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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ug 10. 2022

71.곱빼기 안 먹고는 못 배기는 가평 북면 평화막국수

24년 된 가평 북면 맛집

이 사진은 두어 달 전 가평에 출장 갔다가 현지인과 함께 다녀온 집이다. 그런데 웃기는 건 내가 가자고 해서 간 곳이고 지인은 여기 사장님과 워낙 가까운 사이 시더라는 거다.

원래 타 지역에 살다가 가평 북면으로 이주해 들어온 지 십수 년 되신 분인데 아마 내가 평화막국수를 오간 시점과 비슷한 시기에 가평으로 들어오신 것 같았다. 그래서 누가 먼저 이곳을 알게 됐는지는 가늠하기 어려웠다. 내가 평화막국수에 처음 갔을 때 놀랐던 건, 이런 기똥찬 막국수가 겨우 얼마였던 거다. 십수 년이 넘다 보니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는데 그때 3,000원 정도 주고 먹었던 것 같다. 그러하니 내가 얼마나 오래됐다는 거냔 말이다. ^^



시작하면 절대 바닥을 보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집, 바로 이곳 평화막국수다. 내가 이 동네 다닐 때만 해도 근처에 막국수 식당이 평화막국수 한 곳이던가, 한두 개 정도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엔 꽤 많이 생긴 것 같았다.



참 오래된 식당인데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모양이다. 맛이 달라졌으면 어쩌지 싶었는데 사실 나도 오 년 정도 와본 적이 없어서 잘 기억나진 않았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서울에서 가평 북면사무소까지 가는 길이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게다가 주말이나 휴가철이 되면 가뜩이나 좁은 길이 꽉꽉 막혀버리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화악산 라이딩을 가는데 왜 이 집을 그냥 지나쳤는지 모르겠다. 지난번에도 막국수 먹고 갈까 싶다가도 빨리 라이딩 종료하고 푹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막국수를 지워버리고 말았다.



내가 처음 이곳에 다녔을 때만 해도 방송 같은 건 탄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방송 때문에 손님이 많이 늘어난 모양이다.



총각김치와 배추김치가 막국수와 함께 딸려 나왔다. 보통 막국수집에 가면 무생채나 그 비슷한 것들이 나오는데 평화막국수는 극히 시골스럽다.



직접 담근 가평식 김치인 거겠지?



여름의 별미 막국수.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입에 침이 고이는 걸 보니... 뇌에 각인된 맛은 영원히 지울 수 없는 모양이다.



시원한 육수를 붓는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난 비빔보다 물국수를 선호하는 편이다. 비교적 어릴 땐 비빔이 좋았는데 이젠 좀 달라진 듯하다. 어딜 가나 물국수를 먹게 되니 말이다. 잘게 부서진 들깨가루가 육수를 촉촉하게 머금고 김가루가 축축해지며 막국수 양념이 육수에 퍼지면서 구수한 향이 느껴진다. 젓가락이 춤을 출 타이밍이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짜잔! 사진 한 컷 찍고 바로 돌진이다. 흡입이다. 늦은 점심이라 그랬던지 예전 기억보다 더 맛있게 느껴졌던 걸까? 결론은 평화막국수의 맛은 초심이 아직 살아있다는 걸 말하는 걸 거다. 너무 오랜 공백이 있긴 하지만 지금도 충분히 맛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다음엔 집에서 막국수를 직접 만들어서 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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