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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ug 02. 2022

30년 맛집, 50탄-20년 단골 방배동 VIP포차

세꼬시와 두부김치 그리고 가오리찜이 특히 더 맛있는 손님 각자 비밀의 맛

누구나 최애 한다는 오랜 단골 맛집들이 한두 곳 내지는 수십은 될 거다. 심지어 수백여 곳의 단골을 품은 식도락가도 있을 거다. 나 역시 이놈의 식도락질을 시작한 게 25년을 넘기다 보니 단골집들이 꽤 많아졌는데 지금 소개하는 청보라VIP는 그중 특별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나처럼 취미로 이 짓을 하는 사람들에겐 절대 공개하고 싶지 않은 맛집들이 적어도 몇 군데는 있을 거다. 정말 꺼내고 싶지 않은 곳이어서 가까운 지인들 외엔 데려가지도 않던 집이 바로 이 실내포차다. 요즘은 나조차도 웨이팅을 해야 할 정도가 됐으니 이곳 인기는 말할 것도 없다.

키보드를 두드리며 이 짓을 왜 하나 싶으면서도 어쩌면 이런 글들이 언젠간 추억처럼 꺼내볼 수 있는, 나를 위한 기록들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청보라VIP는 원래 근처의 다른 자리에 있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함지박식당이 있던 방배동 함지박사거리 근처 후미진 골목에 있었다. 최근 원래 있던 건물이 방배동 재개발 구역에 편입되어 철거되면서 세무서 근처로 이전한 것이다. 반포에 살 땐 거의 매일 갔을 정도로 자주 갔었는데 삼성동 쪽으로 이주한 후에는 몇 년간 다른 식당들을 배회했었다. 우린 심지어 100만 원을 선불로 긁어놓고 까나가는 식으로 다니기도 했었다. 계산한 건 아니지만 느낌 상, 결과적으로는 이모가 20만 원 정도는 더 만들어 준 것 같다.

그렇게 다닌 지가 벌써 20년이나 되었으니 인생 정말 짧단 생각이 든다. 거기서 손님끼리 만난 인연도 있었고, 너무 자주 봐서 친해진 인연도 있다. 가끔 음악인 등 연예인들도 만났고 유명한 기업가도 만났다. 다른 테이블과 안주를 나눠 먹기도 했고, 이모가 손님들을 소개해 주기도 했다.

정말 재밌는 건 호남 출신의 이모는 요리를 너무 잘해서 문제였던 것 같다. 술을 멈출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보건법 상 말도 안 되는 것이지만 진하게 한잔 걸친 날엔 요리도 귀찮다며 너 요리 잘하니까 알아서 만들어 먹으라고 주방을 맡기기도 했다. 정말 웃겼던 에피소드도 있다. 늦게 온 손님이 있었는데 그 손님 인주도 내가 만들어 준 적이 있었다. 문제는 이모의 손맛이 아니라 하여 반품됐고 그냥 먹던지 나가던지 하라는 말에 군말 않고 내가 만든 안주로 한잔 걸치고 나간 거다. 그들 역시 찐 단골이었는데 가끔 VIP에서 만나면 서로 인사를 나누기도 했었다는...

새벽 동틀 때까지 같이 술을 마시는 건 일도 아니었다. 손님들이 다 빠져나간 후엔 우리와 합석해서 한잔 마시기도 했는데 그런 체력들이 대체 어디서 나온 건지 궁금하다.

에피소드가 너무 많아 다 기록할 순 없지만 20년 동안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있었을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겨본다. 그런 이모는 요즘 오히려 피부가 더 좋아졌더라. 대체 뭘 드시나 했더니 돈 버는 데 욕심이 없어서 그렇기도 하고 코로나로 인해 장사하는 시간이 짧아져 술도 많이 안 마시게 되어 꿀피부가 됐다고 하더라.

서로 비하인드 가족사까지 알고 지낸 20년이란 세월이 참...



