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릅 융단 폭격이 시작됐다.
여기저기서 두릅이 날아온다.
이 글을 쓰는 오늘도 제주집에서 보낸 두릅이 도착했다.
한참 등산에 미쳐 살았을 땐, 산에서 두릅 좀 꺾어다 먹었지 싶다.
고사리 같은 건 관심도 없었고 그저 더덕과 두릅이 내 타깃이었다.
요즘엔 직접 꺾으러 다닐 시간이 없어서 그저 여기저기서 보내주는 두릅으로 봄을 만끽하게 됐지만 두릅 꺾는 재미가 없어 아쉽기만 하다.
이번에는 나무 두릅과 땅두릅이 따로 도착했는데 아무래도 내겐 땅두릅보다 일반 두릅이 더 맞는 것 같다.
두릅 양이 많아서 한 번에 데칠 수 없었다. 이런 식으로 네 번이나 데쳐야 했으니 말이다. 생두릅을 여기저기 나눠 주고도 이 정도니 어쩜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시골 같으면 가마솥에 물 끓여서 한 번에 끝낼 일인데...
정말 많기도 하여라.
사무실로 손님들이 며칠 제법 줄기차게 이어졌는데 이 녀석이 제 몫을 든든히 한 것 같다.
몽땅 데쳐 놓으니 양이 어마어마하다.
두릅 꼬다리만 해도 장난 아니다.
어떻게 사진을 찍어도 찬란한 빛깔 때문에 먹음직스럽다.
당장 초고추장 찍어 맛을 봐야만 하건만...
아직 할 일이 남았다.
땅두릅도 데쳐야 하니...
양이 많으니 일도 많다.
땅두릅은 며칠 묵혔더니 끝부분이 조금 변색됐다.
아쉽다.
두 가지 두릅을 가지런히 올려두고 소주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하지만 결국 몇 잔 마시지 못했다.
혼자 마시는 소주가 맛이 있을 리가 있나?
이거 먹으려고 초고추장까지 만들었건만...
이건 땅두릅이 도착한 날 촬영해 둔 사진이다.
이렇게 싱싱할 때 맛보지 않은 게 안타깝다.
그땐 먹을 게 너무 많아서 두릅까지 갈 순서가 아니었다.
생물 미더덕이 잔뜩 올라와서 그것부터 처치해야 했으니까.
이건 제주도에 있는 서프로님이 내 비밀의 장소에서 두릅을 꺾으며 촬영해서 보내준 사진이다.
올핸 저 근처에도 못 가보고, 며느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그 비밀의 두릅 밭을 공유했다.
누군가 잘 먹으면 좋은 일이니까.
잠깐이면 이 정도.
내년엔 내 손을 다시 거치리라 다짐해 본다.
난 지금 다시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업무 때문에 가는 거라 두릅이니 고사리니 쳐다볼 여유가 없지만 말이다.
아쉬움은 이 사진으로 극복하기로 하고 8시 30분 비행기는 이륙을 알리는 방송을 한다.
이 글도 공항에서 후다닥.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