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고치기 위한 노력 끝에 만난 두 명의 명의

내 허리를 고친 두 사람

by 루파고

93년부터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겼던 나는 몸을 너무 혹사시킨 나머지 장애 아닌 장애를 입고 말았다. 사실 따지고 들지 않아서 그렇지 장기를 제외하면 온 몸에 성한 곳이 별로 없다. 크고 작은 흉터는 수백 개는 될 것 같다. 평생을 용가리 통뼈라며 근골을 자신하며 살아왔을 정도로 뼈가 부러지는 사고 없이 잘 놀았는데 몇 년 전 어처구니없게도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길 때에도 겪은 적이 없는 사고를 로드바이크를 타다가 당하고 말았다. 그건 사고니까 수술해서 해결하긴 했는데 보이지도 않는 뼈의 문제는 수술 같은 걸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수술해서 고쳐질 수도 있겠지만 그로 인한 후유증이 생길 것을 생각하면 그냥 포기하고 사는 게 속 편한 방법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 해 두 해가 가면서 통증은 점점 심해져 갔다.

무식하게 통증을 버티고 살긴 했지만 어쨌거나 너무 오래돼서 모르고 살았던 복숭아뼈의 부러진 연골이 정말 분리되어 동그랗게 닳아버렸는데 허리는 가끔 오는 통증 수준이 아니었다. 심할 땐 일주일 가까이 걷지도 못할 정도로 힘들었던 적도 있었고 보통 이삼일은 누워서 지내야 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매년 한두 번은 의례히 감내하고 지내야 하는 불규칙적이고 예고 없는 연례행사 같은 고통이었다.

언젠가 한 번은 수원 영통에 놀러 갔다가 허리 통증이 재발해 인근 찜질방에 갔다가 중국 마사지 샵에서 한 번에 풀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난 마사지 마니아가 되고 말았다. 자격증이 몇 개인지도 모를 정도로 다양한 자격을 보유했던 유명한 분에게 카이로프랙틱도 받아 보았고, 언더그라운드에서 유명한 접골사에게 반년 가까이 접골도 다녔다. 홍대 인근의 유명하다는 한의원에도 다녀봤고, 한의원을 운영하는 선배들에게 침도 많이 받아봤다. 그렇게 십 년 넘게 허리 통증을 견디며 어떻게든 고쳐보려고 별의별 수단을 동원했었는데...


십 년 넘게 고생했던 내 허리는 겨우 삼십 분만에 완벽하게 고쳐졌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작고하신 분인데 유명한 중의사가 고쳐주신 거다. 난 그분의 의술을 익히 들어왔고 친분도 있어 교류가 잦았지만 중의학을 신뢰하지 못했었고 내 허리를 고쳐달라고 부탁해본 적도 없었다. 그런 와중에 갑자기 허리 통증이 왔고 차에 타는 것도 힘들어 온몸이 땀범벅이 되어 부축을 받으며 차 뒷자리에 간신히 누워 고통 속에 끙끙거리며 그분을 찾아갔다. 2층까지 올라가는 건 그야말로 지옥 같았다. 한 발 한 발 계단 위로 올리는 게 고문 같았다. 부축도 의미가 없었다. 내 거구를 업을 수 있는 사람도 없거니와 부축 자체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거다. 옷은 땀에 흥건하게 젖었고 바닥에 몸을 눕히기까지도 결코 쉽지 않았다. 허리가 1미리라도 움직이려 하면 하늘이 빙빙 도는 상황이다. 고통은 글로 표현할 수 없다. 그저 최악의 고문이 그 정도일 것 같다.

바닥에 누웠지만 고개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분은 내게 침을 보여주며 웃었다. 하지만 나는 결코 웃을 수 없었다. 웃는 것 자체도 고통으로 이어지겠지만 침의 길이를 보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난 세상에 그렇게 긴 침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침 길이만 10센티는 됐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그분은 내게 엎드릴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내게 한의원 환자 경력만 몇 년이던가? 누워야 하지 않겠냐는 내 질문에 그럴 필요가 없다는 그분... 그런데 엉뚱하게도 내 왼발을 만지작거리더니 발바닥에 그 긴 침을 끝까지 밀어 넣었다. 아프거나 하지는 않았다. 황당하지만 믿기로 했는데 이번엔 정강이 윗부분에 그 긴 침을 하나 더 끝까지 밀어 넣었다. 찌릿찌릿하는 느낌이 들며 내 몸 안쪽 깊숙한 곳에 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반대쪽 다리에도 같은 부위에 하나씩 꽂았고 잠시 후 두 다리에 아무런 감각이 없어져 버렸다. 난 아차 싶었다. 무협소설에 나오던 주화입마 같은 게 아닐까? 내 하반신 어디에도 감각이란 게 소멸되고 없어진 것이다.

