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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부엌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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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May 06. 2022

들어는 봤나?
벵에돔들깨사골생미역국

제주에서 뜯어 온 여린 미역과 낚시로 잡은 벵에돔의 조합?

요즘 뭘 해도 계획이 없다.

사실 지금 쓰는 이 글도 쓸 계획이 없었는데 막상 미역국을 끓이면서 부산 오복미역에서 먹었던 가자미미역국이 생각났고 냉장고 안에 비슷한 거 없나 싶어서 기억을 굴리다 떠올린 벵에돔을 꺼내면서 글 쓰기를 시작했다. 어쩌면 그보다 전날 숙취 때문에 해장이 목표였지 다른 목적이 없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생미역 사진이 없어서 안타깝지만 귀찮음이란 녀석의 무게감이 엄청나다. 냉장고 안에 손질한 생미역이 있는데 그걸 꺼내 사진 찍을 생각을 하지 못하는 거다. 지금이라도? ㅎㅎ



냉장고 안에는 손질해서 얼려 둔 벵에돔이 열 마리 정도 있다. 그중 두 마리를 꺼내 미역국에 퐁당 담갔다. 지금까지의 과정은 글로 남겨 본다.

1. 미역을 잘 씻어 먹기 좋은 사이즈로 잘게 썬다.

2. 눈대중으로 들깨를 투척한다.

3. 멸치액젓을 살짝 붓는다.

4. 간 마늘을 적당량 넣는다.

5. 말린 표고버섯 가루를 들이붓는다.

6. 30분 이상 끓인다. (물을 많이 붓고 거의 졸이는 수준)



꽁꽁 얼었던 벵에돔이 미역국 안에 들어가니 해동이 되면서 방금 잡아넣은 놈처럼 늘어졌다. 역시 돔은 돔이다. 살이 얼마나 단단한지 생물을 넣은 것 같다. 서울에선 귀한 대접을 받는 벵에돔이지만 제주 가서 낚시 제대로 하면 수십 마리는 잡는다. 그러고 보니 올핸 너무 바빠서 낚시도 거의 못 했다. 어쨌든 올핸 글렀다. 어쩌면 냉동실에 있는 벵에돔으로 2022년을 버텨야 할 지도..



이 만능 그릇에 미역국을 퍼 넣고 벵에돔 한 마리를 넣었다. 비주얼이 영 엉망이지만 맛은 기가 막힌다.



잘 익은 벵에돔을 접시에 덜어 뼈를 발라내고 쪼개어 넣었다. 벵에돔은 뼈가 억세서 잘못 먹으면 큰일 난다. 해장이 되는 느낌은?

들깻가루 덕에 고소하고 깊은 맛에 전혀 비린내가 느껴지지 않는다.

미역이 여려서 식감이 좋다.

뻔한 미역국이지만 벵에돔이 있어 뭔가 새로운 요리가 된 듯한 묘한 느낌이다.



미역국을 퍼 먹다가 드디어 밥을 말았다. 역시 미역국은 밥을 말아먹어야 제맛 아닌가?

후루루루루룩~

담에도 해 먹어야겠다.

어쩜 이리 맛있는지... 여차하면 날 잡아서 벵에돔 낚으러 제주 다녀와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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