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났으니 사고다

by 루파고

자전거를 타면서 사고가 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통계적으로 어떤 자료가 나와있긴 하겠지만 그런 것까지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허리가 좋지 않아 타게 된 로드바이크. 벌써 5년 차가 됐다.

세월 정말 빠른 것 같다.

나는 자전거를 타면서 내가 직접 겪었던 혹은 지인들이 겪었던 사고들을 생각나는 대로 나열해 봤다.

(역시 또 화장실에서 30분을... 치질의 근원이다.)

아래 사고들 때문에 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거나 심지어는 사망에 이른 경우도 있다.



마침 고글을 두고 나왔는데 벌레가 눈 흰자위에 꽂혔다.

엄청 큰 파리가 콧구멍에 박혔다.

옆에서 튀어나온 고라니에 받쳐 6미터를 날아갔다.

비둘기가 피해 날아가다 휠에 꽂혔다.

오른쪽으로 가던 앞선 자전거를 피해 왼쪽으로 달리는데 갑자기 왼쪽으로 돌진해 부딪쳤다.

앞에서 오던 자전거가 갑자기 나에게 달려들었다.

모래가 깔린 바닥에서 코너링을 하다 넘어졌다.

도로 경계석 사이에 바퀴가 끼었다.

단차에 바퀴가 튕겨 반대 방향으로 날았다.

앞 자전거 뒷바퀴에 내 자전거 앞바퀴가 걸렸다.

앞 자전거가 급정차를 했다.

멀쩡히 잘 가던 차량이 나를 밀었다.

내 옆을 고속으로 달린 트럭이 만든 와류에 자전거가 크게 흔들려 넘어졌다.

다운힐 코너를 도는데 펑크가 났다.

반대편 차선의 차량이 나에게 돌진해 왔다.

고라니를 겨우 50센티 옆에 두고 백 미터를 함께 달렸다.

도로를 지나가는 뱀을 피하지 못했다.

시골 갓길에 고라니 등 로드킬 당한 동물이...

옆을 지나가는 덤프트럭 뒷바퀴에 핸들이 걸릴 뻔했다.

움푹 파인 도로에 바퀴가 튕겼다.

교통사고 잔해에 자전거가 부딪쳤다.

갑자기 나타난 웅덩이에 놀라 브레이크를 잡았는데 자전거가 앞으로 뒤집혔다.

봉크가 와서 쓰러졌다.

호흡이 곤란해 자전거를 멈춰 세우고 바닥에 주저앉았지만...

앞 자전거에서 떨어진 물통을 밟아 낙차 했다.

앞 자전거가 넘어졌는데 미처 피하지 못해 그 위로 넘어졌다.

나뭇가지가 얼굴을 때렸다.

날파리떼가 덮쳤다.

말벌이 날아와 쏘았다.


이것 말고도 엄청나게 다양한 경우가 있었을 거다.

당장 기억난 것만 해도 이 정도니 말이다.

그런데 난 지금 라이더들의 부주의나 불행으로 인한 결과를 널어놓으려 한 게 아니다.


사고가 났으니 사고라고 한다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이 급해진다. 그렇지 않고 침착한 사람이 있기야 하겠지만 겉보기 하고는 달리 완전히 침착할 수는 없을 거다.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급히 궁리를 할 것이다. 행위적인 경우라면 운동신경이 좋아 본능적으로 몸이 움직일 수도 있고, 상황적인 경우라면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할 것이다. 침착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스리면서도 그게 맘처럼 쉽지는 않다. 하지만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좀 더 여유로운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엎질러진 물이 다시 그릇으로 돌아가게 만들 초능력이 우리에겐 없다. 사고가 났는데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며 사고로 인한 결과를 걱정한들 무슨 답이 있겠는가? 의연히 대처하는 게 답인데 후회가 되지 않고 걱정이 안 될 수는 없지만 내려놓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 솔직히 답은 없다. 다만 주변인이 그 모습을 봤다면 침착하고 차분해지도록 도와주면 그나마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번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보니 '워~워~' 시키라는 우리 일상에서 흔히 쓰는 표현을 한다. 스스로에게도 '워~워~'가 필요하겠지만 곁에서 '워~워~'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위험하거나 급박한 상황에 곁에서 도울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 역시 조급해서 미칠 지경일 수 있다. 하지만 제삼자인 그 역시 스스로를 누르고 다스려야 한다.


어제 있었던 에피소드가 있어 짧은 듯 긴 글을 써 봤다.

아무튼 어쨌거나 자전거 탈 때도 조심하자.

끄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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