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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Oct 11. 2019

잠자는 땅, 시비리 10화 - 오로라 여행기

비밀의 동굴 탐사대는 곧장 길을 떠났어요. 솔직히 말해서 저는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태니가 보다 용기 있는 녀석이란 그때 비로소 알게 됐어요. 엄마는 태니를 보내는 것이 걱정되었지만 노란민들레숲의 동물들이 안전하게 피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판단했어요. 다행히 힘도 세고 용감무쌍한 흰줄무늬호랑이 빠른발과 산만한 덩치가 믿음직스러운 무지큰발이 함께 떠났기 때문에 마음이 놓이시는 것 같았어요. 비밀의 동굴 탐사대가 떠난 후 엄마는 남은 동물들에게 아빠와 엄마가 무지개마을을 찾아 여행을 다녀왔이야기를 어요. 모두너무 피곤했지만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누구도 잠을 이룰 수 없었어요. 아빠와 엄마의 신나는 모험 이야기는 우리가 왜 무지개마을로 가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나저나 비밀의 동굴 탐사대가 무지개마을로 가는 입구를 찾아내야 할 텐데 걱정이네요.






동그란엉덩이는 무지개마을로 모험을 떠났던 이야기를 시작했다. 체력이 약한 밍크 땜통은 꾸벅꾸벅 졸다가 귀를 쫑긋 세우며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노란여우 할아버지는 대수롭지 않은 척하다가도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제 남편인 뾰족귀가 그리워지네요. 우리는 결혼 전부터 노란민들레숲을 떠나 많은 숲을 여행하기로 약속했어요. 우리 둘 다 호기심도 많았미지의 세계를 동경했었거든요. 그 덕분인지 우리 두 아이들 역시 모험을 좋아하고 용기 있는 은빛여우로 자라고 있는 것 같아요. 아무튼 저희는 결혼을 하고서야 마침내 꿈에도 그리던 모험을 떠나게 되었어요. 급할 게 없었던 우린 느릿느릿 이동했어요. 사랑은 온 세상을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는 곳으로 만들었죠. 여행을 시작하고 제일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어요. 그곳은 결혼하기 전부터 생각하던 곳이었어요. 그 어떤 곳보다 오로라가 꼭 보고 싶었거든요. 할아버지께서 그러셨어요. 우리 숲에서 보던 무지개와는 다른, 아니! 그보다 더 아름답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장엄한 것이 오로라라고요. 하지만 할아버지 역시 아주 멀리서 한번 보았을 뿐 근처까지 갈 수 없었대요. 할아버지의 부모님은 할아버지가 위험한 모험을 떠나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으셨다고 들었어요. 아무튼 비록 멀리서 봤지만 오로라의 기억은 영원히 잊을 수 없었대요. 오로라가 펼쳐지면 하늘이 무지개 치마처럼 펄럭이고 우주의 모든 별들이 황홀한 춤을 춘다고 하셨어요. 뾰족귀와 저는 할아버지가 말했던 오로라를 보는 걸 우리 모험의 첫 번째 목표로 삼았었죠. 할아버지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서 보고 싶었던 거예요. 우리는 장거리 여행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 배를 든든히 채운 후에야 길을 떠났어요. 집을 떠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누구도 알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작정하고 큰 결심을 하고 시작한 여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모험 이야기는 현실과 너무 판이하게 달랐어요. 오로라를 보러 가는 길이 그렇게 멀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거예요. 분명히 할아버지는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오로라를 보았다고 했거든요. 그렇지만 오로라는 나타나지 않았어요.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모습을 쉽게 보여주려 하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었어요. 우리는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대로 북극성을 보며 계속 걸었어요. 다섯 밤을 자며 깨며 걸었던 것 같아요. 사실 우린 급한 게 없었기 때문에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 맛있는 것이 보이면 배가 부르도록 먹고 소화가 될 때까지 풀밭을 뒹굴었어요. 살얼음이 보이면 얼음을 입 속에 녹여서 먹기도 했어요. 가끔은 다투기도 했죠. 지금 생각해 보니 그래서 더 오래 걸렸을 것 같기도 해요. 만약 지금 속도로 간다면 뾰족귀와 제가 여행했던 것보다 빨리 도착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아무튼 이 속도면 노란민들레숲을 벗어나는 데는 십여 일이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숲을 벗어난 후에도 추가로 십여 일 정도는 더 걸어야 할지도 몰라요.”




