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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추억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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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ug 01. 2022

추억소환 9, 뜯어진 청바지

오 년을 줄기차게 입은 청바지의 말로는 기본 옵션?

투두둑!

조만간 어디 한 군데 터져나갈 거라고 예상했던 청바지에 드디어 구멍이 났다.

허벅지 부위는 이미 흐물흐물해진 상태였고 사타구니 쪽은 오늘내일하던 중이었다.

어디서 터지느냐가 문제였는데 다행히 실내에서 사달이 났다.

난 맘에 드는 옷이 있으면 줄기차게 그 옷만 골라 입는다.

워낙 유행 같은 건 관심이 없는 편이라 옷장에 걸려만 있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옷이 대부분이다.



이런 패션을 뭐라고들 하던데 기억나진 않고, 아주 오래전 이런 상황이 벌어진 기억이 두 번 있다.

그땐 황당하게도 사람 많은 대학가에서 사타구니가 찢어졌는데 다행히 트레이닝 바지가 있어 해결이 가능했다.

또 한 번은 원치 않게 최신 유행에 맞는 청바지가 됐다.

즐겨 입던 리바이스 청바지를 죽자 사자 입고 다녔더니 한쪽엔 무릎 부분이 터지고 다른 쪽은 허벅지 부분이 터졌다.

터진 부위는 조금씩 넓어졌고 나도 모르겠다며 입고 다녔다.

그러던 중 찢어진 청바지가 유행을 탔고 버릴까 말까 고민하던 청바지를 아주 떳떳하게 입고 다닐 수 있었다.

그 청바지는 그렇게 이 년 정도를 더 버텼던 것 같다.

뜯어진 부분을 어떻게 처리했다면 더 터지지 않게 입을 수 있었겠지만 될 대로 되라지 식으로 방치했더니 절반 정도 터진 상태가 되고 말았다.

고민 고민하다 폐기했더니 얼마 후 버린 청바지 정도로 터진 청바지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보였다.

만약 그걸 버리지 않았다면 사타구니 부분이 터질 때까지 입었을 것 같다.

이번에 청바지가 터진 걸 보며 오래전 기억을 살며시 더듬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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