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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Mar 21. 2022

48.유명한 제주돼지를 다시 만나는 로컬식당, 태선갈비

20년 넘게 제주도민의 맛집으로 여전한 군더더기 없는 맛의 등갈비 전문점

이 집을 가게 된 건 아주 우연이었다. 지난번 갔었던 만부정복집으로 향하던 중 태선갈비 진입로를 지나치다 목적지를 변경하게 된 건 제주도민 아닌 제주도민 덕분이었다. 어떻게든 제주도 로컬 식당을 찾아다니는 내게 제안한 제주도민들의 등갈비 맛집... 이미 난 몇 주 전부터 양념갈비와 등갈비 맛집을 은근히 고려하던 중이었기에 목적지를 수정하는 데 일 초의 고민도 필요 없었다.

구제주에 위치한 태선식당은 타일로 미감 된 건물 외관에서부터 오래된 티가 팍팍 나고 있었다. 저녁식사 시간이 다 되어가는 때라 골목은 이미 고소한 갈비 냄새로 점령당한 상태였다. 벌써부터 침샘에 침이 도는 걸 느꼈다.




실내 역시 오래된 인테리어인데 묘한 건 일반 고깃집과는 달리 비릿한 돼지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거다. 왠지 줄을 서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홀엔 손님이 많지 않았는데 잠시 후 내가 운이 좋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만약 20분만 늦게 왔어도 자리가 없었을 것 같았다. 아무튼 운이 좋긴 억수로 좋은 날인 거다.



내가 들어섰을 때만 해도 이런 한적함이 지속될 줄 알았다. 마침 주말인 데다 저녁 시간이 가까워 왔음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별로 없었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오래된 식당이란 건 식당 곳곳에서 풍겨지고 있었다.



우선 등갈비 소금구이를 주문했다. 3인분을 주문하니 뼈가 붙은 등갈비 한 줄과 뼈가 없는 등갈비 두 줄이 나왔다. 두 부위 다 맛있지만 아무래도 등갈비는 뜯는 재미가 있을 건데 아쉬움이 없진 않았다. 다만 살코기가 더 많은 부분이 있으니 나름의 만족도가 있을 법도 했다. 등갈비를 자세히 보니 아주 신선한 녀석이 분명했다. 이건 역대급 품질이라는 확신이 들었을 정도니까. 모슬포 상원가든을 떠올리게 만드는 수준이었다.



처음엔 주문을 잘못 넣어서 양념갈비가 나왔다. 일단 두 가지 사진은 다 촬영했지만 양념갈비는 취소하고 다시 주문했다. 우린 등갈비를 목적으로 했으니 양해를 구하고 다시 주문을 넣었다.



요건 서울에서도 너무 자주 먹는 녀석이지만 서비스로 주니 안 먹을 수는 없는 일... ㅎㅎ

돼지껍데기가 비주얼이 좋다. 하지만 이건 3번 선수일 뿐. 일단 등갈비가 우선이다.



일단 두 줄을 올리고 굽기 시작했다. 요즘 잘 보이지 않는 구이 석쇠인데 살이 눌어붙지 않아 좋은 그릴이다. 이게 안쪽에 물이 흐르는 구조였던가 싶다. 언젠가 설명을 들은 적이 있는 제품인데 아무튼... 고기 굽기엔 이거보다 좋은 게 흔치 않은 것 같다.



기본 상차림은 이렇다. 기본에 충실한 식당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사실 등갈비가 냄새도 안 나고 너무 맛있어서 찬류는 거의 손도 안 댔던 것 같다. 그저 고기 맛에 취해버린 탓이다.




어차피 소금구이 다 굽고 양념갈비를 굽겠지만 어쨌든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양념 등갈비가 나왔다. 이것도 역시 뼈 붙은 거 한 줄, 살만 있는 거 한 줄이 나왔다.



제주도민 서프로님과 함께 즐거운 술자리가 시작됐다. 여기 술병은 안 보이지만 왼쪽에 술병들이 가지런히 줄을 서고 있었다는 것.

역시 제주에선 이게 중요하다.


한라산 노지 줍서~


제주도에는 전기 소주와 노지 소주가 있다. 의미는 냉장고에 들어간 놈이냐 아닌 놈이냐 차이다. 한라산은 역시 실온에 마시면 훨씬 맛있다는 사실을 육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아무튼 제주 사람처럼 보이고 싶으면 노지 줍서~ 하면 된다는... ㅋㅋ



본격적으로 굽고, 자르고, 입에 넣고, 씹고, 육즙 빨아먹고, 삼키고, 소주 한 잔 들이켜고 다시 리바이벌하는 과정이 지속된다. 소금구이는 약간의 간이 되어 딱히 뭘 찍어 먹을 필요가 없다. 이게 참 기가 막히는 게, 지금까지 먹어본 등갈비 중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20년 넘게 제주도민의 사랑을 받은 이유가 분명했다. 맛에 진심인, 본연의 맛에 충실한 녀석이었다.



이제 드디어 양념갈비. 이건 사실 더 잘 구울 수 있었는데 웃고 떠드느라 조금 탔다. 아쉽지만... 그래도 맛만 있더라는. 나머지 살코기만 있는 한 줄은 어떻게 먹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진정으로 맛집이라 아니할 수 있는 방법이 없더라는...



나오는 길에 명함이 있어 집어왔다. 본점과 일도점이 있다고 하는데 난 본점에 다녀온 거다.

요즘은 제주 집에 자주 내려가지 못해서 언제 또 갈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또 내려가면 한두 번은 더 갈 것 같다. 집에서 너무 멀어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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