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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ul 25. 2022

30년 맛집, 47탄-연안부두 밴댕이 하면 다복집

밴댕이 소갈딱지는 변하지 않았다

20년 넘게 이 식당을 다녔지만 난 밴댕이회무침 외엔 먹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일까? 다복집에서 물메기를 했었는지 알 순 없지만 내가 연안부두에서 물메기탕을 처음 맛본 건 지금은 너무 거대해져 버린 충무식당이었다. 아마도 내가 충무식당을 다니던 시절은 초창기였던 걸로 기억하고 한동안 연안부두를 찾지 않았던 공백기 동안 식당이 엄청 커진 듯했다. 사실 이번에 다복집을 다시 찾은 건 충무식당의 물메기탕이 그리워 원래 있던 자리에 갔다가 이사를 가버리고 텅텅 빈 걸 확인하고 대체지로 바로 같은 층 옆에 있는 다복집으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다복집은 나의 연안부두 추억의 맛집들 중 하나인데 물메기탕이 딱 떠오르지 않았다면 당연히 다복집의 밴댕이회무침을 먹으러 갔을 게 분명하다. 어쨌거나 운명의 여신은 내게 다복집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거의 5년 정도의 공백이라 잘 모르겠다. 원래 얼마였더라?

원래 밴댕이는 가치가 별로 없는 싸구려 횟감이었는데 이젠 잘 잡히지도 않아 몸값이 비싸졌다고 들었다. 잘 잡힌다 해도 워낙 먹을 부위도 적고 인건비가 올랐으니 밴댕이회무침 가격이 오른다 해도 할 말이 없다. 게다가 요즘 1만 원짜리 지폐 들고 가서 밥 먹기도 민망한 시절이 되고 말았으니...

만약 다복집이 강남에 있었다면 밴댕이회무침을 얼마에 먹을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



당연히 밴댕이회무침을 주문했고 상차림이 이렇다. 이번 사진은 빗맞아도 30년 시리즈에 올릴 생각으로 음식에 손도 못 대게 했다. 나 또한 자주 찾지 못하기에 이번 참에 올릴 작정이었으니까.



이 우거지국은 다복집의 핵심 중의 핵심이다. 독특한 맛인데 정말 오랜만에 맛을 보니 추억이 새록새록했다. 좀 더 젊던 시절 다복집을 얼마나 자주 찾았던가? 여기서 마신 소주만 해도 백 병은 충분히 넘을 것 같다.



밴댕이회무침이다. 이게 양이 적어 보일 순 있지만 절대 적지 않다. 가격은 좀 올랐겠지만 역시 양은 풍부하다. 예전엔 더 달라고 하면 더 주기도 했었던 기억이 있는데 요즘에도 그럴라나 모르겠다.



얼마 전 여수의 돌게장 유명하다는 식당에 갔는데 과연 그곳이 유명 돌게장 집이 맞나 싶었는데 모르긴 해도 다복집에서 기본찬으로 제공하는 게장보다 맛이 있었던가 싶다. 최근 그 집에 다녀온 후 현지인에게서 진짜 로컬 맛집을 소개받긴 했는데 여수라는 곳이 쉬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언제 가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다복집에서는 거의 무한리필 수준인데 미안해서 눈치가 보여 계속 시키기가 애매한 게 문제다.



이거 정말 예전부터 있던 건데 다시 보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어릴 때 주머니가 헐거울 땐 이것만 가지고도 소주 한두 병을 마실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참 반갑고 맛있었다는...



드디어 시작이다. 자른 상추가 있는 그림에 공깃밥을 투척하고 그 위에 밴댕이회무침을 얹고 참기름을 붓는다. 예전엔 자른 상추를 더 줬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무튼 그건 기호니까.



마구 버무린 후 열심히 떠먹으면 된다.



난 깻잎 마니아라서 야채 그릇에 있는 깻잎을 손으로 잘라 투척하고 마구 비벼줬다. 역시 깻잎은 진심이다.

우거지국도 한 그릇 더 달라고 해서 뱃속에 꾹꾹 눌러줬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 후회 없도록 먹어줘야 한다.



허겁지겁 배를 채우고 밖으로 나오니 여전한 풍경이 나를 맞아 주었다. 수십 년이 지났어도 변하지 않은 건 만복집의 밴댕이회무침뿐만 아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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