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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 굳은살이 배겼다

새살이 돋아 굳은살이 된다

by 루파고

너무 오래되어 기억나지 않지만 내게도 여린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강하다고 하는 건 아니다.

여린 살이 굳어졌을 뿐이다.

원한 것도 아닌데 어지간한 아픔 따윈 그냥 웃어넘길 정도로 굳어버렸다.

굳은살이 단단해지고 점점 두꺼워지더니 어느 순간 덩어리째 떨어져 나가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그 위엔 새 살이 돋았지만 굳은살이 같이 돋았다.

하고 많은 곳을 두고 하필이면 심장에 굳은살이 배겼까?


심장에 굳은살이 배기면서 잃어가는 것들이 많아졌다.

삶의 중요한 것들을 나도 모르게 대수롭지 않다고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랑도 예전 같지 않고 감정의 공감력 역시 떨어졌다.

웃음도 줄고 감동하는 일도 눈에 띄게 줄었다.

보고 싶은 사람도 줄어들었다.

특히 열정이 예전 같지 않다.

누구 못지않은 에너지로 넘쳐나던 난데......

이젠 인간의 체온조차 느끼지 못하는 로봇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





기억 언저리에 남은 단편들을 모아 보면 굳은살이 떨어져 나가게 했던 충격적인 일들이 있었다.

어디서 생긴 용기인지 몰라도 굳은살에 눌렸던 여린 감성을 다시 소환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마저 지난 굳은살 위에 적층 되곤 했다.

어쨌든 삶엔 충격요법이 필요하다는 건 알게 됐다.


내 심장이 아직 용광로처럼 뜨겁다는 걸 안다.

굳은살은 벌떡거리는 심장을 꾹 누른다.

숨었는지 눌렸는지 모를 나의 열정과 감성은 어떻게든 튀어나오려 한다.

그런데 굳은살을 때어낼 용기가 나지 않는다.

굳은살도 나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인 건가?

굳은살을 떼어내는 순간의 고통을 견디기 힘든 것일까?

잠시 새로움이 밀고 들어와 새로운 굳은살을 만들어내는 것이 두려운 것일까?


어쩌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를 기회인지도 모른다.

앞으로 더 이상 굳은살이 떨어지고 새살이 돋는 즐겁고 희망찬 일은 없을 수도 있다.

대체 무엇이 두려운 걸까?

어차피 심장에 굳은살이 배겨 단단해져 가는 게 인생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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