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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ul 28. 2022

여기는 유원지가 아닌 수원지입니다
<법기수원지>

잔잔한 여유로움으로 즐기는 물과 나무

여기가 부산인지 어딘지 모르겠다. 지리적으로는 분명 부산이 아닌데...

서울 촌놈이 부산에서 싸돌아 다니려니 지리감이 없어서 항상 내비게이션에 의존해야 하기에 내비에 법기수원지를 찍고 다녀온 거라 정확한 위치를 모르겠다.


http://kko.to/H3Lw5qKB-


방금 카카오 맵으로 검색을 해보니 양산이다. 그런데 웃기는 건 법기수원지의 관할 관청이 부산에도 있다는 것이다. 엥? 양산에 있는 수원지인데 왜 양산에? 그러게 말이다. 그래서 급히 인터넷을 뒤져 보니 아래와 같다.


법기수원지는 부산시 선두구동과 노포동, 남산동, 청룡동 일대 7천가구의 식수원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정수 없이 먹을 수 있는 청정 수질을 자랑한다. 일제강점기인 1927년 착공해 1932년 완공됐으며, 수원지 안에는 침엽수림인 측백나무와 편백을 비롯해 높이 30~40m에 달하는 개잎갈나무 등이 이루고 있는 숲과 둑 위에 있는 수십년 된 반송나무가 절경으로 꼽힌다. 특히 2004년에는 원앙(천연기념물)이 70여 마리 이상 발견되는 등 희귀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탁월한 자연생태계로서 수십년 간 상수원 보호를 위해 일반인들의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돼 왔지만 현재 시민들에게 개방되어 수려한 자연과 산림욕까지 즐길 수 있는 명소이다. 출처 : 양산시 문화관광

부산과 양산이 상수원으로 쓰고 있어서 공동으로 관할하고 있는 듯하다.



진입로다. 내비를 찍고 가서 제일 먼저 놀란 건 몇 개나 되는 유료주차장 때문이었다. 뭔 대단한 곳이라고 유료주차장이 있는 걸까? 여긴 완전 시골이다. 여차하면 조금 멀리 주차하고 걸어와도 될 만한 시골인데 말이다. 이런 동네에서 주차단속을 할 것도 아닐진대...



법기수원지 관리소가 보였다. 안내판에 재밌는 문구가 있다. 금지사항도 많다.


여기는 유원지가 아닌 수원지입니다. 


음~ 그렇군. 여긴 유원지가 아니다. 돗자리도 반입할 수 없다는 건 그냥 잘 걷다가 나와라는 뜻인 게다. 다행히 입장료 같은 건 없었다. 만약 돈까지 내고 들어가라고 했으면 화가 났을 것도 같다. 누가 오라고 한 건 아니지만 부산을 벗어나 이 먼 곳까지 오게 했는데 말이다.



관리소를 지나면 이렇게 멋진 나무들이 쭉 뻗어있다. 꽤 신경 써서 관리한 숲이다. 이런 데서 캠핑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데 숲 안으로는 아예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는 듯했다. 심지어는 뱀 나온다고 써 놨더라는~ 뭔가 이유가 있겠지!



입구를 조금 지나면 법기수원지에 대한 개요가 있다. 아직 댐 위로 올라가지 않아 그저 그 윗 세상에 궁금하긴 했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게 있기에~



아무튼 딴 건 몰라도 숲은 기가 막히다. 이런 숲을 만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숲이 내 집 뒤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제주도에도 이런 숲을 등 뒤에 둔 타운하우스 단지를 본 적이 있다. 건축의 질은 매우 떨어졌지만 숲이 너무 아름다워 건축물의 품질이 보상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다.



수원지 아래 공중화장실이 있다. 내가 갔을 땐 딱 봐도 연인(?)인 중년의 남녀 한 쌍과 수원지 위에 단체 나들이를 온 열 명 정도의 노인들이 전부였는데 주차장이나 이것저것 고려해 보면 주말엔 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란 걸 추측할 수 있었다. 얼마나 대단한 곳이기에?



법기수원지에 갔던 날은 꽤 습한 날씨였는데 이 짧은 언덕을 오르는 동안 엄청나게 많은 땀을 흘렸다. 하지만 주변의 초록초록한 풍경에 가슴속은 시원했다.



언덕을 올라서 보니 수원지는 상수원이라고 다시 명시하고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상수원은 특별 관리지역으로 지도에도 표기하지 않는 보안시설이다. 심지어 상수도 관로 역시 담당 공무원 인트라넷이 아니면 볼 수 없게 되어있다. 말 그대로 보안이라는 거다. 그런 보안시설이 일반인에게 공개됐다는 건 뭘 말하는 걸까?

아무튼 여기 법기수원지는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요소들이 꽤 있다.



물이 꽤 줄었는지 수위가 낮아져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좀 더 멋진 풍경을 기대했는데 좀 아쉽긴 했다. 내가 이걸 보러 여기까지 온 것인가? ㅋㅋ



댐 위로 난 길에는 2015년 기준 130살 된 반송이 7그루 있다는 안내판과 멋진 반송이 줄지어 있다. 소나무가 얼마나 멋진 지 모른다.



가지가 길을 가로막고 있어 넘거나 아래로 기어야 지나갈 수 있다.



여기 바닥재로 쓰인 현무암은 제주도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데 그 위로 지렁이가 지렁지렁 기어가는 게 보였다. 요즘 지렁이를 본 기억이 있던가? 어릴 땐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던 녀석들인데 이렇게 귀한 존재가 된 건가?



법기수원지 산책로의 끝이 보인다. 너무 짧은 듯하지만 한 포인트, 한 포인트 넋 놓고 즐기다 보면 한 시간 정도의 적당한 산책이 될 것 같다. 숲도 느끼고, 수원지도 느끼고 말이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것이 나타났다. 법기수원지의 명물이 여기에 또 있다. 이 취수탑은 국내 최고령 취수탑이며 최초의 취수탑이라고 한다.

그래서 세월을 느껴보려 흑백으로 촬영했다. 이렇게 보니 멋지긴 한데 페인트로 오랜 세월을 지워버린 듯했다. 아쉬운 건 이 수원지가 상수원이라면 저기 발라진 페인트는 인체에 무해한 페인트가 맞겠지? 게다가 관리용 보트 한 대가 띄워져 있는데 휘발유를 쓰는 선외기 보트다. 기름 유출은 불가피한데...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았다. 빨리 전기 보트가 상용화되어야 하는데 말이다.



댐 관리용 시설이다. 여기에 항일운동 관련한 역사가 녹아 있다고 한다. 현재 관에서는 이걸 활용한 뭔가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법기수원지에 뭔가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자나 깨나 뱀조심!



법기수원지에서 빠져나오는 길에 이런 멋진 소나무가 보인다. 우리 집 뒤에 이런 소나무 몇 그루 있으면 좋겠건만...



관리소를 빠져나오면 카페가 하나 있다. 그만큼 방문객이 있다는 걸 반증한다. 역시 주차장... ㅠㅠ

자주 찾아올 만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지나가다 한 번쯤은 가볼 만한 곳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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