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제주도민 찐사랑 맛집, 제주시 제라한보쌈
사진만 찍어두고 잊었던 걸 발견했다.
오늘은 오랜만에 저녁 술자리가 없는, 혼술도 하지 않는 밤이고 해서 서랍 속 글뭉치들을 꺼내는 게 이게 나타난 거다.
제라한보쌈은 제주도민이 손꼽는 로컬 맛집이다.
가보면 알겠지만 관광객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신랄한 제주어를 배경음으로 듣고 싶다면 꼭 가볼 곳이다.
점심엔 영업하지 않으니 미리 전화하고 찾아가는 게 좋다.
나 역시 두 번이나 실패한 후에 방문했으니까.
문 열자마자 간 거나 마찬가진데 벌써 혼술하고 계시는 지역주민 한 분이...
토실토실한 보쌈을 보니 술이 당긴다.
비주얼부터 맛집 근성이 보인다.
당연히 제주에선 이런 굴이 니지 않으니 남해 어디선가 공수한 굴일 게다.
그런데 한 번 맛보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
왜 도민맛집인지 금세 팤가름이 난다.
이 시간 이런 글을 쓰고 있으니 침이 고이지 않을 수 없다.
혼술 욕망을 꾹꾹 눌러 참으며 스마트폰 키보드를 두드리는 난 뭘까?
이렇게 싸을 싸고도 소주 한잔 고민을 하고 있다면 사람이 아니다.
사진만으로 이렇게 술이 당기는 건 주정뱅이 알코올홀릭 증세인 거다.
술자리를 파하고 나오려는데 실내 가득한 손님들.
역시 늦게 왔으면 줄을 서야 했을 거다.
늦은 밤 제주시내를 활보하는 취객이 됐었다.
참 재밌는 시간이었는데 이 역시 추억이 되었다.
오늘은 서랍 비우기 시간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