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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Oct 11. 2019

잠자는 땅, 시비리
11화 - 진실 게임 1

이제야 숲의 지도자들이 우리 엄마 동그란엉덩이의 말을 믿게 되었어요. 아빠와 엄마의 멋진 모험 이야기에 매료되어버린 거죠. 무지개마을이 아니더라도 그림자숲이나 얼지않는연못에 새로 정착을 해도 좋을 것 같았어요. 요정들이 산다는 숲에는 어차피 다른 동물들이 살지 않으니 그곳에서 살게 되어도 좋을 것 같았죠. 엄마의 표현에 따르면 정말 멋진 곳들인 것 같았어요. 비록 엄마 역시 무지개마을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그림자숲의 동물들이 무지개마을이 근처에 있다고 했으니 말이죠. 어쨌든 우리가 그림자숲을 찾게 되기면 무지개마을을 찾는 게 어려울 것 같진 않아요.

새벽이 찾아오자 노란여우 할아버지는 넓은 공터를 찾아 동물들을 불러 모았어요. 그리곤 엄마가 해 준 이야기를 간단하게 정리해서 설명을 해 주셨어요. 노란여우 할아버지는 정말 공정하신 분이에요. 한 마리의 동물이라도 반대의견이 있으면 일단은 끝까지 이야기를 들어주셨어요. 그리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해 주셨지요. 하지만 모든 동물들이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았어요. 우리는 어릴 때부터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배웠어요. 하지만 엄마는 꼭 그게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고 했어요. 모두가 같은 의견을 따랐는데 그게 잘못된 일이라고 해서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우거나 할 수는 없잖아요. 엄마는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틀리거나 이상한 게 아니라고 하셨어요. 소수의 의견이라고 해서 무시하거나 모른 척 하기보다는 소수의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들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적어도 한 번쯤은 귀 기울여야 한다고 하셨어요. 진심으로 들어주어야 한다고요. 비밀의 동굴 탐사대가 되어 떠난 태니와 무지큰발, 빠른발의 경우처럼 말이에요. 태니 일행이 정말 비밀의 동굴에서 무지개마을로 가는 지름길을 찾아낼 수 없을지도 몰라요. 어쩌면 그럴 가능성이 더 높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노란민들레숲 동물들의 목숨이 달린 일에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자세야 말로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해 주신 말이 기억나요. 세상은 다수가 무시해왔던 것을 소수가 바꿔 놓은 거라고요. 그 뜻을 이제는 알아요.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굽히지 않고 증거와 결과로 보여주는 건 절대 고집이 아니란 것을 말이에요. 그리고 세상에는 노력 없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할아버지는 목숨을 걸고라도 노력하는데 세상에 이루어지지 않는 일은 없다고 하셨어요.






“자~ 이제 잘 알겠지요? 일단 무지개마을로 갈 겁니다. 에헴~ 그리고 나는 앞으로 어떤 연설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일은 새로운 지도자가 된 동그란엉덩이가 이끌어 갈 테니 믿고 따라 주길 바랍니다. 에헴~ 모든 동물들을 위해 동물의 신께서 함께 해 주실 겁니다.”

노란여우 할아버지는 연설을 마치고 바위 위에서 내려왔다. 여정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할아버지는 벌써 많이 지친 모습이다. 동물들은 잠시 혼란에 빠진 듯 시끌벅적했다.

“무지개마을이 정말 있기는 한 거야?”

“거기에 가본 동물이 없지 않아?”

“동그란엉덩이가 가봤다면서~”

“아냐! 근처까지만 가봤대!”

“뭐? 그럼 확실하지도 않은 곳에 우리를 데리고 가겠다는 거야?”

“이제 곧 겨울이야. 왜 다른 동물들과 반대방향으로 이동해야 하는 거지?”

“위험해! 나는 차라리 여기에 남겠어.”

“아냐! 나는 반대쪽으로 가겠어.”

동물들은 혼란스러웠다. 노란여우 할아버지의 의도와는 달리 동물들은 의견이 나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내가 그럴 줄 알았지!”

큰 소리를 치며 나타난 동물이 있다. 노란민들레숲 지도자 투표에서 떨어진 늑대, 까칠한흰수염이었다. 멀리 사라져 버린 줄 알았던 늑대들이 무리를 지어 다시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늑대들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피투성이에다가 어떤 녀석은 불에 그을려 털이 다 못쓰게 된 상태였다. 아무리 봐도 겨울을 나긴 어려운 지경으로 보였다. 까칠한흰수염 역시 한쪽 눈에 상처를 입었는지 눈두덩이가 탱탱 부어 있었다.

