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파고 Mar 14. 2023

121.풍천장어보다 진짜 별미는 갯벌장어와 복분자

고창에 가면 우진갯벌장어에서 복분자술 한잔으로 끝장난다

고창에 가면 우진갯벌장어에ㅇㄹㅇㄹ서 복분자술 한잔으로 ㅇㄹㅇㄹ끝장난다

난 고창 이야기만 나오면 입에 거품을 물었을 정도로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고창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봄만 되면 지리산 자락 섬진강이 흐르는 하동에 들러 참게탕을 먹고 저녁이 되면 고로쇠물 사다가 밤새 고스톱을 치고 놀다 잠이 들고, 아침이 되면 화개장터에서 재첩국을 먹은 후 곧장 순천만에 가서 점심으로 장뚱어탕을 먹은 후 다시 고창으로 넘어와 풍천장어에 복분자술을 마시고 기절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엔 선운산 아래 식당가에서 산채비빔밥을 먹고 선운사 중턱까지 마실을 다녀온 후 변산반도를 따라 부안으로 향한다. 부안 곰소에 가서 점심식사로 젓갈정식으로 먹고 새만금을 타고 군산으로 넘어가 이성당 빵집에 들러 야채고로케를 잔뜩 사서 차에 싣고 계속 서울 방향으로 향한다. 지금이야 보령터널이 뚫려 편해졌지만 난 억지로라도 안면도에 들러 게국지에 소주 한잔 걸치고 자거나 일정 여유가 없을 땐 신두리에 들러 박속낙지밀국을 먹고 밤새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고도 여운과 미련이 남는다면 인천 연안부두에 들러 물텀벙이를 먹고 서울로 돌아오는 편이었다. 거의 3박 4일 일정으로 다녀야 소화할 수 있는 코스였다.

매년 멤버가 달라지는 편인 나의 봄나들이 코스인데 동행자들 대부분 고창에서 머문 시간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편이라고들 했다. 30년 넘게 고창 선운산을 오간 나의 경로에 있던 원래 단골 풍천장어 식당은 선운산 입구에 있는데 이번에 고창 주민이 데려간 곳은 바로 이곳 우진장어, 우진갯벌장어다.

내가 다니던 곳은 아들이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는데 이제는 직접 담근 복분자술이 예전만 같지 않아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그런데 우진장어에서 만난 복분자술은 예전에 마셨던 바로 그 맛! 원래의 복분자술의 기억을 한꺼번에 끌고 올라왔다.

게다가 갯벌장어는 내가 최애 하는 식당 중 서울 서초구에 있는 장어만구이의 갯벌장어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여서 탄복하고 말았다. 게다가 누가 전라도 아니랄까 봐 기본찬들이 주문 만족감은 또 말해 무엇할까? 게다가 가격도 착하거늘~

https://brunch.co.kr/@northalps/1304



갯벌장어가 뭔지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싶긴 한데...

민물장어를 바다가 가까운 갯벌에서 잠시 키워 육질을 단단하게 만든 녀석이라고 보면 된다.

어차피 양식이지만 일반 민물장어와는 완전히 다른 녀석이다.

순위를 매기자면...

1. 갯벌장어

2. 풍천장어

3. 민물장어

* 바다장어인 붕장어 등과는 엄연히 다른 종이다.



직접 담근 복분자술.

이거 첫맛부터 감칠 나다.

입천장에 살살 감아도는 풍미가 죽음이다.

이 어찌 술을 안 마시고 돌아갈 수가 있단 말인가?

당연히 1박 출장이었지만 2박도 거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기본찬을 하나하나 찍어대는 날 보며 미친 거 아니냐고들 하는데 난 그 순간 이미 미쳐 있었다.

어느 하나 맛없는 요리가 없으니 말이다.



장어 내장이 나왔다.

이건 서초구 장어만구이 사장님에게 배운 건데 장어 염통인 거다.

염통이 심장이라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니 설명이 필요 없지 싶다.

염통의 염자는 소금 염자이다.



애피타이저로 죽이 나왔다.

후루룩 마셔준다.



서비스라며 장어튀김이 나왔는데 배만 부르지 않았다면 추가 주문해서 먹었을 것 같다.

그리고 고창의 참맛, 바지락젓갈이다.

이것 역시 기똥차다.



죽자 사자 전쟁이다.

복분자가 우리 뇌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본 주제는 장어였지만 점점 복분자술로 옮겨가기 시작한 거다.

이미 장어 따윈 사라지고 없었다.

결코 도수가 낮지 않은 복분자술이건만 술술 들어가는 것도 묘한 일이었다.

앉은뱅이 술이라고도 하는 복분자술, 다음날 아침이 걱정되었지만 신기하게도 다음날 아침 너무 개운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는~



배가 불러도 장어탕은 놓칠 수 없다.

배가 빵빵하게 터질 지경인데 이걸 또 먹고 있는 우리는 과연 사람이었던가?

맛에 대한 평가는 할 필요도 없다.

당연한 거니까!



또 시작이다.

공깃밥을 추가로 주문한 미친 인간들.

바지락젓갈이 너무 맛있다며 이걸 꼭 먹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니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복분자술을 죽기 전까지 마시고도 20만 원 조금 넘는 금액이 나왔으니 행복 그 자체였다.


다음날 아침 해장은 상희네콩나물해장국에서 했다.

https://brunch.co.kr/@northalps/2075


매거진의 이전글 120.고창에서 모르는 사람 없다는 상희네콩나물해장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