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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ul 22. 2022

30년 맛집, 46탄-부산서면 41살 언양꼬리곰탕

들어는 봤나? 언양꼬리곰탕이라고...

서면의 참치 맛집인 <그집뱃살>에 들러 참다랑어 한 접시를 먹고 2차로 어딜 갈지 고민하던 중 레이더에 잡힌 식당이다.

마침 도가니탕이 급 당겼는데 당연한 건데 어색하게 느껴지는 상호명 때문에 고민 없이 방문하게 된 곳 언양꼬리곰탕.

어째 익숙하지 않게 느껴졌던 건 '언양'과 '꼬리곰탕'의 부적절함 때문이었다.

언양 하면 불고기 아니던가?

바로 그것이었다.

언양은 소고기로 유명한 곳인데 '언양=불고기'라는 고정관념이 되어버린 공식 때문에 언양이 소고기 관련 음식들로 유명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거다.

그래서 결국 당장에 찾아가게 된 것이고 말이다.



부산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들에게는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서면에서 처음 가보는 식당을 알아서 찾아가라면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 스마트폰과 지도 어플이 있어 위치를 찍고 도보 내비게이션의 협조를 받아 약 십 분 정도 걸었고, 드디어 언양꼬리곰탕 간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불안한 마음이...

간판에 불이 꺼져 있다는 건 영업을 하지 않거나 이미 끝났다는 걸 예감하게 만들었다.

불안한 마음을 누르고 간판 아래 서서 보니 건물 깊숙한 곳에 반지하 같은 구조의 식당 내부가 들여다 보였다.

분명 식당의 조명이 아직 켜져 있고, 손님들이 몇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다.



환희에 가까운 기쁨을 부여 안은 채 문을 열고 들어서니 연세 지긋한 분이 수저가 가득한 소쿠리를 털고 있었다.

마감 시간이 된 것 같아서 아차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영업 종료가 얼마 남지 않아서 술은 팔지 않으신다고... ㅠㅠ

하지만 테이블 손님들은 소주를 걸치고 있으니 간곡히 부탁, 10시까지만 마시고 주정 부지리 않고 나가겠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시계를 보니 이제 45분 정도 남았다.

열심히 마시면 소주 몇 병은 마실 수 있지 않을까?



드디어 모듬수육이 나왔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침이 고인다.

고기는 호주산을 쓴다고 쓰여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한 기름진 한우보다 초지에서 키운 호주산 소고기가 몸에 좋다고 믿기에 호주산이라 맘이 더 편하다.

게다가 어디서 주워들은 바에 의하면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뼈에 독소가 쌓인다고 하였으니 초지에서 자란 소들의 연골에는 독소가 적게 들어있지 않나 싶은 거다.

아무튼 개인적인 주장이니 각설하고!



상차림은 이렇다.

나중에 곰탕도 나왔을 때 함께 놓고 촬영하면 좋았겠지만 이미 먹기 바쁜 상황이라 풀세팅 사진은 없다.

서울에선 부추라고 하지만 부산에서는 정구지라고 하는데 아무튼 정구지가 풍성하다.

독특하게 오징어젓갈도 있는데 이게 어떤 조합인가 싶긴 했다.

아무튼 우린 그저 흡입이었다.

1차로 갔었던 참치로 빈 속을 채우기엔 견적이 많이 나올 상황이어서 2차지로 여길 선택한 건데,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서로의 엄지를 치켜들었다.



꼬리 수육과 도가니 수육이다.

쫄깃하며 고소하고 찰져서 이빨에 착착 달라붙는다.

바로 이 맛을 원했던 건데 아주 제대로 찾은 거다.

요즘은 재개발로 거의 사라져 버렸는데 오래전 서울의 서대문, 독립문 일대에 정말 오래된 도가니 식당들이 많았다.

딱 그때 다녔던 그 식당들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열심히 흡입 중에 곰탕이 나왔다.

이걸 그냥 주는 줄은 몰랐는데 어찌나 감사한지. ㅎㅎ

진한 국물이 보기만 해도 맛깔나 보였다.

요즘엔 없겠지만 예전엔 뽀얀 국물 때문에 프리마를 타서 곰탕을 만드는 집이 많았다는 지난 에피소드가 흘러나왔다.



계란도 풀고, 정구지도 넣고, 후추도 뿌리고 하여 바로 이렇게 입맛에 맞게 제조했다.

다들 그렇게 먹겠지만.

시간은 30분 남았고, 남은 시간 동안 아주 알뜰하게 탈탈 털어먹고 왔다.

처음엔 시간 안에 못 먹으면 싸가서 먹자고 했지만 결국 다 먹고 말았다.

역시 대식가들 답다.



식당에서 키우는 녀석 같은데 꼬리가 잘렸다.

어디서 좀 쎈 놈하고 한바탕 했던 모양이다.



프런트 앞에 영업신고증이 있어 사진을 촬영했다.

1981년 1월 19일 영업을 개시하셨으니  41년 되신 거다.

아무튼 부산에선 30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 ㅎ

둘이서 딱 6만 원 먹었다.

요즘 내가 영수증까지 올리는 건 이유가 있다.

나를 무슨 상업성 블로거로 착각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내돈내산 증거로 올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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