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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Mar 20. 2023

30년 맛집, 77탄-자갈치시장 연탄구이곰장어

관광객들 다니는 맛집이지만 반로컬 된 나도 다녀왔다

삼십 년 가까운 세월 동안 맛집 투어를 다니다 보니 이젠 '원조'라는 수식어가 주는 본래의 신뢰 따윈 사라지고 없다.

어쩌면 오히려 반감이 더욱 커졌으리라.

그래서 '원조'라는 단어가 적힌 식당은 오히려 피하는 경향도 생겼다.

이번 맛집은 어느 특정 식당을 지정하고 싶지는 않다.

맞아도 30년 시리즈의 특성상, 30년 넘은 맛집들을 소개하는 게 맞지만 막상 자갈치시장에 가서 보면 30년 넘은 식당이 즐비하다.

오히려 30년 안 된 식당을 찾는 게 더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벌써 어지간한 식당은 50년을 훌쩍 넘어버리기도 했고 그 이상 오래된 식당도 상당수다.



자갈치시장 뒷골목엔 곰장어 전문점이 줄지어 섰다.

오래전 출장길에 자갈치시장을 찾아 혼술을 즐긴 후 약 5년 만인 것 같다.



지인의 초대로 간 거라 미리 예약이 되어 있었다.

이게 기본 상차림인 게다.



일찍 가서 그런지 우리 외엔 님이 없었는데 금세 자리가 차기 시작했다.

항상 그런 건 아니겠지만 관광 시즌이 되면 북새통을 이룰 것 같다.

부산시에서 자갈치시장 활성화를 위해 여러 정책을 꾸리는 것 같긴 하던데 외지인인 나로서는 전후 사정을 알지 못하니...



역시 예약의 힘인가?

얼마 기다리지도 않았는데 양념된 곰장어가 가스버너 위에 올려졌고 급기야 순식간에 익어갔다.

목적이 술자리인 지라 이야기꽃을 나누며 연거푸 소주를 붓기 시작했는데 역시 곰장어는 곰장어인가 싶었다.

부산에 내려온 지도 거의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초반엔 6일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곰장어를 먹은 적이 있었다.

결국 난 곰장어에 질려버리고 말았는데 냄새만 맡아도 징그러울 정도였건만 막상 먹기 시작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역시 한국인의 마지막 코스는 바로 볶음밥 아닌가?

매콤한 양념에 삶은 콩나물, 부추, 김가루가 적절하게 비벼진 볶음밥은 진리다.

이걸 거르고 지나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들어갈 땐 못 봤는데 아주머니들이 골목길에서 노련한 곰장어 굽기 신공을 펼치고 있었다.

아주머니 앞에 쪼그리고 앉아 질려서 그만 먹겠다고 공언하고도 방금 먹고 나온 곰장어가 빨간 연탄불에 꼬불거리며 익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곰장어 구이 향을 맡으며 말이다.

어쩌면 곰장어에 질렸다는 말도 거짓말인가 싶을 정도로...

서울에서 먹던 곰장어는 왜 부산에서 먹는 곰장어와 다르게 느껴지는 걸까?

정말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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