VIP 포차에 가면 꼭 주문하는 녀석이 바로 간자미 찜이다. 간자미 찜은 별미 중 별미 아니던가? 이모는 손님 많고 귀찮으면 간자미가 떨어졌다며 주문도 받지 않는다. 물론 난 경우가 다르긴 하지만. ^^

저번에도 내가 간자미 찜을 주문하는 것을 목격한 옆 테이블 손님(그들 역시 오랜 기간 단골이다.)이 왜 자기들 주문할 땐 간자미 떨어졌다고 했냐며 섭섭해했다. 그게 특혜 아닌 특혜일 수도 있어서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이모는 대수롭지 않게 '없는 줄 알았는데 한 마리 보이더라'며~

사실 수족관 안엔 간자미가 몇 마리 있었다. 난 언제나 그렇듯 이미 확인하고 주문했던 거라 이모조차 빠져나갈 수 없다. ㅎ



이것도 별미다. 간자미 애를 양념해서 주는데 일단 이거부터 먹고 한잔 마셔주는 게 예의다. 동행 중 애를 먹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완전 땡큐 아닌가?



그리고 VIP의 특미 중 하나인 도다리세꼬시다. 이 메뉴가 이 집의 주력 메뉴 중 하나인데 완전 전라도식으로 먹는다. 깻잎과 마른 김 그리고 청양고추, 간 마늘을 참기름에 버무린 초장이 조합을 이룬다. 게다가 기본으로 나오는 미역국은 끓일수록 맛이 있어서 새벽에 먹으면 더 기똥차다. 운이 나빠 방금 물을 탄 솥에서 꺼낸 걸 먹으면... 아무튼 그건 복불복이다.



나 같은 경우엔 청양고추를 더 달라고 해서 산을 만들어 먹는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이 절묘한 궁합을 이루는 초장에 맛들리면 자꾸 먹게 된다. 이모는 대충대충 만드는 것 같지만 그것 또한 내공인 거라는... 내가 요리할 때 간을 안 보고도 기똥찬 맛을 내는 것과 다름없다. ^^



포차답게 여러 가지 메뉴가 있지만 난 거의 뻔한 코스로 간다. 때론 진짜로 재료가 다 떨어졌거나 이모의 심리적 변화로 인해 장사하기 귀찮아질 경우엔 주문을 받지 않는 메뉴도 있다. 그럴 땐 제일 간단한 메뉴만 주문을 받는다. 걸걸한 목소리의 이모는 '맘대로 해~' 스타일로 밀어붙인다.



겨울엔 꼬막도 인기다. 누가 전라도 사람 아니랄까 봐. 이모 고향이 벌교라 했던가? 그게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역시 알코올 성 치매다.



허겁지겁 먹는 이 녀석. ㅎ 암튼 내가 VIP를 소개해준 지가 십 년이 넘었는데 나 몰래 자주 다녔다. 같이 좀 가지.


사진엔 없는데 두부김치도 찐 단골들의 최애 메뉴 중 하나이다. 두부가 좀 특별하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아무 데나 파는 그런 두부가 아니다. 그건 정말 먹어보면 안다. 고소하고 담백하고 짭조름하며 전라도 통김치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모른다.

가격은 정말 착하디 착하다. 이모는 이미 이러저러한 이유로 돈도 많이 벌어 놔서 딱히 돈에 욕심도 없다. 이젠 그냥 쉬는 것도 싫고 포차 운영하며 오래된 손님들 오면 맞이해 옛이야기 나누는 게 즐거워서 힘들어도(사실 이골이 났다지만) 새벽까지 운영하고 있다고...

참고로 난, 이모와 함께 일하는 직원에게 갈 때마다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쥐어준다. 들어갈 때 꼭 택시 타고 들어가시라고. 그런 게 찐 단골의 찐 매력 아닌가? 만 원에 삶이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그 정도 단골의 미덕쯤은 필요한 것 같다.






오늘 저녁 함 가봐? 코로나 거리두기 심할 때는 악에 받쳐 더 자주 갔었는데 갈 데가 워낙 많다 보니 요즘 뜸해진 건 사실이다. 집에서 멀어진 것도 한몫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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