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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Nov 08. 2022

38. MTB 타고 기장군 임도 구석구석

이번 라이딩은 일 반, 놀 반이다.

요즘 주말에도 딴청 피우느라 자전거를 한 주 쉬었고 로드바이크는 한 달에 한 번 타기도 버겁다.

로드바이크를 탈 여건이 아닌 부산 도로 상황 때문이다.



토요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서 MTB를 트렁크에 구겨 넣고 기장을 향해 가는데 로드바이크 동호인 한 무리가 보였다.

사진에는 다 담지 못했지만 한 팩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인원이었다. 대략 20여 명 정도 되어 보였다.

사거리 몇 번 지나면서 신호대기 때마다 그들을 살폈는데 앞 횡단보도 앞에 그들과 합류를 기다리는 사람이 보였다.

이참에 나도 부산지역 로드바이크 동호회에 가입해 볼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무래도 혼자 타기엔 부담스러운 부산의 도로 때문이다.

창문을 열고 아는 척이라도 해볼까 싶었지만 이내 생각을 접고 액셀을 밟았다.






이번 기장 임도 라이딩은 정관신도시 아래쪽 방향을 계획했다.

철마 쪽으로 내려가 일광신도시로 돌아 나올 계획이었다.



숲에 드니 가을로 채색된 나무들이 알록달록했다.

제주도 한라산의 단풍이 그리웠다.



기장 테마트레킹로드라는 것 같은데 이용객 수에 비해 엄청나게 투자된 임도가 아닐까 싶다.

이른 시간이라 그랬나 싶었는데 사람 구경하기도 힘든 길이라 여자 혼자 다니기엔 부담스러워 보였다.



너덜지대를 만났다. 부산의 산에는 은근히 너덜지대가 많다.

너덜지대 하면 설악산인데...

갑자기 그리워지는 설악산이라니!



백양농원이라는 관광농원 옆 갈림길이다.

여기서 방향 설정을 잘해야 하는데 초행길이라 방향 감각도 없어서 지도 앱을 켜고도 한참을 헤맸다.



역시 길을 잘못 들어서 엉뚱한 곳까지 다녀왔다.

임기저수지를 지나 관음사까지 갔는데 자전거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은 보이지 않았다.

계곡도 예쁘고 한데 암자가 상당히 많다.

급경사 다운힐을 거꾸로 올라오는 게 일반 MTB로 왔으면 땀 깨나 흘렸을 것 같다.



여기가 백양농원이라고 한다.

주말엔 손님이 꽤 있는 듯했는데 입구엔 성인 4,000원 소인 1,000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유료로 이용할 수 있는 모양이다.



망월산을 내려오니 임도가 끊어졌다.

출구엔 임도 관리자인 듯한 아저씨 두 분이 자전거 타고 들어오면 안 된다며~

대체 걷는 것과 자전거 타는 것의 차이가 뭘까?

사람이 많아서 위험스럽다며 따지면 생각해볼 일이지만...

나 역시 30년 등산 다닌 사람으로 일반 등산객과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괴리란...



좁은 도로를 타고 긴 다운힐을 내려오자 익숙한 지형이 나타났다.

철마에서 정관으로 넘어가는 곰내재 업힐 구간인 것이다.

잠시 후 로드바이크를 타고 올라가는 라이더 두 명이 나타났다.

나는 너무 오래 쉬었다 싶어서 페달을 밟고 오르는데 아무래도 eMTB로 그들을 제치고 달리는 게 미안했다.

만약 내가 로드바이크를 타지 않는다면 모를까, 딱히 밉상은 아니겠지만 전기의 힘을 빌어 업힐을 오르는 라이더가 부럽지 않은 건 아니니까 말이다.



곰내재 임대 초입에 관리인 두 명이 보였다.

통제하려나 싶었는데 군소리 없이 들여보낸다.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달음산자연휴양림 쪽 임도의 포장 공사로 인해 골프장 이용객들에게 이 도로를 내준 것이다.

