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꼬시와 두부김치 그리고 가오리찜이 특히 더 맛있는 손님 각자 비밀의 맛
VIP 포차에 가면 꼭 주문하는 녀석이 바로 간자미 찜이다. 간자미 찜은 별미 중 별미 아니던가? 이모는 손님 많고 귀찮으면 간자미가 떨어졌다며 주문도 받지 않는다. 물론 난 경우가 다르긴 하지만. ^^
저번에도 내가 간자미 찜을 주문하는 것을 목격한 옆 테이블 손님(그들 역시 오랜 기간 단골이다.)이 왜 자기들 주문할 땐 간자미 떨어졌다고 했냐며 섭섭해했다. 그게 특혜 아닌 특혜일 수도 있어서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이모는 대수롭지 않게 '없는 줄 알았는데 한 마리 보이더라'며~
사실 수족관 안엔 간자미가 몇 마리 있었다. 난 언제나 그렇듯 이미 확인하고 주문했던 거라 이모조차 빠져나갈 수 없다. ㅎ
이것도 별미다. 간자미 애를 양념해서 주는데 일단 이거부터 먹고 한잔 마셔주는 게 예의다. 동행 중 애를 먹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완전 땡큐 아닌가?
그리고 VIP의 특미 중 하나인 도다리세꼬시다. 이 메뉴가 이 집의 주력 메뉴 중 하나인데 완전 전라도식으로 먹는다. 깻잎과 마른 김 그리고 청양고추, 간 마늘을 참기름에 버무린 초장이 조합을 이룬다. 게다가 기본으로 나오는 미역국은 끓일수록 맛이 있어서 새벽에 먹으면 더 기똥차다. 운이 나빠 방금 물을 탄 솥에서 꺼낸 걸 먹으면... 아무튼 그건 복불복이다.
나 같은 경우엔 청양고추를 더 달라고 해서 산을 만들어 먹는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이 절묘한 궁합을 이루는 초장에 맛들리면 자꾸 먹게 된다. 이모는 대충대충 만드는 것 같지만 그것 또한 내공인 거라는... 내가 요리할 때 간을 안 보고도 기똥찬 맛을 내는 것과 다름없다. ^^
포차답게 여러 가지 메뉴가 있지만 난 거의 뻔한 코스로 간다. 때론 진짜로 재료가 다 떨어졌거나 이모의 심리적 변화로 인해 장사하기 귀찮아질 경우엔 주문을 받지 않는 메뉴도 있다. 그럴 땐 제일 간단한 메뉴만 주문을 받는다. 걸걸한 목소리의 이모는 '맘대로 해~' 스타일로 밀어붙인다.
겨울엔 꼬막도 인기다. 누가 전라도 사람 아니랄까 봐. 이모 고향이 벌교라 했던가? 그게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역시 알코올 성 치매다.
허겁지겁 먹는 이 녀석. ㅎ 암튼 내가 VIP를 소개해준 지가 십 년이 넘었는데 나 몰래 자주 다녔다. 같이 좀 가지.
사진엔 없는데 두부김치도 찐 단골들의 최애 메뉴 중 하나이다. 두부가 좀 특별하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아무 데나 파는 그런 두부가 아니다. 그건 정말 먹어보면 안다. 고소하고 담백하고 짭조름하며 전라도 통김치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모른다.
가격은 정말 착하디 착하다. 이모는 이미 이러저러한 이유로 돈도 많이 벌어 놔서 딱히 돈에 욕심도 없다. 이젠 그냥 쉬는 것도 싫고 포차 운영하며 오래된 손님들 오면 맞이해 옛이야기 나누는 게 즐거워서 힘들어도(사실 이골이 났다지만) 새벽까지 운영하고 있다고...
참고로 난, 이모와 함께 일하는 직원에게 갈 때마다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쥐어준다. 들어갈 때 꼭 택시 타고 들어가시라고. 그런 게 찐 단골의 찐 매력 아닌가? 만 원에 삶이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그 정도 단골의 미덕쯤은 필요한 것 같다.
오늘 저녁 함 가봐? 코로나 거리두기 심할 때는 악에 받쳐 더 자주 갔었는데 갈 데가 워낙 많다 보니 요즘 뜸해진 건 사실이다. 집에서 멀어진 것도 한몫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