“대체 또 무슨 일을 꾸미려고 나타났지?”

이번에는 동그란엉덩이가 나섰다.

“흐흐~ 우리는 사냥꾼들과 싸워 보기라도 했지만 너희들은 그저 도망치는 것 밖에는 할 줄 아는 것이 없잖아. 그렇게 도망만 갈 것 없어. 사냥꾼들은 우리처럼 힘이 센 동물들을 무서워해. 너희들이 내 밑으로 들어온다면 노란민들레숲을 인간들에게서 지킬 수 있게 해 주겠어. 이 추운 계절에 어딜 간다는 거야? 너희들은 사냥꾼을 피해 도망가다가 모두 얼어 죽거나 굶어 죽을 거야!”

까칠한흰수염은 있는 힘껏 목청을 높여 소리쳤다.

“맹세코 우리를 속이려 하지 마! 우리들은 절대 사냥꾼들을 이길 수 없어!”

동그란엉덩이가 소리쳤다.

“무슨 소리! 우리는 벌써 사냥꾼들을 네 명이나 잡아먹었지. 얼마든지 우리가 싸워 이길 수 있어!”

까칠한흰수염은 동그란엉덩이를 비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한마디 더했다.

“우리 노란민들레숲 동물들은 겁쟁이만 있었나?”

“우린 겁쟁이가 아니야. 그리고 너희들처럼 사납고 싸움을 잘하는 동물도 많지 않아. 다른 동물들은 사냥꾼과 싸워서 이길 수 없어.”

동그란엉덩이가 소리치자 늑대들은 야유하는 듯 우~우~ 하는 소리를 냈다. 까칠한흰수염은 어깨에 힘을 주며 말했다.

“싸울 수 없는 동물들은 필요 없어. 그깟 도움도 되지 않는 녀석들까지 목숨을 걸면서 도와주고 싶지 않아. 그러지 말고 여우들도 우리에게 힘을 합치는 게 좋을 걸~ 너희들이 있지도 않은 무지개마을을 과연 찾을 수나 있을까? 그러다 만약 찾지 못한다면 어쩔 거야? 네가 말하는 그 책임은 누가 질 거지?”

까칠한흰수염은 늑대 무리를 뒤돌아 보았다. 늑대들은 이번에 늑대 특유의 소리를 내었다. 고개를 하늘로 치켜들고 아우~ 하며 온 숲을 울렸다. 숲 속 분위기가 괴이하게 느껴졌다. 그러자 동물들의 행동들이 어수선해졌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편이 갈라지고 있었다. 이미 갈색곰 몇 마리가 늑대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몇몇 동물들은 눈치를 보다 하나 둘 늑대들의 무리로 자리를 옮겨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힘이 센 동물들 대부분이 늑대들의 편에 섰다. 이윽고 늑대들의 편에 훨씬 많은 동물들이 서 있었다. 절반을 훨씬 넘은 것이다. 그러자 결정을 하지 못해 갈팡질팡하던 동물들 마저도 자리를 옮겼다. 그러자 늑대들의 편이 더 많아졌다. 동그란엉덩이의 편에 남은 동물들은 대부분 힘없고 작은 동물들이었다. 어차피 그들은 평생을 늑대들에게 괴롭힘을 당해왔던 동물들이다. 그들의 편에 선다고 하더라도 늑대들은 계속 괴롭히거나 잡아먹을 게 뻔했다.

“자! 봤지? 이제 다들 우리와 함께 사냥꾼에 맞서 싸울 거야. 넌 어떻게 할 거야? 그래도 그 무지개마을인지 하는 곳으로 갈 건가?”

까칠한흰수염은 뒤에 선 동물들의 힘을 얻은 듯 의기양양해져서 말했다. 동그란엉덩이는 어찌해야 할지 고민됐다. 동그란엉덩이는 동물들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사냥꾼을 이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잠시 고민을 하던 동그란엉덩이는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힘없는 동물들을 살려야만 했다.

“알았어. 우리는 계속 무지개마을로 가겠어. 나중에 다시 우리를 찾아오게 되더라도 막지는 않겠어. 다만 까칠한흰수염 너에게 부탁할게. 부디 우리 숲의 동물들이 다치지 않게 잘 지도해 주길 바라. 꼭 부탁할게.”

까칠한흰수염은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한쪽 눈이 탱탱 부어 있는 험악한 모습에 야비해 보였다. 까칠한흰수염은 동그란엉덩이 편에 선 약한 동물들을 비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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