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선물로 주려고 쓴 아동소설
맴맴 맴맴~ 매미가 수백만 마리는 되는 것 같다. 뜨겁다 못해 따가운 뙤약볕을 피하기 위해 비닐로 된 검은색 그물로 가리어진 그늘이 있다. 그 아래 자그만 평상 위에는 세 아이가 머리를 맞대고 앉아있다.
“어휴~ 시끄러워! 쟤들은 쉬지도 않는대? 왜 이렇게 시끄러운 거야?”
아직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새까맣게 탄 남자아이가 툴툴거리고 있다. 세 아이가 맞댄 머리 아래에는 충분히 백 년은 되어 보이는 바둑판이 놓여 있다. 바둑판은 낡고 닳아빠져 칠까지 바래지고 벗겨져 누런색에 가깝다. 그 위에는 흰 돌과 검은 돌이 수십 개 놓여있다. 세 아이들은 오목에 심취해 있다.
“빵꾸똥꾸! 너는 왜 또, 애꿎은 매미들한테 화풀이를 하는 거야? 진 것 같으니까 그러는 거지?”
새까만 남자아이보다 더 새까만 여자아이가 말했다. 여자아이는 넓은 이마에 구슬처럼 동그란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약간은 두툼한 입술에 머리카락은 심하게 곱슬거렸다. 그 아이의 손바닥은 손등에 비하면 희디흰 편이다. 너무 대조적이다 싶을 정도다.
“야! 수세미! 나 아직 안 졌거든. 까불지 말고 있어.”
빵꾸똥꾸라고 불리던 남자아이였다. 아이는 바둑판을 뚫어지듯 노려보더니 빼액 하고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내가 수세미라고 부르지 말라고 그랬지!”
그러자 여자아이는 남자아이보다 더 큰 목소리로 받아쳤다.
“우리 누나는 수세미가 아니야! 진택이 형이 칫솔이라고 했단 말이야. 동구형은 진짜 빵꾸똥꾸야!”
두 아이들보다는 몇 살 더 어려 보이는 남자아이가 여자아이의 팔에 바짝 붙으며 남자아이에게 대들었다. 어린아이는 두 아이들에 비해 상당히 흰 피부에 작은 눈을 하고 있었는데 왠지 여자아이와는 친남매 같아 보이지 않는다. 머리카락도 곱슬거림이 전혀 없는 완전한 생머리인 데다 예쁘게 가르마를 탄 것이 누군가 신경 써서 머리손질을 해 준 것 같다.
“너도 저리 가버려! 누나가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그랬잖아. 겁쟁이에다 거짓말쟁이 진택이가 하는 말은 듣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
여자아이는 씩씩거리다 못해 이제는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다. 여자아이와 말다툼을 하던 남자아이는 미안함을 느꼈는지 바둑판을 양손으로 비벼 가지런히 놓인 바둑돌들을 뭉개어 버렸다.
“에이~ 정말! 졌어! 그리고 미안해. 니가 오목을 너무 잘 두니까 나 스스로 너무 화가 났었어. 괜히 너한테 화풀이를 한 거야.”
남자아이는 여자아이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남자아이의 사고에도 불구하고 여자아이는 빨갛게 피어 오른 볼을 하고 뾰로통해 있다.
“이제 너랑은 절대로 안 놀 거야! 지난번에도 내가 분명히 말했지? 다시 한번만 더 수세미라고 부르면 같이 놀지 않을 거라고. 성진이 너도 동구랑 여기서 놀든지 그냥 여기서 살든지 해. 누나 혼자 집에 갈 거야.”
여자아이는 동생 성진이를 가자미 눈을 해서 노려보며 말했지만 사실은 갈 생각이 없었다. 사실, 여자아이는 이 아이들과 노는 것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의진이 너가 먼저 나한테 빵꾸똥꾸라고 했잖아. 나도 그런 별명 싫단 말이야!”
남자아이 동구가 말했다.
“맞아! 맞아! 누나가 먼저 시작했단 말이야.”
의진이의 동생인 성진이도 동구의 말에 동조하며 이번에는 누나를 배신했다. 그러자 의진이는 잠시 고민하는 듯싶더니 표정을 풀며 말했다.