그곳은 저희가 만난 첫 번째 모험 장소였어요. 나무라고는 하나도 없었어요. 정말 신기한 곳이었죠. 바닥엔 평평한 돌이 반짝이고 있었죠. 어떤 돌은 너무 반짝여서 돌 위에 선 제 모습이 똑같이 보였어요. 그건 꼭 호수에 물 마시러 갔을 때 호수 안에 비친 나를 보는 것 같았어요. 정말 신기했죠. 하지만 거기엔 먹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오래 머물다간 굶어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다시 걷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이상한 숲을 발견했어요. 그 숲의 나무들은 노란민들레숲보다 키가 훨씬 컸지만 이상하게도 동물이 한 마리도 살지 않는 것 같았어요.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서인지 숲 속엔 먹을 게 너무 많았죠. 아직 겨울이 오려면 한참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숲의 동물들이 남쪽으로 떠났다고 하기엔 이상했어요. 숲에 아무도 없을 수는 없잖아요. 게다가 처음 보는 이상한 풀도 많이 있었어요. 우리는 아무도 없는 숲이 너무 예뻐서 한참을 뛰어놀았어요. 그런데 어디선가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동물의 소리도 아니고 인간의 목소리도 아니었어요. 목소리는 신비로웠어요. 비 내린 후 적막함이 감도는 잔잔한 호수 위에 물방울이 또로롱 하고 떨어지는 것처럼 예쁜 소리였어요.

<뾰족귀야~ 동그란엉덩이야~>

이렇게 우리 이름을 부르는 거예요. 마치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였던 것처럼 다정한 목소리였어요. 조금 무서웠어요. 사방을 돌아봤지만 아무도 찾을 수 없었어요. 한참을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우리 머리 위에서 다시 소리가 들렸어요.

<여기야! 얘들아!>

하면서요. 제가 먼저 그들을 찾았어요. 뾰족귀 머리 위에는 생전 처음 보는 동물이 있었어요. 생긴 건 인간인데 아주 작고 등 뒤엔 날개가 달려 있었어요. 새들의 날개와는 전혀 다르게 생겼어요. 나비도 새도 아닌 동물이었어요. 정말 신기했어요.

<너희들은 새니?>

뾰족귀가 물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바보 같은 질문이 아닐 수 없네요. 알다시피 우리는 새들과 이야기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새가 아니란 걸 알았어요. 그들도 뾰족귀의 바보 같은 질문에 깔깔거렸어요. 배꼽을 잡고 허리가 뒤로 휘어진 채로 말이죠. 뾰족귀는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졌어요. 그들은 요정이라는 동물이래요. 아니죠. 따지면 동물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인간도 아니고 동물도 아닌 이상한 존재였어요. 고맙게도 요정들은 처음 만난 우리를 식사에 초대했어요. 초대받아 간 자리엔 엄청나게 많은 요정들이 모여 살고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어요. 요정들은 이상한 것을 먹고사는 것 같더라고요. 아무튼 요정들과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그런데 정말 이상한 건 그 숲을 나온 순간부터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놀았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어요. 그저 요정을 만났다는 것 외에는 기억나는 게 전혀 없었어요. 요정들이 사는 숲을 빠져나온 우리는 다시 북극성 방향으로 길을 떠났어요. 그날따라 북극성이 더 밝게 빛나는 것 같았어요. 마치 우리에게 빨리 오라는 듯했어요. 그런데 북극성 쪽으로 향하는 길은 점점 추워지고 있었어요. 겨울이 오고 있는 데다 다른 동물들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던 거죠. 가끔씩 동물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우리를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이틀 정도 더 북극성 방향으로 걸어갔던 것 같아요. 우리가 『얼지않는연못』을 발견한 날은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어요. 나는 배가 고프면 짜증을 내는 습관이 있었는데, 미안하게도 뾰족귀에게 투정도 많이 부렸어요. 그래도 뾰족귀는 절대로 화를 내지 않았어요. 제 투정을 다 받아주었죠. 멋진 남자였어요. 얼지않는연못 근처에서는 한 차례 눈보라도 만났는데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 눈보라가 심했죠. 한참을 가다 보니 눈보라는 비로 바뀌었어요. 완전한 비는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곳은 따듯했어요. 정말 신기했어요. 우리 뒤로는 눈이 오고 있는데 우리가 서 있는 곳에는 비가 오는 거예요. 비가 오는 곳에는 눈이 전혀 쌓이지 않았어요. 조금 더 걸어가니까 땅에는 촉촉한 풀도 있고 넝쿨이 무성하게 자란 나무도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곳의 나무는 다른 곳의 나무들과는 전혀 다르게 생겼어요. 나뭇잎이 뾰족하지 않고 둥글둥글했죠. 향긋하고 달콤한 과일도 잔뜩 열려 있었어요. 향기만으로도 과일의 맛을 알 수 있을 것 같았죠. 우리는 나무들이 많은 곳에 자리를 잡고 오랜만에 배가 터지도록 먹었어요. 풍요로운 땅이었어요. 어떻게 그런 멋진 곳이 존재할 수 있는 건지 너무 신기했어요. 우리는 거기서 정말 오랜만에 따뜻하게 한 숨 잔 후에 다시 이동했어요. 게다가 그곳엔 정말 예쁜 연못이 있었어요. 그 연못 속에 어떤 동물이 사는지 모르겠지만 물속에서 보글보글 물방울이 계속 솟아나고 보였어요. 게다가 새벽녘 호수에서나 보던 것처럼 연못에서 수증기가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어요. 그렇지 않아도 목이 마르던 차에 저는 망설임 없이 연못에 혀를 담갔어요.

