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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Sep 12. 2022

여길 안 가봤다면 안덕계곡을 안다고 말하지 말라

제주도의 마지막 비경, 여기가 진짜 안덕계곡이다

사실 군산오름이 지금의 유명 관광지가 된 것도 내 탓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될 줄 알았으면 알리지 말 것을... 지인들에게 탓하는 소릴 들을 때면 후회스럽긴 하지만 누가 시발점이 됐을지는 알 수 없지만 누군가는 알리게 됐을 곳이다.

그런데 지금 소개하는 안덕계곡은 어떤 인플루언서도 모르는 제주도의 숨은 비경 중 하나다.

당연히 사람 구경 어렵다. 내가 군산오름 다닐 때만 해도 사람 구경하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차 다니기도 힘들 지경이다. (날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난 돈 내고 가는 관광지는 안 다닌다. 최근 아르떼 뮤지엄에 가서 돈 아까워서 얼마나 후회를 했던지...)

난 제주도의 어지간한 토박이보다 제주도 구석구석 안 가본 길이 거의 없이 쏘다닌 사람이다.

골목골목은 물론 해안선을 걷기도 하고 아직 전부 돌진 못했지만 올레길도 많이 돌았고(올레길이란 게 생기기 한참 전부터 혼자 배낭 메고 걸어서 다녔다) 자전거 타고 환상자전거길도 세 바퀴 돌았다. 그중 두 번은 당일치기(시계방향 한 번, 반시계 방향 한 번)였다. 산록도로 종주 라이딩도 했고, 여기저기 자전거 타고 많이도 다녔다. 아직 목표한 바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정말 말도 안 되는 길까지 다녀본 것 같다. 오름을 전부 오르겠다던 목표는 먹고 사느라 바빠서 아직은 접어 두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정말 방송에도 나오지 않은 곳을 의외로 많이 아는 것 같다. 호기심 많은 성격 탓에 안 가본 길은 가봐야 직성이 풀려서다. 아무튼 내가 생각해도 차로, 자전거로, 도보로 엄청 돌아다니긴 했다.


지금 소개하는 곳은 은근히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도 알려지지 않은 비경이다. 길이 없는 곳에 길을 만들었다는 건 분명한 이유가 있음인데 내가 이곳을 알게 된 것만 해도 5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아직도 비밀의 숲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사람이 찾지 않는 굴 보면 아직 홍보가 부족하고 인플루언서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라는 걸 증명하는 거다.



화순 화력발전소에서 가까운 올레길 코스 진입로와 가까운 곳이다. 이쪽 올레길은 준비 없이 찾았다가 조난 사고가 났던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있던 곳이다. 험해서라기보다는... 이게 정말 올레길 맞나 싶을 정도로 관리가 부실한 구간이기 때문이었을 거다. 지금은 좀 나아졌나 모르겠는데 지난해 랭글러 가지고 올라가 봤었는데 사람 구경조차 못 했을 정도였다.(도보로 몇 년을 다녔어도 사람을 마주친 적이 없었다.)

진입로엔 동굴이 두 개 있는데 해식동굴도 아닌 것이 어떤 연유로 생긴 것인지 알 수 없다.



초반부터 가파른 계단이 시작되는데 겁먹을 필욘 없다. 처음부터 겁만 줬을 뿐이지 여길 올라서면 한동안 평지나 다름없다. 게다가 가다 서다를 반복하게 만들 정도로 명풍경이 이어진다. 길이 어쩌고 저쩌고를 따질 이유가 없어진다.



정비되지 않은 길의 시작이다. 요즘 분위기로는 이게 진짜 사람 다녀도 되는 길인지 걱정될 정도지만 제대로 데크를 깔아 둔 것만 봐도 길은 길인 거다. 게다가 잘 보면 아주 가끔은 사람이 다닌 흔적도 있다.



여기까지 가도 비경의 존재를 알 수 없다. 이 코스를 왕복하면 모를까 가급적 자주 뒤를 돌아봐야 한다.



이런 계곡이 제주에 또 있을까? 단연코 없다. 안덕계곡이 유명세를 탄 건 영화 때문이었는데 지금까지 어떤 매체에도 여긴 공개된 적이 없다. 안덕계곡이 유명한 이유 중 하나는 상시 물이 흐른다는 거다.

역시 그렇다. 제주에서 이렇게 물이 흐르는 계곡은 많지 않기도 하지만 안덕계곡은 많이 특별하다.



아마 또 다음 메인에 뜨고 많은 여행자들이 찾아가게 되겠지만 후회는 없다. 이게 이제는 나름의 뿌듯함을 주니까 말이다.  다만 여기 가서 쓰레기 버리는 등 비도덕적인 짓만 하지 않으면 좋겠다.


원시림이다. 곶자왈의 계곡 버전인 거다.


처음엔 이게 뭔가 싶을 거다. 사람의 손길이 닿은 곳은 데크길만이 아니다. 얼마나 된 것인지 알 순 없지만 보가 있는데 그것마저도 오래되어 마치 안덕계곡의 일부인 양 자연스럽다.


어딜 봐도 제주스럽다. 곶자왈과는 다른 멋짐이다.


나중에 여행자들이 많이 찾게 되면 이런 자연스러움이 덜 하게 되겠지만 아직은 그냥 이렇다. 참 자연스러운 곳...

그리고 주상절리도 있다. 사태가 걱정스럽긴 하지만 가까스로 매달린 듯한 조각들이 멋지다.



이렇게 한 바퀴 돌고 나오면 개끄리민교라는 교량이 있다. 이 소개글에 보인 것도 여기서 시작이긴 하다.

문제는 아직 주차공간이 넉넉하지 않은데 어차피 걷기로 했다면 화순 화력발전소 쪽으로 계곡 따라 내려가면 인근에 주차장 넓으니 거길 이용하면 된다. 거기 화장실도 있고 거긴 좀 지저분하니 해수욕장으로 가면 잘 정비된 화장실도 있다.

급똥에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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