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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Mar 11. 2023

120.고창에서 모르는 사람 없다는 상희네콩나물해장국

고창에서 전주 남부시장식 콩나물해장국을 재현한 곳

어쩌다 보니 고창 출장은 1박 2일 일정이 됐다.

현장답사 대상지의 생각지도 못한 규모 때문이었다.

전날에는 고창하면 누구나 아는 유명한 풍천장어가 당연한 코스가 됐고, 현장답사가 있는 다음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선운사까지 다녀왔고, 마침 해장국 한 그릇 먹을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이 남아 인근 해장국집을 찾아다녔다.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아 주변 해장국집을 미리 검색했다는 동행의 정보에 따라 상희네콩나물해장국 식당으로 향했다.

마침 고창 출신의 상희라는 친구가 있어 어째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사진을 촬영해 보내주니 당연히 알고 있는 식당이라며 오히려 자랑스러워한다.



오래된 식당이란 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데 30년이 넘었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만약 30년이 넘었다면 당연히 <빗맞아도 30년> 시리즈로 옮겨야 하겠는데 확인할 수 없어 그냥 여기에 올려 둔다.

어딜 봐도 허름하다.

꾸밈이라곤 거의 없다.

그냥 시골 식당인 거다.

그래서 느낌이 더 좋다.



해장국 가격보다 소주, 맥주가 4천 원이라는 게 더 반가운 건 뭘까?

평소 같으면 모주 한 잔 마셔 주겠건만, 일이 있으니 아침부터 알코올을 들이부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역시 주정뱅이 어디 안 간다.



전주 남부시장식 콩나물해장국의 기본 차림에서 크게 벗어난 게 없다.

장조림 조금, 오징어젓갈 조금, 새우젓, 청양고추, 김치류 그리고 방부제 없는 김.

역시 기본 세트이다.



기다리는 동안 옆에 식사를 하시던 분이 카드를 꺼내 직접 결재를 한다.

신기해서 쳐다보니 워낙 자주 오는 식당이라 알아서 카드 긁고 간다고 한다.

식당 주인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아무튼 재미난 곳이다.



이리저리 각 잡아 촬영해 봤는데 어떻게 찍어도 영 어색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반숙 계란찜이 입맛을 다시게 한다.

정말 오랜만에 전주 남부시장식 콩나물해장국을 만난 느낌인 거다.



설마 설마 하며 김을 부숴 봉투를 열었는데 역시 방부제가 들어있지 않다.

이게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김을 선정하는 것도 디테일 중 디테일인 거다.

김을 비벼 반숙 계란찜을 떠먹으니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역시 기본인 거다.



김을 하나 더 부숴 해장국에도 투하~

청양고추, 새우젓을 몽땅 털어 넣고 밥을 말아 한 숟가락 떴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맛이다.

오래된 식당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정말 오랜만에 바닥을 비웠다.

둘 다 마찬가지 상황이라 증거 샷을 남겨 봤다.

청국장도 유명하다고 하는 것 같은데 다음에 들를 기회가 되면 시도해 볼까?

하지만 아마도 다시 콩나물해장국을 선택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심한 만족감 때문이리라.



식당 밖으로 나와서 보니 청주한씨종친회 패가 걸려있다.

나도 청주한씨인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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