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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Nov 24. 2022

30년 맛집, 66탄-애완염소 키우는 흑염소 고깃집

부산 기장군 홍연가든

몇 달 전 이 식당에서 기가 막힌 흑염소 요리를 맛보고 왔다는 첩보를 접수하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다녀오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운이 좋았는지 드디어 홍연가든에 다녀올 수 있었다.

내비를 찍고도 가는 길을 의심하게 만드는 묘한 위치에 자리 잡은 홍연가든.

국도에서 빠져 경작이 끝난 농로를 비집고 진입로를 들어서자 홍연가든 간판을 간간히 볼 수 있었고 제대로 오긴 왔구나 싶은 안도감에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들어가면서도 결국 식당 앞에 주차하지 못했는데 어쩌면 그게 더 행운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미 느지막한 가을 끝무렵에 접어든 시점이라 울긋불긋한 숲 속 각종 나무들이 가을을 만끽하도록 해주었으니까 말이다.



경사가 제법 센 계단길을 올라서니 별세계 같은 평지가 보였다.

고정관념 때문인지, 가든이라고 하기엔 민망한 규모의 작은 식당이지만 건물 뒤 대나무 숲과 너무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일행을 통해서 얘기를 전해 들으니 이 식당은 30년 전에 자리를 잡았는데 지금도 산골 같지만 그땐 완전히 깡 산골이었다고 했다.



마침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일행이 야외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무래도 가을을 즐기며 음식을 먹는 것도 좋지 싶었다.



그런데 마당을 돌아다니는 아기 염소들이 눈에 띄었다.

게다가 흑염소 액기스 주문받는다는 현수막이!

여긴 흑염소 요리 전문점 아니던가?

얘들은 대체...

오만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들어보니 얘들은 애완용 염소라고 하는데 과연 이 녀석들을 보며 염소 고기를 먹을 수 있긴 할까?

싶었지만 잘만 먹었다. ㅋㅋ



대나무 숲 뒤에 귀한 약재가 자라고 있었다.

이건 보면 무조건 씨를 훑어와야 한다는 정보가?



마당을 쓸고  다니던 아기 염소들은 위치를 옮겨 숲을 뒤지기 시작했다.

풀이란 풀은 몽땅 뜯어먹고 있었다.

낙엽도 가리지 않았다.



염소 구경에 시선을 뺏겨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는데 야외에 설치된 테이블 위에 음식이 차려지고 있었다.

산골마을에서 이런 찬들을 보니 벌써부터 침이 고였다.



드디어 전골 요리가 따라 나왔는데 별 특이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여느 전골 요리와 딱히 다를 게 없는 비주얼이다.



익혀 나온 거지만 보글보글 팔팔 끓인 후 한 국자 뜨고 보니 깊은 향이 느껴졌다.

염소는 소와 내장기관이 같다고 한다.

육개장 같기도 한 이 전골 요리의 맛이 궁금해지고 있었다.



경상도 특유의 향료들이 들어간 걸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코 끝을 자극하는 향의 정체가 그것이었던가 보다.

육질은 매우 쫄깃하다.

양이 좀 적지 않나 싶었는데 먹다 보니 딱 알맞은 양인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대식가들이었다면 냄비 하나에 두 명 정도 먹으면 될 것 같기도 하다.

모르긴 하지만 육수는 추가로 채워줄 것 같다.



누가 흑염소 아니랄까 봐 까만 털이 박혀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다음에 또 가게 된다면 수육을 주문해서 소주 한잔 할까 싶다.

흑염소를 제대로 맛볼 기회를 기다리며~

밖으로 나오는데 가마솥 두 개가 걸려 있다.

역시 시골에선 가마솥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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