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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부엌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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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Sep 12. 2022

추석 엄마표 밥상은 언제나

엄마 요리는 언제나 추억이다. 특히 만둣국은 엄마의 대표 요리 중 단연 으뜸이다. 워낙 실험정신이 투철한 엄마는 매번 새로운 만두를 개발하곤 했는데 이번엔 최초의 만두로 돌아왔다. 왠지 이번 명절엔 원래 먹던 만두를 먹고 싶었다며...


엄마의 여러 가지 만두 중 맛이 없던 건 전혀 없었다. 만두로써는 각기 독특한 맛이고 이상할 것 없었기 때문이다. 기발하다 하여 전에 없던 맛도 아닌데 이상하게 만두로 만들어내는 엄마의 아이디어는 신박하기 그지없다.

아무튼 이번 추석엔 정말 몇 년 만에 맛보는 김치만두의 정석을 만났다. 양이 엄청나다며 덜어 달라던 나는 덜지도 않고 저걸 다 먹어치우고 말았다. 양이 늘어난 것도 아닌데 한번 숟가락을 대면 절대 멈출 수 없는 맛. 이건 내 어린 시절부터 온 동네에 소문이 났었는데 나름의 식도락가가 되어버린 나는 어느 유명 만두집에 간다 해도 절대 맛볼 수 없었다. 물론 절대적인 맛이란 없다. 각기 개성적인 맛인 거다.



며칠 전 바다에 나가 운이 좋아 발견한 청각 두 뭉치. 그게 데쳐져 밥상에 올랐다. 독특한 식감과 향 때문에 못 먹는 사람도 있다. 난 없어서 못 먹는데... ㅎㅎ 경쟁자가 줄어든다는 건 좋은 일이다.


집 앞 텃밭에서 키운 브로콜리. 무농약이다. 브로콜리에 농약 쓰는 걸 본 사람은 브로콜리를 먹지 못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농약 없이는 절대 키우기 어려운 작물 중 하나라는데 엄마는 기어코 무농약으로 이걸 키워낸다. 그만큼 정성이 필요하다는 거다. 매일매일 직접 손을 봐야 하는 번거로움이다.



일주일 전쯤 선물로 얻은 제주 돌게장. 여기에 조금의 가미를 했다고 하신... 밥도둑이라는데 역시 그렇다. 사실 딴 반찬이 필요 없지만 엄마의 다른 반찬들 모두 밥도둑인 관계로.



봄에 한라산에서 꺾어온 고사리. 일 년 내내 먹고도 남을 분량이 아직 있다. 역시 그 질감이란...

매년 느끼는 거지만 엄마표 고사리는 파는 것과 다르다. 이유는 사실 별 거 없다. 팔 목적이 아니라서 억센 부분은 꺾지 않기 때문이며 고사리밥을 탈탈 털어버리기 때문이다. 파는 고사리와 다른 이유다. 고사리 꺾는 재미에 매년 식구들 먹을 분량을 넘기기 때문에 남은 건 항상 지인들 선물하거나 조금씩 팔아서 용돈 정도 하는...



요건 정말 뭐라고 해야 할까? 보통 간장에 졸이는 연근인데 엄마표 연근은 매우 아삭아삭한 질감으로 식감을 자극한다. 이 때깔의 비밀은 다름 아닌 비트청이다. 이번 비트는 텃밭에서 키운 건데 비트청 자체가 일단 큰 역을 한다.


뻔한 우엉조림이라 이번엔 순위에서 밀리긴 했지만 이것도 단연코 일품이다. 한 뭉치 얻어 왔으니 잘게 다져 유부초밥 감이다.


이건 절말 설명이 안 되는 녀석이다. 역시 비트청 베이스인데 이 청량감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자연산 사이더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밥 먹기 전에 한 모금 쭉 들이키면 이것보다 좋은 애피타이저는 없다. 뭐라고 설명할 수도 없고... 제조법을 듣곤 왔는데 같은 맛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ㅎ

암튼 며칠 후 도전!!!!



며칠 동안 생갈치 구이를 죽자 사자 먹었더니 오늘은 박대 구이가 나왔다. 손이 큰 엄마는 이웃들에게 항상 이것저것 만들어 나눠 주시니 이런 선물도 들어왔다. 생갈치도 한 박스 선물로 들어왔다고...

아무튼 손 큰 사람에게는 들어오는 선물도 크다.



이건 삼 년 전 집 앞마당에 심은 무화과나무에서 수확한 거다. 추석 전에 익은 건 무화과 잼이 됐거나 냉동실로 직행했다. 마침 하나가 잘 익어 참새 차지가 되기 전에 내 차지가 됐다. 역시 이 맛이란...

곧 얼린 무화과가 온다. 그건 바로 나의 특제 비법으로 기똥찬 무화과 잼이 될 거란 사실.

역시 이번 추석도 풍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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