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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Nov 07. 2022

30년 맛집, 65탄-기운센갈비탕에서 매운갈비찜

기장 임도 라이딩을 다녀와서 기진맥진한 날이었다. 요 며칠 갑자기 추워졌는데 아침 일찍부터 기장까지 가서 산속을 헤치고 다녔으니 몸이 골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불 속에 들어가 있어도 몸에 열이 나지 않아 저녁으로 뭘 먹을지 고민하던 중 갑자기 신사동 청평갈비의 매운갈비찜이 생각났다. 빨간 국물 속에 담긴 최고로 매운(죽도록 매운맛으로 주문해야 함) 갈비찜이 머릿속에 오갔다.

https://brunch.co.kr/@northalps/1407

바로 이 집이다.



외부 사진은 다음날 아침 차 가지러 갔다가 앞에서 찍은 거다.

토요일 저녁시간 전에 간 거라 그런지 손님이 없었다.

이번에도 갈팡질팡...

들어갈까 말까 정말 고민 많았다.

처음 가는 식당인데 실패하면 어쩌지 싶었던 거다.

게다가 바로 옆집은 오늘 저녁식사로 리스트업 됐던 스시투어가 있었다.

바로 옆에 있을 줄이야.

그래서 이번에도 속는 셈 치고 들어갔다.

우리 외에 딱 한 테이블만 손님이 있었다.

그런데 여기가 30년 넘은 식당이라고?

믿을 수 없었지만 어쨌든 30년 넘었다고 하니 믿어보기로 한다.

하긴 부산에선 30년은 명함도 못 내민다.

나도 처음엔 긴가민가 했지만 초읍동, 연지동엔 오래된 맛집이 정말 많다.

지금이야 의미 없는 어린이대공원이지만 오래전 어린이대공원은 부산의 명소 아니었던가?

그러니 오래된 맛집이 모여있을 수밖에.



들어가자마자 매운갈비찜 작은 걸 주문했다. 멀건 국물에 청양고추를 넣어 맵게 한 건 아닐까 고민했었는데 일단 비주얼은 반 정도 합격이다. 아무래도 청평갈비 매운갈비찜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큰 거다.



잠시 후 갈비탕 국물이 딸려 나왔다. 부산 사람들 식탁에 없으면 안 되는 정구지 무침까지...

몸에 열이 나지 않아 후들거리는 나는 나도 모르게 매운 양념장을 풀고 후추도 잔뜩 뿌리고 정구지무침도 넣어 거의 흡입하기 시작했다.

몸이 당긴 거다.



어랏!

기대하지 않아서 그랬을까? 맛이 괜찮다.

좀 단 게 흠이긴 한데 단맛을 설탕으로 낸 게 아니길 바라는 마음만...

일단 매운맛을 내는 건 캅사이신이 아닌 건 베트남 고추로 확인됐다.

적절히 매운맛이 뜨거운 온도와 적절하게 궁합이 맞다.

뜨거운 온도를 함께 느끼는 매운 통각이란...



추가로 당면을 주문했다. 무려 두 개나~

갈비탕과 함께 당면이 그릇에 담겨 나왔는데 미처 사진은 찍지 못했다.

하나는 매운갈비찜에 붓고 하나는 가존 갈비탕 국물 뚝배기에 부었다.

매운 양념이 밴 당면이 금세 배를 부르게 했다.

양이 적은 것 같아서 작은 거 하나 더 주문하려고 했다는... ㅎ

이 집 상호처럼 기력 딸리고 매운 게 생각나는 날엔 또 와봐야겠다.

가격도 착한 편이고 갈비탕 국물도 따로 주는 센스가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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