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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부엌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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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ug 22. 2022

이곳은 회사인가, 식당인가?
열네 번째 이야기

우족, 사골, 우둔살 사다가 별 거 다 해 먹다

인터넷 최저가의 절반 정도의 가격으로 한우 우둔살과 사골, 우족 그리고 잡뼈도 구입했다. 가격대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만큼 해서 125,000원에 샀다면 놀랄 일이다. 며칠 전 비비고 사골을 한 박스나 사 두었지만 직접 해서 먹는 게 우선이다. 이 녀석들을 보니 나름 생각한 바가 있어서 이틀 동안 고집스럽게 끓여서 여러 가지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건 지난주 목요일부터 오늘 월요일 점심까지의 이야기다. 하여튼 사무실에서 틈만 나면 뭔가를 만들고 있는 나! 탕비실은 언제부터인지 내 전용 공간이 되어버린 듯하다. (탕비실이 절대 좁지 않다)



구입한 것들 중 절반밖에 쓸 수 없었다. 우족 하나가 얼마나 큰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테니까 이 사진만 봐도 알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현장에서 바로 잘라서 가져온 거라 비록 냉동이라지만 싱싱하다고 해도 될 것 같다. 아직 녹지도 않았으니...

1차로 한 시간 정도 끓인 물은 전부 쏟아 버린다.

그나저나 점심밥 먹고 산책이나 할 것이지 월요일부터 글질이라니... (이런 글도 십몇 분이면 다 쓰기 때문에 별 걱정은 없다. 생각 나는 대로 후다닥 써버리고 마는 잡글이니까)



냉장 한우 우둔살 2kg을 샀다. 스지도 거의 500g 이상 서비스로 얻었다. 원래는 양지를 구입할 생각이었는데 다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우둔살 직행이다. 우둔살은 육회와 육사시미 부위로 쓰인다. 우리도 당연히 먹어야 하겠기에 일부만 남겨 두고 정비를 시작했다.



들통이 작아 보이지만 절대 작은 거 아니다. 뼈다귀와 스지를 넣고 끓기 시작한 시점에 우둔살 덩어리를 너무 크지 않게 잘라 퐁당@@@@



세 시간 이상 끓이며 기름을 걷어냈다. 업무 보면서 수시로 들락거리는 수고는 어쩔 수 없다. 내겐 이게 쉬는 시간이다.



우둔살 넣은 후 한 시간이 지나 사골 상태를 확인하고 스지와 우둔살 덩어리를 건져 냈다.

아주 자~알~ 익었다.



왼쪽 스지, 오른쪽 우둔살.



사골, 우족, 잡뼈를 끓인 물에 우둔살과 스지를 삶아 꺼내고 사골은 계속 끓인다. 소면을 꺼내 삶고 찬물에 식힌 후 얼음에 비벼 면을 쫄깃하게~



우둔살은 먹을 만큼 덜어 사골국수에 넣어 먹으라는 의미로 그릇에 담았다. 기름을 최대한 걷어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기름이 있긴 했다. 여러 양념을 해서 본연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은 했지만 결과는 역시 맛있다. ㅎㅎ 여기까지는 그냥 기념 삼아 요리한 것이고~



어차피 저녁식사가 된 거라 우둔살로 육사시미를 준비했다. 최대한 얇게 썬다고 회칼을 쓰긴 했는데 역시 전문가의 손길과는 다른 게 확연하다. 그래도 맛만 있으니 다행이다. 소 잡은 날 바로 사 온 거라 역시 신선도가 끝장이다.



퇴근하기 전(이것 때문에 9시까지 있었다) 마지막 상태를 확인했다. 기름은 계속 떠내고 있는데 이젠 뼈에서 아주 중요한 사골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 잘 분별해 떠내야 한다.

타이머가 2시간 단위로 되어 있는 인덕션을 재가동하고 퇴근이다.






8시부터 다시 끓이기 시작했다. 아침에도 온기가 남아 있었다. 얼마나 뜨거웠으면~ 하긴 여름이기도 하지. 아무튼 계속 끓였다. 점심에도 먹어야 하겠기에.



이제 뽀얀 사골이 되고 있다. 아직 멀긴 했다. 적어도 여섯 시간은 더 끓일 생각이다. 1탕 2탕 필요 없다. 그냥 졸이고 있다. 식당도 아니니 3탕 같은 건 하지 않는다.

레시피 같은 개념은 별로 없다. 닥치는 대로 맘 내키는 대로 양념을 하는데 그건 그때그때 다르다. 내 맘이니까. 소면을 삶아 사골육수 베이스의 탕에 넣고 먹어봤다. 역시 베이스가 중요하다. 너무너무 맛있었다는~



미리 주문해 두었던 우거지를 삶기 시작했다. 이미 삶아서 나온 걸 주문했지만 그래도 한 번은 더 삶아줘야 할 것 같아서다.



이번에는 뼈에서 기어 나온 영양 덩어리를 모두 건져 먹기 좋게 문질러 놓았다. 역시 끓이면 끓일수록 색이 나온다. 저녁도 먹고 퇴근할 생각으로 2인분을 준비했지만 결국 나 혼자 먹고 말았다.



사골 육수에 고기들을 넣고 우거지에 된장을 조금 풀고, 마늘과 청양고추와 버섯 등을 넣고 또 끓였다.



밥을 조금 덜어서~~



이렇게 해서 먹어 치웠다.

당연히 겁나게 맛있었다.

문제는... 시중에 익혀서 파는 우거지가 너무 질겨서 씹다 지쳐서 우거지는 죄다 버렸다.



이건 자매품으로 냉동실에 굴러다니던 어묵 몇 가닥을 꺼내 잘게 자르고 마라 어묵볶음을 만들었다. 제주도 청양고추 2개로 끝장나게 매운 녀석인 거다. 얼마나 맛있는지 우리 식구들 빼곤 모른다는...



드디어 시래기가 왔다. 양구 펀치볼 마을에서 주문한 거다. 토요일에도 출근했다. 시래기 삶으러. ㅎㅎ 미친 거다. ㅠㅠ

시래기도 이틀을 삶았다. 월요일 오전까지... 아주 기똥찬 녀석이 되어 있다. 이건 부산의 명물인 시락국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명작을 만들어 보이려고 한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점심엔 사골 순댓국을 해서 먹었다. 역시 사 먹는 것보다 맛있지. 순대만 제주도 동문시장 할머니 순대로 바뀌면 딱인데... 아쉽긴 하지만 어쨌든 오늘 점심도 명품 만들어 먹었다.





이번 주에는 시래기로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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