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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pr 20. 2023

인생은 누군가를 만나기 전과 만난 후로 나뉜다

살면서 나를 거쳐간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스마트폰 속 연락처를 보면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저장되어 있지만 성격 상 먼저 연락하며 살갑게 소식 전하며 사는 스타일이 아니라 평소 연락하며 지내는 사람들이라 봐야 기껏 이삼십 명 정도뿐이다.

그렇다면 업무상이든 우연이든 간에 그 많은 사람들이 나를 스쳐 지나갔다는 건데 내가 기억하는 사람과 나를 기억하는 사람의 수가 대등할까 싶은 의구심이 들었다.

때론 필요에 의해, 목적에 의해 만난 사람도 있을 거다.

그저 단순하게 업무로 인해 만났다가 더 이상의 연이 닿지 않아 거기서 끝나버린 사람도 있다.

그런데 최근 재미있는 일이 하나 있었다.

윗 분께서 명함 하나를 주시며 연락처를 저장해 두라고 하셔서 전화번호를 누르는데 이미 저장되어 있는 번호였다.

대체 누굴까?

전혀 기억나지 않는 사람인데 벌써 8년 전에 저장된 번호인 거다.

그런데 상대는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일을 했으며 어떤 이유로 만나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모두 알고 있었다고 한다.

정말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 되어 그가 나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 물어보니 이런 답이 왔다.


"너무 앞서 가서 실패한 사업인데 안타깝더라! 조금만 템포를 늦췄다면 좋았을 텐데~"


그 말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지난 실패들에서 보면 대부분 너무 앞서 가 때를 기다리거나 모험가 마냥 선구자 역할을 하다 망가진 경우가 많았다.

그 실패들을 수업료라고 생각한다면 다시는 하지 말아야 할 텐데 난 지금도 그렇게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료를 더 내야 하는 걸까 싶지만 이제는 나를 다스릴 단단한 버팀목이 있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인생은 누군가를 만나기 전과 만난 후로 나뉜다, 고 난 믿는다.

그 누군가가 누군지를 알기 까지가 어려운 게 인생이지만.




그러고 보니 '우분투'라는 아프리카 인사말이 기억난다.

이미 널리 알려진 거라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의미의 아프리카 인사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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