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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ug 03. 2022

65.혼술 한번 해봐?
부산초읍 로컬들 맛집, 부헝식당

본가가 초읍동이라는 kb국민은행 지점장이 소개한 부산 속 촌동네 찐 맛집

여긴 부산 kb국민은행 모 지점 모 지점장님이 소개한 곳이다. 이 집 말고도 몇 곳을 소개받았는데 그중 이곳이 내 맘을 꽉 잡았다. 사실 혼술 하기 딱 좋다며 추천받았지만 워낙 혼술을 싫어하는 탓에 갈까 말까 고민했던 곳이다.



작정하고 부헝식당을 찾아가며 설마 설마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골목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서야 간신히 보이는 간판. 몇 번을 지나다닌 길인데 존재조차 모르고 지나쳤던 곳이 초읍동 로컬 맛집이라니?

익스테리어가 꽤 묘하다. 밖에 굴러다니는 와인병은 무엇이며, 오래된 유리 달린 목재 미닫이 문짝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오픈콘크리트와 오래된 셔터 게다가 제법 디자이너의 손을 탄 것으로 보이는 간판과 달랑 하나 달린 할로겐램프.

모든 게 어울릴 듯 아닐 듯 엇박과 정박으로 익스테리어가 된 곳이다.

호기심 반, 걱정 반... 하지만 친가가 초읍동이라는 지점장님이 소개했으니 일단 믿어보기로 하고 문을 열었다.



오호라! 이것 참 야단 났네. 인테리어는 더 정신없다. 테마는 있는 듯 없는 듯, 밖에서 본 것과 다르지 않은 어수선함이 부헝식당의 콘셉트인 듯했다. 주방에는 꽤 나이가 지긋한 아주머니(사장님)가 혼자 있었고 방 안에는 단체 손님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미 한창 마시는 중으로 보였고 우리는 밖에 있는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앉았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폈는데 아직 적응이 안 된 걸까? 아무튼 정신 산만하다.

여긴 다 셀프다. 술도 냉장고에서 알아서 꺼내 먹어야 한다고...

메뉴판을 보면 삼만 이라는 독특한 메뉴가 있다. 우린 그걸 먼저 주문했다. 세 가지 메뉴가 나온다고 두 명이면 그게 낫다는 제안이 있었다.



컵도 직접 가져다 먹으면 된다. 홀에는 테이블이 달랑 두 개 있고, 사장님과 마주하며 혼술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방에는 좌식 테이블이 두 개 있었다. 풀로 채워도 20명이 정원이다.

입구에 제법 큰 거북이 한 마리 있는데 사람 구경을 한다. 손님들이 오갈 때마다 인사를 하려는지 참견한다. 재밌는 녀석이다.



주문이 들어가자마자 아주머니의 주방 활동이 시작됐다. 뭔가 뚝딱뚝딱 만들긴 하는가 싶더니 이게 나왔다. 서비스 메뉴였다. 프라이팬에 구운 두부 위에 청양고추간장소스가 뿌려져 있다. 난 워낙 이걸 좋아하는데 그래도 두 개씩 나눠 먹었다. 왠지 더 줄 것 같지는 않아서. 소심해서~

멸치와 견과류를 볶아 조청에 무친 것도 나오는데 이것도 별미다. 일단 합격이다. 이런 자잘한 것도 일반 주점과는 완전히 다름을 보여주고 있었다.



역시 아주머니는 뭔가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의 '삼만'이라는 메뉴를 요리하고 계신 듯. 세 가지 메뉴라고 하는데 뭐가 나오려나...



제일 먼저 이게 나왔다. 데친 오징어가 무순과 아주 예쁘게 어울린다. 플레이팅이 익스테리어, 인테리어와 다른 격이 있다. 이래서 소개했구나 싶었다.



당연히 시식을. 적당히 익어서 질기지 않은 오징어. 생물 오징어를 썼나 싶다. 직접 보진 못했지만 얼었다 녹인 오징어는 대체로 질기기 때문에 생물로 보인다. 초장에 잘 찍어서 음냥 음냥~ 열심히 흡입하고 있는데...



두 번째 메뉴가 나왔다. 이건 스테이크와 야채를 볶은 건데 그 위에 새싹채소가 토핑 되어 있다. 소스도 그렇지만 예사로운 요리는 아닌 건 분명했다.



손님이 한 팀 와서 우리 옆자리를 차지했다. 이미 식당은 1인석 빼곤 다 찼다. 아직 이른 시간이었는데...

아주머니께 물어보니 늦으면 자리 없고, 웨이팅도 제법 한다고... 우린 운이 좋았던 거다.

밖에서 보던 목재 문짝을 안에서 보니 이건 또 심심한 재미가 있다. 이런 문짝은 대체 어디서 구한 걸까? 원래 있던 걸까? 여긴 대체 얼마나 오래된 식당일까? 호기심은 꼬리를 물었고 역시 궁금하면 견디지 못하는 난 이것저것 캐묻기 시작했다.

여긴 9년 됐단다. 당시 술집은 하나도 없는 위치라 구십 넘은 할머니들도 나와서 말리곤 했단다. 그 후 주변에 식당, 주점들이 들어섰고 다들 장사가 제법 된다고. 아무튼 부헝식당이 이 근처 1번이라고 한다.



아주 적당하게 잘 익었다. 이 정도면 정말 이것만 가지고 장사해도 될 거라고...



마지막 세 번째 메뉴가 나왔다. 흠~ 김 폴폴 나는 이 녀석을 죄다 뜯어먹었는데 사진이 없다.

이렇게 해서 삼만 원인데 너무 저렴하지 않나? 혼술 하기 딱인 곳이 바로 이 집이라는데 난 과연 나중에 혼술 하러 올 일이 있을까? 나도 가끔 청승도 떨어보고 싶긴 한데...



삼만 메뉴로 부족해서 하나 더 주문했다. 15,000원짜리 전골이다. 양도 푸짐하다. 식전에 찾은 곳이라 이렇게 먹으니 밥도 되고 술도 되고 기분도 좋고 만족도도 높고...

아무튼 지점장님 감사합니다. ^^



열심히 퍼묵 퍼묵 하고 계산하고 나오는데 둘이서 이렇게 먹고 65,000원 나왔다.

행복했다. ㅎㅎ





발행 후에 빼먹은 게 있어서 추가로...

오후 6시부터 영업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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