가 우연히, '혹시'는 한자어 '或是'이다.


'혹시'는 '설마'와 비슷한 결을 타지만 '짐작대로 어쩌면'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해석 그대로 짐짓 잘못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충분히 인지한 상태인 것이다.

단어 가지고 장난치는 느낌도 없지 않지만 어쨌건 두 단어 모두 예상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두고 있을 때 쓰는 단어인 거다.

세상에 100% 성공에 이르는 길은 있을 수 없을 거다.

단 1%의 실패 가능성이 보인다면 그것을 돌파할 방법을 미리 예견하고 방지하는 게 비즈니스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 할지라도 실패 가능성을 모른 척할 경우 그 1%가 발목을 잡고 실패의 구렁으로 끌고 갈지도 모를 일이다.


난 기억 속 지난 실패들에서 그 1%를 무시했다가 낭패를 당한 경우를 숫하게 긁어볼 수 있었다.

앞으로도 실패 없는 일은 없겠지만 실패 가능성을 지워갈 수 있는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다시 비슷한 힘들고 어려웠던 경험을 맛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 그렇지', '역시나' 같은 단어를 곱씹고 싶지 않다면 노력이 답이다.




토요일 비 내리는 아침에 블루마운틴 드립커피 한 잔 놓고 짧은 글쓰기를 한다.

이런 날 숲 속에서 타프를 때리는 얇은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독서라도 하면 좋겠건만 그놈의 1%가 끝내 날 책상 앞에 끌어다 앉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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