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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ug 18. 2022

사무실로 식사 초대를 했다 3

올여름 마지막 닭백숙과 닭죽

중요한 얘기를 해야 하거나, 마땅한 외식 장소가 떠오르지 않거나, 메뉴 선택에 장애가 올 땐 닭백숙 만한 게 없다. 고민할 게 전혀 없는 메뉴인 데다 그저 오래 끓이기만 하면 만사 오케이 아닌가?

이번엔 평소 넣지 않는 걸 추가했다.

바로 꾸지뽕 뿌리다.

닭백숙이라고 써놓긴 했지만 따지고 보면 한방 백숙이나 다름없다.

들어간 것들을 열거해 보자면...

눈에 보이는 게 전부지만 그래도 열거해 보자면...

대주, 다래 덩굴, 다래 뿌리, 청양고추, 대파, 황기, 마늘, 양파 그리고 꾸지뽕 뿌리

목적은 닭죽이기 때문에 압력솥에 찹쌀 베이스의 잡곡밥을 조금 질게 짓는다.

손님 포함 8명이 식사를 해야 하기에 손이 많이 가는 상황이다.



쿠팡으로 1050g짜리 두 마리를 주문했는데 의외로 작다. 역시 시골 토종닭 한 마리 삶는 게 최고인데 실수다.

아무튼 급조는 불가능하니 들통에 물을 붓고 끓였다. 당연히 1탕은 버린다.



다시 들통에 물어 붓고 끓이기 시작하며 꾸지뽕 뿌리를 넣는다. 양은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넣는 거다.

공식 같은 건 없다.



이게 다래 넝쿨인데 일반적으로 잘 쓰지 않는데 한약시장 같은 데 가지 않는 이상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그렇다. 다래 특성처럼 약간의 단맛을 내며 잡내 잡는 데 이 녀석 만한 것도 없다. 2년 전 제주도에서 얻어온 게 이제 거의 바닥을 보이고 있다.



얼린 청양고추 4개를 넣었는데 어디서 주워들은 건지 저걸 넣어야 뭐가 좋다고 하는 말이 기억난다.



끓이면서 수시로 기름을 걷어낸다. 두 시간 정도 끓이면 기름은 거의 제거된다.



12시를 10분 앞두고 드디어 마무리 작업에 들어간다. 뿌리, 넝쿨 등 모두 꺼내서 버리고 닭은 꺼낸다. 사실 닭 먹으려고 하는 작업이 아니라 다 부서져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래도 맛은 보시라고 테이블에 올려 드렸는데 사진 촬영할 상황이 아니어서 그건 패스!



채반에 닭 육수만 걸러 내고 들통에 있던 잔뼈와 대추씨를 걷어낸다.

그리고 질게 지은 밥을 풍덩, 그런데 의외로 식성들이 되는 분들이라 전날 냉장고에 넣었던 잡곡밥을 모두 꺼내 투척했다.

8명이 충분히 먹었다. 역시 루파고 식당은 인기가 많다. 이런 식으로 손님이 오셔서 식사를 하게 되면 나의 직함은 셰프로 바뀌어 있다. 부엌떼기 루파고... ㅎㅎ

아무튼 요리를 하는 것 자체를 즐기기도 하지만, 이렇게 만든 걸 맛나게 드셔 주시니 힘이 나는 거다.


이틀 동안 사골을 끓였는데 내일은 우거지사골해장국을 만들어 보련다. 아주 기가 막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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