“그럼~ 미안해. 맞아! 내가 먼저 시작한 거야. 그렇지만 성진이 너는 또 누나를 배신한 거야. 너가 제일 나빠! 이제 오목은 안 할 거야. 동구 너는 오목 너무 못 둬서 재미없어.”
“그래도 세 판은 내가 이겼잖아.”
동구는 무엇이 그렇게 뿌듯한지 신이 나는 표정을 하고 있다.
“이십 번 해서 세 번 이긴 게 무슨 자랑이냐? 돌머리야!”
“맞아! 동구형은 돌머리야!”
의진의 말에 성진이 거들고 나섰다.
“뭐야? 또 싸우자고? 시비 거는 거야?”
의진에게 미안했던 동구는 슬슬 화가 치미는 것 같다.
“미안해! 그만하자. 그런데 우리 이제 뭐하고 놀까?”
의진이 동구의 표정에서 동구가 정말 화가 난 것을 눈치채고 딴청을 피우듯 말했다.
“맞아! 동구형! 우리 이제 뭐하고 놀지?”
의진과 성진의 말에 동구는 고민에 빠져 들었다. 동구가 평상에 대자로 누워버리자 의진과 성진 역시 평상 위의 빈 공간에 제멋대로 누웠다. 그새 동구는 화가 다 풀려버린 것이다. 사실은 화가 난 척했던 것 같다.
“우리~ 진택이 골려 줄까? 진택이는 맨날 의진이 너만 괴롭히고 그러잖아. 지도 학교에서 왕따면서 너한테 너무 하는 것 같아.”
“정말? 어떻게? 좋은 방법이 있어?”
동구의 말에 의진이 벌떡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 의진은 자신을 귀찮게 하는 진택을 골려줄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신이 났다.
“마을 위에 귀신 동굴 알지?”
“응! 알아!”
“나두 나두!”
의진과 성진이 합께 답했다.
“거기 소문 들었는데 말이야. 동굴 끝까지 들어가면 죽은 사람의 손이 있대. 손만 잘려 있는 거라고 누가 그러더라고~ 그런데 사실은 귀신이 아니고 죽은 사람의 손 이래. 우리 거기 가보자.”
동구는 설명을 하면서도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팔의 얇은 솜털이 곤두섰다. 물론, 그건 동구만이 아니었다. 의진과 성진의 표정마저도 상기된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진택이도 그 동굴에서 귀신 나오는 거 알고 있을 거야. 그리고 거기 가서 뭘 어떻게 해서 진택이를 골려 줄 수 있겠어?”
의진이는 동구에게 어떤 좋은 생각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진택이는 겁쟁이지만 잘난 척하는 애잖아. 우리는 그걸 이용하는 거야. 우리는 이미 거기에 혼자서도 들어갔다 왔다고 하자고~ 가는 길에 진택이도 동굴 구경시켜주겠다고 하면서 데려가면 될 거야. 겁쟁이라고 놀리면 싫어도 따라올 거야.”
“정말 그럴까? 그런데 진택이가 동굴에 안 들어가면 어쩌지?”
의진이 말했다.
“맞아! 맞아! 진택이 형은 겁쟁이라 안 들어갈 거야.”
성진이도 의진이 말에 동조했다.
“성진이도 혼자 들어갔다 왔다고 하면 진택이는 덜덜 떨면서 들어갈 것 같아. 만약 안 들어가면 어쩔 수 없지만, 일단 그렇게 되면 우리가 겁쟁이라고 실컷 놀려먹을 수 있잖아. 그러면 의진이 네가 복수도 하게 되는 거잖아. 내 생각 어때?”
동구가 자신에 넘치는 표정을 하며 말했다.
“좋아.”
“나두 좋아.”