<으아악!>

저는 미친 듯이 소리쳤어요. 물에서 이상한 맛이 났거든요. 시큼하고 따끔거리는 게 이상했어요. 게다가 물이 엄청나게 따뜻했어요. 뾰족귀는 제가 먹으면 안 되는 것을 먹고 큰일 난 줄 알고 기겁을 했죠. 사실은 물이 먹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뾰족귀를 골려 주려고 했거든요. 하여튼 우리는 물을 먹는 건 포기하고 목욕을 하기로 했어요. 그 숲은 전혀 춥지 않았기 때문에 목욕을 해도 될 것 같았어요. 우리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따듯한 물로 목욕을 해 봤어요. 그 느낌! 아~ 정말 멋진 경험이었어요. 우리는 그곳에서 며칠을 더 지냈어요. 더 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거긴 넓은 숲이 아니었어요. 모험을 하기엔 너무 작았던 것 같아요.

우리는 그 숲의 이름을 『얼지않는연못』이라고 짓고 다시 여행을 시작했어요. 우리 목표는 아름다운 오로라를 만나는 거니까요. 또 이삼일 정도를 걸었던 것 같아요. 눈이 많이 쌓인 탓에 속도가 너무 느렸어요. 아마 눈이 없었다면 하루에 도착할 수 있었을지도 몰라요. 나무들이 정말 크게 자란 숲을 만나게 된 건 우리에게 정말 큰 행운이었던 것 같았어요. 우리가 어떤 동물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곳이었으니까요. 그 숲은 『그림자숲』이라고 하더라고요. 숲에는 제법 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었어요. 숲 속은 그다지 춥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다들 남쪽으로 이동하지 않고 겨울을 맞이하는 것 같았어요. 외부에서 동물이 찾아온 건 거의 몇 백 년 만이라고 했어요. 우리가 갔던 그 숲은 순수한 영혼을 가진 동물이 아니면 절대로 찾을 수 없대요. 혹시 찾게 된다고 하더라도 들어갈 수 없다고 들었어요. 뾰족귀와 제가 숲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건 순수한 영혼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그곳에서의 이야기는 너무 긴데 간단하게 정리하자면요. 그림자숲의 입구는 단 하나뿐이고 혹시라도 순수하지 못한 동물과 동행해서 들어갈 수는 있다고 했어요. 다만 순수하지 못한 동물은 그림자를 잃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게다가 너무 오래 머물면 그림자가 영원히 사라져 버린대요. 우리는 그림자숲을 떠나면서 오로라를 본 적이 있는지 물어봤어요. 그들은 별 대수롭지 않게 말했어요. 무지개 마을로 가라고 말이죠. 무지개마을은 전설로만 전해져 내려오는 곳이잖아요. 그래서 그곳이 실제로 있느냐고 물었더니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했어요. 마음먹기에 따라 무지개마을이 가까울 수도 있고 멀리 있을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이해하기 어려운 소리였죠. 하지만 그들도 가본 적은 없대요. 전설처럼 전해 오는 곳이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라는 말만 되풀이했어요. 그런데 대체 어떻게 무지개마을로 가라는 건지 어처구니가 없었죠. 어쨌든 우리는 인사를 나누고 다시 길을 떠났어요. 그리고 우린 하루가 지나지 않아 드디어, 드디어 오로라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 심정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거예요. 아~ 지금 다시 생각해도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곳이에요.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감동이었죠. 오로라는 며칠째 계속되었어요. 우리는 근처에서 먹고 자며 오로라를 감상했어요. 근처에는 작은 숲 몇 개가 있었어요. 