차도 가는데 자전거 못 갈 이유가 없으니 들여보낸 듯하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여긴 차로 와본 곳이었다.

미동암소정이라는 유명한 철마 한우식당이 근처에 있다.

아마 몇 주 내에 소개할 예정이다.

잠시 쉬면서 지도를 확인했는데 임도와 방향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여기까지 오면서 사람이라곤 겨우 네 명 만났다.

열 시가 넘었는데 말이다.



아홉산 방향으로 가는 길이 너무 예쁘다.

게다가 스톤게이트CC가 내려다 보이고 멀리 동해바다도 보인다.

확 트인 전망이 기가 막혔지만 나는 사진 몇 장 남기고 냅다 달린다.

아직 갈 길이 멀기에...



라이딩하며 사진을 찍는데 뭔가 활동감이 살아있다.



일광산으로 넘어가는 길이다.

아래 보이는 도로는 철마-일광을 잇는 국도이다.



황금사 가는 갈림길이다. 나는 왼쪽 업힐을 타고 올라갔다.



일광산에 산악자전거 경기코스가 있다고 들었는데 드디어 찾았다.

난 아직 산을 탈 능력이 안 되지만 무식하게도 이 길을 타고 들어갔다.

물론 백 미터도 못 가서 돌아 나왔지만 말이다. ㅋㅋ

무모한 짓은 하지 말아야지.



밑에서 봤던 산악자전거 경기코스가 여기서부터 시작인 건가?

송림 사이로 길이 보이는데 아마 일광산 정상에서부터 다운힐이 이어지는 것 같기도~



임도를 타고 내려가다 보니 동해 바다가 활짝 트였다.

잘 지어진 팔각정도 있다.

역시 사진만 달랑 남기고 달린다.



고민이 생겼다.

일광으로 내려가서 해안을 타고 정관신도시로 진입해야 하나?

어쨌든 주차해 놓은 곳까지는 가야 돌아갈 테니까 말이다.



사륜오토바이 통행금지 푯말이 나타났다.

아무래도 시끄러운 모터스포츠는 임도에서도 배척 대상이다.



황금사에서부터 내려가는 좋은 길 두고 괜한 무모함으로 일반 등산로를 선택했다.

덕분에 구를 뻔한 몇 번의 아찔함을 겪었고 다리는 풀과 나무에 쓸려 생채기가 가득하다.



임도는 부산-울산을 가르는 동해고속도로 위를 관통한다.

여길 넘어가면 일광신도시다.



시멘트 포장도로를 달려 내려가다 보니 아파트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문명인가? ㅋ



일광천 옆으로 난 길을 타고 철마 쪽으로 가는 길에 임도 진입로를 찾지 못해 길이란 길은 몽땅 쑤시고 다녔다.

용천골로 접어들어 용천저수지까지 다녀왔고, 그것도 모자라 근처 등산로는 죄다 쑤시고 돌아다녔으나 실력의 부재로 포기하고 여건이 좋은 임도를 찾아냈다.



다시 스톤게이트CC 옆 임도를 찾아낼 수 있었다.

지금부터는 다시 긴 업힐이다.

여기서 eMTB를 타고 올라가는 라이더 한 분을 만나 임도 현황을 물었다.

일요일엔 사람이 제법 있다고, 그분은 부산 시내에서 왔다고 했다.

토요일이라 그랬을까, 5시간을 누비고 다니면서 자전거 탄 사람은 처음 봤는데...



꽤 많이 달린 줄 알았더니 기껏 62.5km 달렸다.

누적 상승고도는 2,052m이고 칼로리 소모는 만족스럽다.

그런데 체력은 방전이다.

이번에도 역시 아침, 점심 다 거르고 저녁은 7시에 먹었다.

온몸에 힘이 없어 탈탈 털린 기분이었다.

로드바이크 260km 탄 것보다 힘들었다.





기장은 임도가 좋더라.

부산 사람들이 MTB를 많이 타는 이유를 다시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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