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기다림

by 루파고

줄 서는 걸 끔찍하게 싫어하는 나.

줄 서는 게 너무 싫어서 아무리 유명한 맛집이라도, 먼 길을 갔음에도 불구하고 발을 돌렸다.

물론 항상 후회했지만 말이다.

난 기다리는 걸 정말 싫어한다.

죽기보다 싫어할 정도는 아니지만 굳이 기다리면서까지 소유하거나 즐기고 싶지 않다.

게다가 시끄러운 걸 너무 싫어하고 당연히 줄 서는 걸 피한다.

그래서 난, 어린 시절에도 나이트 같은 곳에도 가지 않으려 노력했다.

나라는 인간과는 너무 맞지 않는 장소였던 거다.

그런데 난 요즘 기다림을 즐기고 있다.

기다림은 묘한 거다.

이유, 목적, 목표에 따라 다른 것 같다.

난 최근 펜팔이란 걸 시작했다.

펜팔은 아날로그 하며, 구시대적 유물 같으면서도 감성이 가득 묻어있고, 진심이 글에 녹아 있고, 가슴이 설레게 하고, 상상력을 극대화시키며, 기분이 좋게 하고, 없던 호기심을 자극하며, 끝내 그것들 때문에 기다림이라는 깊은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는다.

늦게... 많이 늦게 시작한 펜팔은 가슴을 뛰게 했다.

솔직함이라는 걸 글로 옮기는 과정, 호기심이라는 걸 글로 옮기는 과정, 관심이란 마음을 글로 옮기는 과정, 미래라는 걸 글로 옮긴 현실이 펜팔이라는 오랜 통신수단에 녹아있다는 걸 새로이 느꼈다.

오래간만에 내 심장이 뛰는 걸 느꼈다.

거친 운동에 느껴지는 심박과는 다른 느낌이다.

재밌고 즐거운 과정이다.

내게 아직도 순수함이 있었다는 걸 새삼 느끼고, 온갖 스트레스를 녹일 수 있는 그 땡땡이란 걸 기대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변화라는 건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게 한다.

역시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내 주변은 물론 세상 역시 변하지 않는다.

세상은 그대로다.

내가 변해야 세상이 변한 것처럼 보이는 거다, 라는 새로운 진리를 깨우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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