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고 있는 감자 해결
제주도에서 올라온 감자 두 상자가 썩어가고 있는 걸 알고 부랴부랴 꺼내 버릴 건 버리고 성한 건 씻어서 두었다. 그렇게 며칠 동안 감자를 노려보며 이것들을 어떻게 먹어치워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삶아?
구워?
감자 샐러드를 만들어?
감자전?
감자조림?
된장찌개에 감자를 무더기로 투하?
사실 감자로 할 수 있는 건 많지만 딱히 먹고 싶은 건 없었다.
별의별 고민을 다 하다가 오래전 웨지감자 만들어 먹던 기억이 나서 후다닥 한 그릇 만들어 봤는데 몇 가지 놓친 부분이 있어 가루치즈를 주문해서 정식으로 다시 만들어 봤다.
일단 감자를 엣지 나게 잘라서 반쯤 삶은 후 잘 말려야 한다.
여기까지가 1차 작업.
키친타월로 닦으면 되겠지만 난 햇볕 잘 드는 창가에 두고 자연스럽게 말렸다.
대충 마른 감자를 스텐볼에 넣으면 작업 준비 완료.
일단 통후추를 마구 뿌려준다.
이건 그야말로 취향껏 뿌리는 게 핵심이다.
후추 싫어하는 사람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후추는 그야말로 향신료의 지존 아닌가?
후추 때문에 세상이 변했을 정도니까 말이다.
압착올리브유를 적당량 뿌리고~
이거 하겠다고 주문한 가루치즈를 무자비하게 뿌려준다.
사 먹는 것보다 돈이 더 드는 느낌은 뭘까?
바질만 뿌리면 좋겠는데 내가 가진 건 이것뿐이라 이것도 닥치는 대로 뿌린다.
하여튼 내 요리는 뭐든 다 대충 눈대중이다.
요리 전문으로 하는 분들 보면 한 꼬집, 작은 스푼 하나~ 뭐 이런 식인데 난 그렇게 요리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소금도 적당량 뿌리고 고기 구울 때 뿌리는 허브솔트도 대충 털어 넣는다.
내 요리는 그냥 감이다.
언제나 간도 안 보는 요리. ㅎㅎ
대나무 주걱으로 마구 휘저어 준다.
이게 양이 많은 건지 작은 건지 모른다.
다 구워 봐야 알 일!
오븐에 녀석들을 꽂아 넣은 뒤 20분 정도 돌려준다.
온도 같은 건 신경 쓰지 않는다.
복불복이라고 타면 어쩔 수 없다.
올리브 오일이 지글거리며 감자가 익어가는 게 보인다.
일단 일 좀 보고 오면 다 되어 있겠지 싶은 마음으로 주방을 떴다.
이런 건 후사를 걱정하면 안 된다.
자잘한 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요리를 망치니까.
짜잔!!
이렇게 해서 20분 만에 웨지감자가 구워졌다.
몇 개는 바닥이 조금 타서 쓰레기로 분리됐다.
맛은 아주 죠오타!
약간 매운맛도 나고 짭조름하니 좋은데 인스타그램에 올려두니 맥주 안주라는 얘기부터 나오더라.
오늘은 그냥 간식 삼아 만든 건데.
내일은 감자 가지고 뭘 만들어 먹나...
처리해야 할 감자가 아직 한 상자 더 남았다.
감자에 싹이 나서 곧 있으면 가위바위보 해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