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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지 못하는 바다

by 루파고

오래전 제주 열풍을 일으켰던 효리네 민박이라는 방송에서

후천적 문제로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 담이라는 여자가 게스트로 초대됐다.


난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가만히 눈을 감았다.

파도소리를 들을 수 없는 바다는 어떤 상실감을 줄까?

선천적인 경우 상상할 수 없겠지만 후천적인 경우엔 처절할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었다.

생각은 파도를 타고 다른 상상을 했다.

파도소리만 들리는 바다라면 어떨까?

아무리 아름다운 바다라도 두려울 수 있지 싶었다.


소리는 기억이고 추억일 수 있다.

처음 듣게 된 소리는 첫 경험이라는 느낌으로 인연이 된다.

시간은 그걸 기억으로 둔갑시킨다.

기억은 다시 시간에 밀려 추억이 되고

추억은 시간이 흘러 흘러 흐릿한 시간 뒤에 숨어버린다.

익숙했던 파도소리는 기억 속에서조차 흩어져 버릴지도 모른다.


만약 파도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다면

과연 지난 추억을 온전하게 꺼낼 수 있을까?

시간 뒤에 영영 숨어버릴지도 모를 파도소리를...


그저 두렵다.

보이며 들리지 않거나

들리며 보이지 않거나

새해니까...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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