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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Sep 13. 2019

성산 일출봉의 뒤통수를 보다.

벵에돔 낚시에 그리고 성산 일출봉 뒤편

추석 연휴 내내 벵에돔 낚시에 심취해 보고자 작정하고 내려온 제주.

하지만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대물 벵에돔은 나타나지 않았다.

게다가 바람이 세서 그런지 파도가 높다.

첫날부터 씨알 좋은 독가시치 한 마리가 올라왔다.

손맛은 기가 막히게 좋은데 얼마나 체력이 좋던지 몇 분은 실랑이를 했던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뜰채를 쓰게 됐을 정도니 말이다.



물론 고수들이 보면 웃을 일이지만 나 같은 초짜에겐 대물임에 틀림이 없다.

30센티 넘었으니 나한텐 인생 대물이나 마찬가지다.


바람이 세서 다른 포인트를 찾아다녔지만 역시 내가 다니던 포인트가 제일 만만한 듯했다.



파도 역시 만만치 않았다.



역시 바람이 센 날 종달리 앞바다에는 카이트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장관을 이룬다.






낚시 첫날 벵에돔 전용 낚싯대가 부러졌다.

긴 낚싯대는 달랑 이 놈 하나뿐인데 이번 연휴 내내 뭐 하고 놀아야 하나 고민을 하게 됐다.



하필이면 씨알 좋은 독가시치 두 마리를 쌍걸이로 올렸다.

땅 위에까지 얌전히 올렸는데 갑자기 딱 하는 소리와 함께 두 동강이 난 거다.

하는 수 없이 집에 놀고 있는 민물 낚싯대를 쓰기로 했다.

멀리 던지지 못하고 좀 번거롭기는 해도 낚시하는 데는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추석 당일 오전에도 낚시에 대한 열망을 참지 못하고 성산으로 향했다.

대물을 잡을 거라는 희망만 가지고 나갔지만 독가시치 4마리와 벵에돔 몇 마리가 전부다.

철수하면서 보니 나보다 더 초보인 사람들이 있었다.

추석 연휴를 제주에서 보내려 하는 사람들일 게다.

그중 스쿠터를 타고 여행을 온 20대 정도의 청년은 낚시채비도 할 줄 모르는 그야말로 생초보로 보였다.

마침 물이 덜 빠져 건너편으로 건너가지 못하고 있던 동네 주민 아저씨가 그를 도와주려던 참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사부님으로 모시고 건너편 갈 때 따라가서 배우라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 역시 스승과 제자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여행에 우연을 빼면 재미가 없지 싶다.

제주도 여행에서 좋은 추억을 남겼으면 좋겠다.





집에 기어들어와 점심을 먹고 성산 일출봉을 향했다.


스승과 제자가 된 그들의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일출봉 뒤편 갯바위가 궁금했던 나는 루어 채비를 들고 하염없이 걷기 시작했다.

고산 수월봉 뒤편처럼 웅장한 모습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에도 일제 때 일본군이 파 놓은 동굴이 다수 보였다.

이제야 문화유산이라는 인식이 생겼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하여튼 일본인들이 우리 국토에 몹쓸 짓을 어지간히 많이 했다.



화산 활동으로 솟아오르면서 퇴적층 지질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모습이다.

고산 수월봉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인데 참 신기한 게 서쪽 끝과 동쪽 끝에 멋진 봉들이 있다.



안내 표지판이 없어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모르긴 해도 인공적인 동굴로 보였다.

이것 역시 일제 때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싶었다.



신기할 정도로 기이한 암석들과 화산활동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들.

그리고 나의 의심이지만 일부는 일제 때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해파리들이...



바다강구라고 한다.

떼로 몰려다니는 아이들인데 징그럽지만 이 친구들도 자연의 일부다.



쫄복.

얘들이 잡히기 시작하면 낚시가 잘 안 된다는 증거라고 한다.

물 위로 올라오면 이렇지 않은데 사람 손을 타면 꾹꾹 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렇게 배가 부른다.



웃통 까고 있는 젊은 친구가 스승과 제자 중 제자다.

벵에돔 낚시에 흠뻑 빠져든 모양이었다.

우측 조사님은 잿방어를 잡았는데 거의 다 올라와서 낚싯줄이 터져 버렸다.

성산 일출봉 남쪽에는 이런 곳이 있다.

이곳이 요즘 내가 매일 찾는 낚시 포인트.

그다지 큰 벵에돔은 잡히지 않지만 손맛 즐기기엔 적합하다.

점점 대물을 기대하는 나는 다양한 포인트를 찾아다니려 한다.

부러진 벵에돔 낚싯대는 수리도 해야 한다.

언제쯤 되면 내게도 대물 벵에가 잡혀 주려나.



낚시가 터져 잿방어를 놓쳤는데 보는 내가 더 아쉬웠다.

오늘은 멸치 떼가 많아서 낚시가 어려웠는데 멸치 잡아먹겠다고 잿방어 떼가 들어온 모양이었다.

마침 스승과 제자 중 스승께서 잿방어 한 마리 잡아 두었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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