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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부엌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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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ug 06. 2022

풀밭, 풀떼기, 풀요리

직접 농사지어 먹는 즐거움

사무실 앞 화단에다 조그맣게 농사를 지어 요리를 했었다. 토요일 아침 제안서를 쓰는데 오늘따라 전에 없던 두통이 있어 머리를 식힐 겸 작가의 서랍을 뒤적이다가 조금 철 지난 사진이지만 브런치에 올려 두었던 게 눈에 띄었다. 제 때 글을 쓰면 되는데 꼭 이렇게 묵혀 두었다가 글을 올리는 걸 보면 부지런 떠는 척하며 실제론 부지런하진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작정하고 풀떼기 농사를 짓는 것도 생각해 봤는데 여기저기에서 협찬(?)된 농산물들이 많아져 그저 생각뿐이다. 그래도 텃밭에서 그날 먹을 신선한 채소를 키우는 건 꽤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농약 한 번 주지 않고 키워낸 것들이니 전혀 의심 없이 먹을 수 있으니까.

사무실에서 점심 식사를 요리해 먹는 것만 아니라면 농사를 지을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했을 거다.



이 녀석들을 심어 놓고 매일 아침 출근 때마다 들여다봤다. 전 직원이 다 들여다봤다. 매일 조금씩 자라는 걸 보니 농부의 마음을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식 키우는 마음이라더니 거기까진 아니어도 생명을 가진 것들이 성장하는 걸 보면 세월이 가는 걸 느끼게도 했다. 젠장~

어쨌거나 이 녀석들을 언제쯤이나 먹을 수 있을 것인가, 그걸 두고 매일 들여다보던 어느 날 드디어 딱 먹기 좋을 만큼 자라기 시작했고 첫 수확을 했다. 아직 좀 작긴 했지만 야들야들한 것들을 빨리 맛볼 욕심에 몇 가닥 되지도 않는 것들을 잘라냈다.



흐르는 물에 녀석들을 씻어내는데 딱히 씻을 것도 없었다. 강남 공기가 이렇게 좋았던가? ㅎㅎ



제주도에서 보내준 돌미나리도 씻고...


언제 꺼내 먹을까 고민했던 시금치도 꺼내서 데쳤다.



직접 키운 녀석들은 이렇게 샐러드로 변신했고



낫또 한 덩어리를 베이스로 냉장고에서 두부며 버섯이며 브로콜리며 대파며 필요하다 싶은 재료들을 몽땅 투척해 낫또국을 끓였다. 완성된 사진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는 걸 보면 또 먹는 데 바빠 사진 찍는 걸 놓친 것 같다. 아무래도 뱃속에 거지가 들어앉은 게 분명하다.


이날 상차림은 완전 풀떼기 천지였다. 가끔 이렇게 베지터리안이 되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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