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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부엌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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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Sep 16. 2022

뿔소라는 이렇게 먹는다

추석 십여 일 전부터 뿔소라 밭을 발견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몸은 이미 현장에 가 있었지만 현실은 업무 중. ㅎㅎ 추석이 오면 당장에 달려가 뿔소라를 잡아 맛있게 먹어 주겠노라며 각을 세우고 있었고 드디어 결전의 날이 왔다. 게다가 바위틈엔 대형 삿갓조개도 가득이라고... 게다가 태풍이 지나갔으니 물이 뒤집어져 깊은 곳에 있던 녀석들이 많이 올라왔을 거라고 했기에 기대 또한 가득했다.



사진으론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양이 제법이다.



말해 무엇하랴. ㅋㅋ 사이즈가 장난 아니다. 해녀께서 친히 동참해 물질을 했지만 수확은 내가 더 많았다.



일부는 삶아서 냉동시켜 육지로 내보내고. (엄밀히 따지면 내가 가져갈 거다)



깨고 다듬는 게 귀찮아서 소라 회는 생략하기로 했다. 큰 녀석들 일부는 숯불에 구워서 먹었다. 누구는 입구가 위를 보게 해서 굽는다는데 난 배우기를 이렇게 배워서 이게 맞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누가 말하길 입구가 위를 보게 해서 구워야 소금물을 머금은 소라가 소라 껍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어 더 맛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네 솥을 삶았다. 결코 적은 양은 아니다. 외지인은 절대 모르고, 외지인은 절대 알아선 안 되는 소라 밭을 동네 사람도 몰랐다고 하니 참 재밌는 일이다. 역시 밭은 밭이었던 거다.



이건 삿갓조개인데 전복과라고 한다. 이 녀석도 보말처럼 찬밥 신세였었는데 이젠 몸값이 귀해졌다. 이젠 바다에서 잡아먹을 게 없으니 이쪽으로 눈이 돌아간 모양이다. 아무튼 전복보다 영양가 많다고 하는데 영 양이 적어서... 그런데 이 정도 되는 삿갓 조개도 상당히 많았다. 만약 소라 줍는(잡는?) 데 정신만 팔리지 않았다면 삿갓 조개 따느라 혈안이 됐을 것 같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나의 사랑 거북손은 보이지 않았다. 역시 나의 비밀의 장소로 가야...



이렇게 삶아진 소라를... 서프로는 어떻게 했을까?



짜잔! 데리야끼 소스를 만들어 이렇게 만들었단다. 저걸 맛보지 못한 게 아쉽긴 하지만... 다음 기회에? 아니면 내가 만들어 먹는 게 더 빠를 수도 있겠다. 지금 얼려 둔 소라가 사무실로 택배로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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