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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pr 19. 2023

산골 깊숙한 화장실

외국 여행을 하다 보면 독특한 화장실을 만나게 된다.

많은 국가를 다녀보진 못했지만 내겐 지금도 잊히지 않는 충격적인 화장실이 있다.

어쩜 그렇게 청결하고 깔끔하고 아늑하며 냄새조차 나지 않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일본 국립공원 안에서 만난 화장실이다.


사진이 없어서 안타깝지만 글로 설명하면 이렇다.


해발 2,000미터 넘었을까?

등산 중 암자 같은 곳을 하나 만났다.

왜 거기까지 올라가서 속이 편치 않은 것인지 급히 화장실을 찾아야 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화장실일 거라고 보이는 건물을 찾아보니 왠지 화장실이 있을 장소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엉뚱한 장소에 화장실 다운 목조 건물 하나가 덩그러니 자리 잡고 있었다.

왜 엉뚱한 장소라고 느꼈는지 직접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세 사람 정도는 들어가도 될 정도로 널찍한 목조 화장실이었는데 황당하게도 변기는 없고 바닥이 뚫려 있었다.

그게 변기였던 것이다.

화장실 내부는 냄새도 전혀 나지 않고 너무 깨끗해서 놀라웠다.

그런데 문제는 화장실 건물 아래로 계곡이 흐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깊은 산속 화장실의 분뇨 처리가 그렇게 이뤄지고 있었는데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계곡에 떨어진 분뇨가 흐르고 흘러 분해되어 어디까지 이어질까 싶었던 거다.

등산을 하다 보면 맑은 계곡물에 목도 축이곤 하게 되는데 방금 내가 마신 맑디 맑은 계곡물도 상류에서 해결한 누군가의 분뇨의 습격을 받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그걸 친환경이라고 해야 할 것인지 고민스러운 현장이었는데 20년도 훌쩍 지난 지금 그 화장실은 아직 존재하고 있을까?




일본 산장에서 만난 화장실도 황당했지만

중국 북경에선 서로 얼굴을 보며 대사를 치러야 하는 공중화장실도 있었다.

속이 부글거리는 상황을 어떻게 참아냈는지 그날 난 간신히 호텔까지 돌아와 일을 해결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선 거의 사라지고 없는 일명 푸세식 화장실, 똥뚜깐도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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