그분은 내게 이십 분 정도 침을 놓자고 하셨고 난 자포자기 반 억지 믿음 반으로 버티기로 했다. 그날 내게 이십 분은 오만 가지 생각을 다 하게 만든 시간이었다. 팔을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었던 터라 시간을 확인할 수도 없었고 그분은 동행자와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십 분이 지났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침 뽑을 시간이 되지 않았냐고 물었지만 그분은 십 분 더 놔야겠다고 기다리라고 했다. 처절한 생각의 시간들이었다.

그렇게 삼십 분이 지났는지 이제 침을 뽑겠다던 그분은 내게 몸을 돌렸고, 오른쪽 발바닥의 침을 먼저 뽑았다. 침이 뽑히는 순간 나는 봇물 터지듯 오른쪽 다리의 감각이 순식간에 살아났다. 정강이에 놓았던 침을 뽑자 이내 더욱 시원한 느낌이 들었고 왼쪽 발바닥과 정강이의 침을 뽑으니 하반신의 감각이 몽땅 돌아왔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제 일어나 봐라!


그분의 말씀에 난 좀 어이가 없었지만 이상하게 허리에서 전혀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어나겠다는 의지와 함께 몸은 스프링처럼 번쩍 뛰어올랐다. 이게 무슨 일인가? 내 모습을 본 그분의 표정은 너무 당연하다는 듯한 것이었다.

내가 한의원에 다녔던 등의 이야기를 드렸는데 그냥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보통은 허리가 아프면 허리에 침을 놓던데 왜 발바닥과 정강이에 침을 놓느냐 물었더니 혈이 피부 근처에만 있는 게 아니라며 중요한 혈은 깊숙한 곳에 있는데 일반 의원들은 경험도 없을뿐더러 겁이 나서 손도 못 대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그 후 그분의 이력을 깊이 파고들었고 역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가끔 시간이 날 때마다 따라다니면서 그분의 손을 통해 썩어가는 하지정맥류를 고친 분도 봤고, 중풍에 걸려 걷지도 못하는 사람을 걷게 만든 것도 봤다. 그분은 내게 중의학을 가르쳐 주겠노라(제자는 딱 한 명만 둘 생각이었고, 머리 나쁜 사람에겐 가르쳐줄 생각도 없었다는 ^^)했지만 난 먹고사는 데 바빠서 결국 전수받지 못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대장암으로 세상을 뜨신 후, 내 주치의가 사라지고 없었다. 매일 술을 마셔야 자는 내게 '넌 매일 술 마셔도 괜찮다'라고 했던 그분은 내 혈색만 보고도 혈당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 맥은 그렇게 잘 봐주면서 내 진맥은 볼 필요도 없다며 안 봐주신 분이다. 솔직히 난 1년 365일 중 365일 이상 술을 마시는(소주 2~4병 정도) 사람인데 고혈압도 없다.



목.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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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가 없으니 몸은 또 오작동을 했다. 오른쪽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한 거다. 기획 업무를 하다 보니 워낙 오래 앉아있는 편이라 로드바이크를 타기 시작했고 많이 완쾌되긴 했지만 심할 때는 버스정류장 한 구간을 못 걸어 다닐 정도였다. 오른쪽 신발은 뭘 신어도 저리고 피가 안 통하는 것 같았다. 걷다 보면 오른쪽 다리는 무감각한 상태로 걸어야 했다. 그렇게 걷다가 쪼그려 앉아 있으면 피가 통했고 잠시 그렇게 있다가 다시 걷는 식이었다. 피곤한 삶이 된 거다. 로드바이크를 타면서 많이 좋아졌지만 어쨌든 그 증상은 없어지지 않았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별의별 내용이 다 있었는데 황당하게도 그걸 고친 사람은 다름 아닌 서프로였다.


서프로는 내 몸에 손도 대지 않고 십 분만에 내 허리를 고쳤다.
따지자면 허리가 아닌 골반을 교정한 거다.



내 목은 일자목!

내 허리는 골반에서부터 틀어진 비정형 척추!

서프로는 내가 디스크라고 생각했던 허리를 골반 교정으로 바로잡았다. 거의 삼 개월 정도 된 지금 시점까지 오른쪽 발이 저리거나 한 적도 없었고 걷는 걸 두려워할 이유가 없어졌다. 이젠 다시 러닝을 시작해도 될 것 같다.

세상에 명의는 따로 없는 것 같다. 그 유명하다는 곳들을 찾아다녔음에도 내 몸을 고친, 그것도 십 년 넘게 고치지 못했던 걸 겨우 삼십 분도 안 되어 고친 두 사람이 내겐 명의다.


모든 일이 그렇듯 내 몸이 아픈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으면 고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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