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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부엌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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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ug 11. 2022

이곳은 회사인가, 식당인가? 열세 번째 이야기

입맛 없을 땐 봄동김치와 비빈 바다향 그윽한 멍게비빔밥

지금까지 멍게비빔밥 좀 한다는 식당에서 먹어본 그 어떤 멍게비빔밥보다 맛있는 요리를 했다.

멍게를 직접 손질해서 만들어 먹는 게 좀 귀찮도 번거로운 과정이긴 하지만 다음에도 이 싱싱함을 담보로 하는 요리라면 충분히 그 수고를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도 입맛 없을 땐 이것보다 맛있는 게 어디 또 있을까 싶다.


핵심은 봄동김치와 함께 버무린 싱싱한 멍게



봄동은 봄에 먹어야 맛있지만 요즘은 사시사철 구입할 수 있다.



첫 숟가락에 바다가 가득했다. 양념은 봄동김치가 한몫했다. 달달한 맛의 봄동은 봄의 기운을 그대로 전달했다. 그나저나 발음을 잘해야 한다. 봄똥 아니다.



이 많은 걸 다? 식당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많이도 보내셨다. ㅎㅎ 하긴 주변인들은 우리 사무실의 탕비실을 루파고식당이라 부르긴 하니까... 뭐~ 틀린 말은 아니긴 하지. 횟집 사장이 아니라 손질은 엉성하다. 내 아무리 스쿠바 다이빙 경력이 좀 된다지만 이렇게 많이 손질하는 건... 오래전 여수에서 한 번에 돌돔 백여 마리 떠본 적은 있지만서두...



한바탕 난리법석을 치른 후에 껍질과 살을 분리하고 내장을 긁어냈다. 대충 먹어도 되지만 눈에 보이는 내장이 너무 신경 쓰였다.



그리하여 고생고생 이렇게 살을 준비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허리 아파서 죽는 줄 알았다. 싱싱하게 보낸 탓? 덕?에 얼음이 좀 녹긴 했지만 멍게를 담은 바닷물이 차가워 손은 시리고...

아무튼 손에 감각이 없었다.



짜잔! 이 멍게비빔밥을 위하여 내가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멍게를 얼마나 많이 넣었는지 향이 아주 기똥차다. 세상 어떤 식당에도 이렇게까지 푸짐하게 주는 곳은 없었다. 아무리 유명한 식당을 갖다 대도 자신 있다. 게다가 봄동김치에 참기름, 김가루, 들깨면 된다. 그중 봄동김치가 핵심이라는 거.



각도를 비틀어 봐도 맛나 보임.


저녁식사라 멍게 회에다 연태구냥으로. 역시 금잔에 마셔야 제맛이라는...


아으! 정말 아무리 봐도 때깔 영롱하다.

맛을 전달할 수 없으니 너무 안타깝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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