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살아도 섬에 사는지 모르는 아이들

높이 나는 새가 세상을 본다

by 루파고

오래전 완도가 고향인 선배에게서 재밌는 얘길 들었다.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 저학년이던 시절 선생님은 이런 질문을 했다.



우리가 사는 섬의 이름이 뭘까요?


선생님의 질문에 답을 하는 아이들이 없었다고 한다. 요즘이야 아이들에게 주소를 외우게 하곤 하지만 당시엔 그런 교육을 받거나 할 필요도 없던 시절이었던 거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질문이 의아했고 반장은 뭔가 자신 있는 듯 우쭐거리며 이렇게 대답했다.


선생님.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섬이 아니에요. 바다가 없잖아요.


황당해서 입을 다물지 못하던 선생님은 이내 껄껄거리며 웃더니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공부는 안 하고 산으로 올라가니 아이들이야 좋아 죽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한 번도 산 꼭대기까지 올라가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은 낑낑거리며 선생님 뒤를 따랐다. 얼마나 올랐을까? 사방에 바다로 둘러싸인 풍경을 본 아이들은 그제야 자기가 섬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완도에 살면서 섬인 줄 몰랐던 아이들의 그릇이었던 거다.

그릇을 두고 이런 이야기를 먼저 던져 보았다.

내가 모른다 하여, 혹은 내가 아는 것과 다르다 하여 타인의 의견을 짓누르는 건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거나 마찬가지다. 내가 아는 게 얼마나 되는지 가늠할 수 있는 계측기가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건 존재하지 않으니 스스로 자세를 낮추고 타인의 말을 경청할 줄 알아야 한다. 높이 날면 수평선을 볼 수 있다. 흔히 아는 것처럼 기껏 나무 높이도 날지 못하는 새가 어떻게 숲의 크기를 알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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