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쓴 글도 오늘 보면 엿같다
글을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조금씩 늘어가는 게 있다.
다름 아닌 짜증이다.
다음백과에는 이렇게 나온다.
이 말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당나라 시인 가도가 나귀를 타고 가다 "鳥宿池邊樹僧推月下門"('새는 연못가 나무에 자고 중은 달 아래 문을 민다')이라는 시 1수를 떠올리고 '문을 밀다'[推]보다 '두드린다'라고 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하며 걷다가 한유와 마주쳤다.
한유 앞에 불려 간 가도가 사실대로 이야기하자 한유는 '퇴보다 고가 좋겠다'고 하며 가도와 나란히 행차했다.
퇴고에는 첫째, 부가의 원칙으로 쓰려던 것이 잘 쓰였는가 살펴보고 빠진 부분을 보충하는 것, 둘째, 삭제의 원칙으로 거짓이 없는지 살피면서 지나치게 조잡하고 과장된 부분을 빼고 함축시키는 것, 셋째, 구성의 원칙으로 문장 구성과 주제, 전개 양상을 부분적으로 고치는 것 등의 3가지 원칙이 있다. 아울러 전체·부분, 문장·용어·표기법 등을 검토해야 한다.
지금까지 뜻도 모르고 쓰던 말이었다.
역시 정식으로 글쓰기를 배우지 못한 탓이다.
무식이 용감이라 했던가?
어쨌든 나는 무식하게 글을 쓰는 게 맞다.
앞뒤 잴 것도 없다.
앞에 친구 앉혀놓고 떠들듯이 글을 쓴다.
수다쟁이의 글쓰기라고나 할까?
아무튼
이놈의 퇴고 작업을 거치게 되면 항상 스트레스가 치밀어 오른다.
글 쓸 때는 거의 손을 보지 않기 때문에 출판 전에 퇴고라는 걸 하게 되는데
1차, 2차를 거치면서 부끄럽다는 생각을 한다.
어떻게 이딴 글을 썼을 수가 있지?
이런 걸 글이라고 쓴 거야?
남들이 보면 웃겠다.
막된 표현으로 별 거지 같은 글을 다 썼구나 싶다.
글쓰기라는 활동을 했던 지난 3년 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3년 전 다르고 2년 전 다르고 올해 다르다.
물론 내년에 다르고 십 년 후엔 또 쌍욕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부가의 원칙으로 쓰려던 것이 잘 쓰였는가 살펴보고 빠진 부분을 보충하는 것
삭제의 원칙으로 거짓이 없는지 살피면서 지나치게 조잡하고 과장된 부분을 빼고 함축시키는 것
구성의 원칙으로 문장 구성과 주제, 전개 양상을 부분적으로 고치는 것
아울러 전체·부분, 문장·용어·표기법 등을 검토
퇴고에 대해 정리된 부분을 두고 내 상황을 뜯어보면 이렇다.
걸리지 않는 게 하나도 없다.
재미있는 건 중후반부로 들어서면 고칠 게 상당히 적어진다는 것이다.
글쓰기에 집중했다는 증거다.
퇴고하다 보면 내가 썼던 글 속으로 다시 빠져들고 만다.
슬픈 장면이 나오면 또 운다.
미친 거다.
그렇게 허우적거리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 속이 다 후련하다.
문제는 초고 썼을 때처럼 소설 속에서 빠져나오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다.
이렇게 해서 끝이 나면 좋은데
시간이 지나 다시 훑어보면 역시 엉망이다.
그러면 다시 같은 작업을 하게 된다.
내 글쓰기 속도는 가히 벼락같다.
그에 비하면 퇴고 속도는 거북이가 비웃고 지나갈 수준이다.
겨우 글쓰기 3년 차가 돼서야 알게 된 것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얼치기 같은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출판의 세계에 무임승차하려던 나를 돌아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딴 원고를 받아줄 출판사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다행히 1차 퇴고분을 받아보시고 출판해주신 곳이 있었기에 다행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정말 운이 좋아서였다고라고밖에 생각지 않는다.
퇴고!
그건 받아들이겠다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릴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고.
버릴 수 있어야 고쳐 쓸 수 있다.
아마추어에 왕초보인 게 다행이라면 버리는 데 미련이 없다는 거다.
내 글에 자신감이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게슈타포>는 무려 30퍼센트 정도를 버렸다.
정작 버리고자 마음을 먹고 나니 쓸데없이 너저분한 게 많았다.
제 살을 깎는 느낌이라고 누가 그랬던 것 같은데 난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피부에 붙은 불필요한 각질을 털어내듯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이딴 글을 세상에 내놓겠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이 한심하고 불쌍했다.
아직도 어려운 글쓰기.
난 이야기를 써왔었지 글을 쓴 게 아니란 걸 깨우쳤다.
이제 앞으로 뭘 써야 하지?
다행히 출판사 편집장님께서 사부님이 되어주셨다.
"당신의 글은 이런 게 아쉬우니 저런 책을 좀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한마디에 힘을 받아 조금씩 깨우침을 얻고 있다.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말이다.
며칠 지나면 2019년인데
내년에 읽는 내 글은 또 어떤 느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