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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ul 27. 2022

30년 맛집, 49탄-광안리 1982 진미언양불고기

광안리에 언양불고기 군락이 있더라

어제는 중요한 미팅이 있어 진미언양불고기에 미리 예약을 하고 다녀왔다. 광안리에는 오랜 맛집이 꽤 많다고 들었다. 요즘 광안리가 드론 쇼 때문에 제2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들었는데 마침 휴가철의 피크 시즌이라 드론 쇼가 아니라도 관광객이 붐비고 있었다.

처음 광안리 언양불고기에 대한 정보를 들었을 때 카카오 맵으로 검색을 해본 적이 있었는데 부산 광안리에 무슨 언양불고기 전문점이 그렇게나 많은지 신기할 정도였다. 그중 우리는 진미언양불고기를 선택하게 됐는데 다른 식당들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정말 재밌는 건, 동행한 직원의 고향이 부산 광안리인데 황당하게도 그의 할머니가 오래전 광안리에서 언양불고기 식당을 했었다는 것이다. 그 당시 돈 깨나 버셨다는 추억 아닌 추억을 꺼냈다. 어릴 때 소고기를 원 없이 먹고살았다는 그의 부티 나던 어린 시절이었다.

아무튼 부산에서 그것도 광안리 바닷가에서 먼 언양의 명물 언양불고기를 먹게 될 줄이야.



미리 예약을 해둔 덕인지 테이블 위엔 이미 기본 세팅이 되어 있었다. 몇 개 테이블을 전담하는 아주머니가 직접 불 관리를 하며 고기를 익혀 주는 것 같았다.

고기 굽는 사람만 아는 이야기... 세팅을 건드리면 혼난다. ㅎㅎ



일단 3인분만 주문했다. 200g에 33,000원이다. 양이 적지는 않으나 불고기 외엔 먹을 게 없기 때문에 성인 남자 세 명에게 3인분은 절대적으로 적은 양이다.



이렇게 차곡차곡 뒤집으며 굽는데 단 한 번만 뒤집으면 딱 적당하게 구워진다. 이것도 우리가 할 필요가 없었다. 괜히 건드렸다간 혼 날 기세다. ㅎ



다른 테이블에 기다리던 손님이 오셔서 인사하러 가느라 일어난 김에 풀샷을 하나 남겨 봤다. 딱히 별 거 없다. ㅎ 언양불고기에 충실한 집이다.



드디어 먹을 준비가 됐다. 불고기가 다 뭐 거기가 거기고 거기서 거기지 싶은데...

아마도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워낙 잘 먹고 다녀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먹을 게 별로 없던 시절엔 불고기 하나면 형제간에 피 터지게 싸울 정도로 경쟁이 심했었는데 말이다. 삼십 년 전에 이런 불고기가 상에 올려졌다면 핏기가 가시기 전에 젓가락이 날아다녔을 거다.



찰지게 익은 언양불고기다. 이 요리의 핵심은 적당한 불 조절이다. 타지 않게 타이밍을 맞춰 뒤집는 기술이 바로 핵심인 거다.



소주가 들어가니 안주를 부른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추가 주문이다. 2인분 추가했다. 다행히 다들 점심을 늦게 먹은 데다 배가 터지게 먹은 덕에 세 명이서 5인분에 그칠 수 있었다. 하마터면 영수증에 놀랄 상황이 벌어졌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한참 배가 불러오던 중 메뉴판이 눈에 들어왔다. 안경을 안 쓰고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는데 그 흐릿한 메뉴판의 <김치찌개+된장찌개+계란찜> 이렇게 6,000원이라고...

잘못 본 건가 싶기도 하고, 양이 적겠지 싶기도 했지만 직원에게 물어보니 세 가지가 함께 나온다 했다. 그리하여 주문하니 정말 이렇게 세 가지가 다 나왔다. 양도 적은 게 아니다. 일반 사이즈의 뚝배기 세 개가...

역시 소주 한 병을 더 주문하고 말았다.



이건 사진 찍을 생각이 없었는데 내 의지와 관계없이 스마트폰을 들고 있었다. 술 깨고 보니 이 사진이 있다. ㅋ



since 1982란다.

동행한 직원이 85년생이니 그 친구보다 오래된 집인 거다. 아마 그의 할머니도 이 근처 어딘가 어떤 언양불고기 식당을 하다 팔고 나가셨던 듯하다.



소주 한 병을 더 주문하게 만든 메뉴판과 영수증이다. 셋이서 소주 8병에 맥주 1병이면 아주 양호하게 마신 것 같다. 광안리는 물가가 세구나...

서면에만 가도 소주, 맥주가 4,000원인데 여긴 천 원 더 비싸다. 관광지라 그런 걸까?

강남도 아니고...



광안리의 스타벅스다. 여기서 커피 한 잔씩 사 들고 광안리 해변으로 고고~

형편이 안 좋은가? 간판이 엉망이네.



광안리의 밤. 늦은 시간은 아닌데 사람이 별로 없다. 해운대는 바글바글 하던데 말이다.

그렇게 거기서 커피 한 잔 마시며 노닥거리다 숙소로 돌아오고 말았다는 광안리의 추억을 하나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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