그중에 무지개마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무지개마을과 인연이 없었던가 봐요. 갑자기 먹구름이 빠른 속도로 몰려왔어요. 멀리서 눈보라를 일으키는 구름을 볼 수 있었어요. 먹구름이 어찌나 빠른지 해가 지기도 전에 온통 눈보라로 둘러 쌓였어요. 뽀족귀와 저는 그곳에서 얼어 죽는 게 아닌지 별의별 걱정이 다 들었어요. 이리저리 몸을 피할 곳을 찾아다녔는데 다행히도 멀지 않은 곳에 커다란 나무토막이 보였어요. 나무속은 텅 비어 있었죠. 우리는 그 안으로 들어가 숨어 있었어요. 꼬박 이틀을 나무속에 있었죠.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통나무 입구가 눈에 덮여 버리곤 했어요. 우린 번갈아 가면서 입구에 쌓인 눈을 치워야 했죠. 배도 고프고 추웠지만 서로 부둥켜안고 버텼어요. 뾰족귀의 몸은 너무 따뜻했어요. 저는 그렇게 정신을 잃은 채 잠이 들곤 했죠. 그런데 갑자기 푸드덕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어요. 잠시였지만 무서웠어요. 놀라서 갑자기 움직이는 바람에 통나무 속에서 우당탕탕, 여기저기 부딪히고 난리가 났었죠. 그러다 보니 통나무 속이 전과 다르게 꽤 따듯해졌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나무 구멍으로 햇빛도 하얗게 들어왔어요. 눈이 그친 거예요. 눈에 반사되어 들어온 햇빛은 눈을 너무너무 따갑게 했어요. 우리 뱃속에서는 동시에 꼬르르륵 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거의 삼 일째 아무것도 먹지 못했으니 배가 고플 만도 했죠. 하지만 온 세상이 깊은 눈에 파묻혀 있어서 먹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우린 너무 배가 고파서 아무 거나 먹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온 세상의 냄새가 모조리 사라져 버리고 없었어요. 오로라를 만나기 전에 갔었던 그림자숲이라도 찾아갈 생각을 했지만 어디가 어딘지 방향조차 알 수 없었어요. 하는 수 없이 뾰족귀는 눈 속에 얼어 죽은 짐승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한참 만에 멀리까지 뭐라도 찾겠다며 돌아다니던 뾰족귀가 먹을 것을 찾았다고 소리치는 걸 들었어요. 저는 움직일 힘조차 없어서 뾰족귀가 먹을 걸 구해오는 걸 기다려야 했어요. 뾰족귀는 위로 팔짝 뛰어올라 코를 눈 속에 처박으며 구멍을 뚫었어요. 몇 번의 실패 끝에 결국 뾰족귀는 성공했어요. 얼어붙은 들쥐 한 마리를 찾아낸 거예요. 우리는 간신히 허기만 채우고 노란민들레숲으로 향했어요. 뭐라도 먹고 나니까 방향 감각이 살아나더라고요.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돌아오는 길에는 여행을 떠날 때 만났던 숲을 하나도 만나지 못했어요. 방향 감각은 찾은 것 같지만 길을 잃은 게 분명했어요. 그리고 지금 제가 확신하는 건 지금 우리가 있는 이 길은 우리가 그때 돌아왔던 길이예요. 그 길 역시 중간에 눈보라를 만나서 몇 번을 헤매다가 찾아온 거라 경로가 정확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긴 해요.”

동그란엉덩이는 뾰족귀와 함께 했던 오로라 모험에 대해 긴 설명을 했다. 동물들은 동그란엉덩이와 함께 이야기 속에 빠져 있었다.

“정말 멋져요!”

모든 동물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우리 동굴 탐사대가 입구를 잘 찾아내면 좋을 텐데~”

동그란엉덩이는 달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달빛이 높이 솟아 있는 나뭇잎 사이로 슬그머니 빛을 비추고 있었다.







어때요? 우리 엄마와 돌아가신 아빠의 멋진 신혼여행 이야기였어요. 우리는 태니와 무지큰발 아저씨, 빠른발 형이 비밀의 동굴에서 무사히 입구를 찾아내서 돌아오기를 빌었어요. 지금쯤이면 동굴 입구에 도착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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