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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May 08. 2023

여자친구와 첫 자전거 데이트

어린 시절 사진이 죄다 제주도 집에 있어서 가끔 불현듯 생각나는 사진들을 당장 꺼내보지 못하는 불편함이 있다.

머릿속에 빙빙 돌던 사진 한 장의 행방이 묘연해 사진첩을 몇 번이나 뒤졌다.

평소 사진첩을 쳐다보지도 않던 내게 무슨 심경의 문제가 있나 싶으신지 내 하는 짓을 쳐다보는 엄마의 시선이 느껴졌다.

행여나 이상한 상상을 하며 걱정을 키울 엄마를 안정시킨 후 내가 찾던 사진의 행방을 물었지만 엄마도 그 사진의 존재는 어렴풋이 기억나지만 어디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너무 아쉬웠지만 없는 사진을 갑자기 나타나게 만들 수도 없는 일.



대신 기억엔 없지만 엄마의 설명으로 첫 여자친구와 찍은 사진이라는 이 한 컷을 촬영해 왔다.

능력이 없어서 지금도 싱글인 판에 이렇게 어린 나이에 여자친구를 사귄 적이 있었구나...

자전거는 당시 유행했을 네발 자전거다.

이걸 자전거라고 해야 할까 싶지만 말이다.

내가 찾는 사진은 이 자전거에 아빠와 남동생과 나 셋이 탄 모습을 남겨둔 건데 돌아가신 아빠와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니 살점 하나 뚝 떨어져 나간 느낌이다.

진작에 디지털로 남겨 뒀어야 했어야...

다음 제주도 일정엔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변환 작업을 해야겠다.

혹시 모를 또 다른 후회를 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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