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한 편을 쓰기 위한 공부
출판을 앞두고 퇴고작업 중인 미스터리 소설이 한 편 있다.
이 소설을 쓰기 위해 공부한 분야는 아니지만
어쨌거나 공부한 내용을 소설에다 대입해 넣었다.
나는 의학도가 아니다.
물론 의학관계자들이 내 글을 보면 개그 하냐 하겠지만.
나름 열심히 공부한 내용이다.
소설에서 요긴하게 아주 자알 써먹었다.
이제 절반 정도 정리하고 있는데 아마 출판 전에 한번 더 보게 될 거다.
표현이 좀 그렇지만 소설 속의 어떤 소재를 잡으면 거기 푹 빠져야 한다.
용어 하나부터 이론, 실무적인 부분까지 세세하게 알지 못하면 사실성이 떨어진다.
우리가 잘 알고있는 <미생>같은 웹툰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사실성이 밑받침되었기 때문이다.
바둑과 인간관계의 절묘한 조합이 마치 전라도식 김치속에 말도 안될 것만 같은 젓갈이 들어가서 기똥찬 맛을 내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내 글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
아래는 <짜가 : 아라비녹실란> 이라는 소설 중 일부다.
이거 읽으면서 머리 지진날 수도 있다.
이야기의 흐름에 맞춰 딱 적절한 위치에 있어야 할 이 놈이 생뚱맞게 떨어져 나와 여기 툭 처박혀 있으니 뭔 소린가 할 테니까.
아무튼 이 글의 주제를 다시 언급하자면 이런 머리 터지는 내용이 적절히 잘 버무려지면 독자 입장에서는 소설도 읽고 잡지식도 늘어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거다.
웹소설처럼 줄내림 작업을 해서 올린다.
왜? 원래대로 보면 눈에 피로도가 높으니까.
그렇지 않아도 머리 지진날 판에 말이다.
자정이 다 된 시간에 괜찮은 블로그 하나를 발견했다.
기초적인 정보가 많아서 이해를 돕는 데 도움이 되었다.
대여섯 시간 동안 그 블로그에서 죽치고 있었던 것 같다.
굳이 다른 곳을 헤매고 다닐 필요가 없었다.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내용들로 가득했다.
알면 보인다는 말을 실감하게 했다.
블로그는 국내의 상장기업 한 곳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NK세포의 활성도를 조사하여 수치로 보여주는 의료기기를 개발한 것으로 상장했다.
NK세포의 수는 의미가 없다.
활성도가 높아야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NK세포가 면역세포 중 가장 강력하다는 건 이미 논문을 통해서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해가 쉬웠다. NK세포가 아라비녹실란의 의해 활성된다는 것도 블로그에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었다.
문제는 아라비녹실란이라는 성분은 화학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발아현미에도 극미량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미식이나 발아현미식을 한다 하더라도 인체에 영향을 끼칠 정도의 양을 섭취하기 어렵다고 피력했다.
나는 곧장 블로그 주인에게 이메일을 발송했다.
한 손으로 워드를 치는 게 쉽지 않아 단문으로 간단하게 보냈다.
만나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영어 문장 곳곳에서 한국인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나는 온라인 상에서 이은규로 활동해야만 했다.
차라리 갈비오빠로 계정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그는 아라비녹실란에 대해 서양의학을 기준으로 두면서도 동양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한국에서의 아라비녹실란은 좀 다른 구석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제시의 설명과 이 블로그의 내용은 상당히 일치했다.
아라비녹실란은 복합다당체다.
복합다당체라는 단어를 이해하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
친절하게도 블로그 주인은 인터넷 사전을 링크해 두었다.
위키피디아라는 처음 보는 사이트였다.
복합다당체는 단당류가 복수로 결합된 물질이다.
아라비녹실란은 5탄당인 아라비노스와 자일로스가 결합된 물질이다.
생물학과 화학에 대한 기반 지식이 없는 내게는 모든 단어들이 어색했다.
진짜 나였다면 정확히 알고 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해서 안타깝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당류 중 5탄당은 몇 가지 없다고 한다.
두 가지의 5탄당이 결합된 것은 아라비녹실란이 유일한 것 같다.
5탄당이란 탄소분자 5개가 결합된 구조의 당류라는 뜻이다.
자일로스는 자일리톨 껌에도 들어있는 성분이라고 했다.
내가 자일리톨 껌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것도 신기하다.
하필 그런 쓸데없는 건 기억하는 걸까?
아무튼 아라비녹실란이라는 성분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NK세포는 20년 전에 처음 발견된 이래 지금까지도 연구중이라고 한다.
사람 몸에는 호중구, 대식세포, T세포, Killer-T세포 등 다양한 세포가 있는데 면역에 대한 부분에 있어 T, killer-T, 대식세포 등이 있다.
그 중 NK세포는 세포 중의 특공대라는 비유를 하고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NK세포를 가지고 태어나는데 그 수는 중요하지 않다.
다른 세포들과는 달리 NK세포는 아라비녹실란에 의해 자극을 받아 활성화되는데 체내에 아라비녹실란이 부족하면 활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즉, 아라비녹실란을 체내에 주입시켜야 하는데 이것을 주입하는 방법과 이것을 생산하는 기술이 문제라고 했다.
어떤 기업체는 NK세포를 배양, 주입하는 시술을 해서 상장까지 한 경우도 있었고 현재는 국내에서는 불법시술로 막혀있어 일본이 독보적이라고 한다.
심지어는 말기암 환자들이 일본까지 원정시술을 다닌다고 한다.
완치율이 높아 이미 암환자들 사이에서는 알려질 만큼 알려졌지만 국내에서는 법적인 제약이 있어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그 원천기술은 한국에 있다는 것이다.
아라비녹실란은 제약으로도 개발되어 있다.
최초로 미국에서 아라비녹실란 제제를 판매한 적이 있었는데 알 수 없는 이유로 판매가 금지됐다.
현재는 일본의 모 제약회사에서 비슷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시가 설명해준 대로 쌀겨에서 추출하는 방법을 쓰고 있지만 극미량에 불과하다.
아라비녹실란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양의 쌀겨가 필요하다.
게다가 벼에 함유된 농약 성분도 문제다.
일본 기업에서 가지고 있던 특허는 2018년 완전 소멸됐다.
2년 연장까지 끝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설비와 원재료 대비 생산가격이 문제다.
그래서 면역제제인 아라비녹실란은 암환자들 사이에 매우 비싼 가격에 유통되고 있다.
논문에 기재된 투약규모로 아라비녹실란을 섭취하려면 한 달에 수백만 원 정도를 섭취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에는 모 기업에서 원재료만 수입해서 다른 것과 섞어 사용하고 있으며 약품은 수입되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 의료계는 자가면역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주사나 약제 복용을 통한 즉각적인 반응에 길들여져 있는 것도 문제라고 한다.
과학, 생물학, 의학계에서는 아라비녹실란의 효능이 검증된 상황이다.
심지어는 건선 등 피부염과 다이어트, 숙취 등 다양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른바 만병통치약이나 마찬가지니 사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는 전 인류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될 시기가 머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프로테오믹스에 이은 글리코믹스까지 막대한 연구자금이 투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유전자지도를 그려내고 나면 모든 병을 고칠 것처럼 주장했던 게놈프로젝트로 알려진 지노믹스에서보다 두 단계 더 발전된 학문이다.
특히 글리코믹스는 자가면역에 관한 분야이며 인간의 식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계의 생물학적 쾌거라고 했다.
자가면역이라는 것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의 주장으로는 인체의 병은 자가치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글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전혀 과학도나 의학도 같지 않은 블로그의 타이틀이다.
『개도 병에 걸리면 밥을 굶고 풀을 뜯어먹는다! 하물며 인간은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