셋은 의기투합하고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 아이들은 구불구불한 언덕길을 내려가 진택이네 집으로 향했다. 동구네 집에서 진택이네 집까지는 불과 이백 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내려가는 길 왼쪽에는 어른 키만 한 폭의 실개천이 흐르는데 일 년 중 겨울철만 빼고는 항상 시원하고 맑은 물이 흐른다. 실개천은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하는데 머리통만 한 돌을 뒤집으면 집게발이 멋진 가재가 흙탕물 사이로 잽싸게 도망간다. 하지만 가재 잡이에 도가 튼 아이들의 손을 벗어나는 쉽지 않다.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 누런 흙탕물 속에 손을 넣고 헤집으면 손끝에 물컹한 지렁이도 만져지고 물방개의 자그만 등껍질도 느껴진다. 가끔은 가재를 노리고 달려드는 아이들의 손가락은 살아보겠다는 가재의 필살기에 당해 비명을 질러야만 할 때도 있다.
“의진아! 어디가?”
실개천에서 가재잡기에 심취한 아이들 중 하나가 언덕길을 내려가던 의진과 성진을 알아보고 불렀다.
“응? 우리 귀신 동굴에 놀러 가는데?”
의진은 건성으로 대답하곤 그새 앞서버린 동구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경사가 거의 없다시피 한 언덕을 뛰어내려 가기 시작했다.
“의진아! 기다려~”
뒤에서 아까 그 아이가 후다닥 소리를 내며 의진을 향해 뛰고 있다.
“석천아. 너도 가려고?”
누군가 뒤따라오는 것을 알게 된 동구는 뒤돌아보며 물었다.
“응! 나도 가고 싶어. 가재 잡는 거는 이제 재미도 없어!”
석천이가 양 손을 어깨 위로 벌리며 말했다. 석천이네 가족은 지난봄에 이사 왔다. 온 가족이 서울에서 귀농이라는 것을 했다고 들었다. 그러나 동구도 의진이도 귀농이 뭔지는 잘 알지 못했다. 그냥 농사 지으려고 이사 왔다고 했다. 아이들은 재미도 없는 시골에 힘든 농사일을 하겠다고 이사 온 석천이네 가족을 이해할 수 없었다. 석천이는 의진이와 같은 반이다. 처음 전학 왔을 땐 같은 반 아이들과는 달리 하얀 얼굴 때문에 여자 아이들에게 꽤나 인기가 있었다. 그렇지만 남자아이들은 석천이를 처음부터 싫어했다. 그저 이유 없이 미워하는 것 같았다. 의진이도 다른 여자아이들처럼 처음에는 석천이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의진이는 반에서 제일 먼저 석천이를 좋아하는 마음을 접은 아이였다고 해도 될 것이다. 석천이는 하얀 피부를 가졌지만 절대로 잘 생긴 얼굴은 아니다. 커다란 체구였지만 걸어가다가 조그만 돌부리에 발이 걸려도 쉽게 넘어질 정도로 말라깽이였다. 게다가 잘생긴 얼굴이 아니라는 표현은 착한 설명이다. 쫙~ 찢어진 두 눈에 두꺼운 눈썹, 매부리코는 여자아이들의 관심대상 리스트에서 금세 사라져 버렸다. 결국, 석천이는 여자아이들에게도 남자아이들에게도 관심조차 받지 못하게 되었고 아이들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해 외톨이처럼 생활했다.
<석천이는 많이 아파! 그러니까 친하게 지내야 돼. 같은 반 친구니까 신경 많이 써주고~ 알았지?>
의진이는 엄마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하지만 의진이는 석천이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 아이의 병에도 관심이 있을 리 없었다. 아니! 의진이는 석천이가 같이 어울리려고 하는 것이 싫었다. 지금 뒤에 따라오는 것만 해도 기분이 그다지 개운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 그런 석천이가 귀신 동굴에 같이 가자고 따라오는 것이다.
‘어휴! 귀찮아! 또, 따라붙었네!’
의진이는 석천을 싫어했지만 집이 바로 근처라서 학교 등하교 때는 항상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의진이는 항상 석천이를 멀리 하려고 했지만 석천이는 그런 의진이 이유 없이 마냥 좋은 모양이었는지 의진이가 보일 때면 항상 따라다녔다. 의진이 역시 학교에서는 거의 왕따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어쨌거나 의진이는 석천이를 이유 없이 싫어했다.
“그래! 같이 가자! 너도 거기 궁금해?”
동구는 의진이와 달랐다. 동구는 석천이를 미워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친한 사이는 아닌 그저, 동갑내기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응! 나도 가면 안될까?”
석천이는 간절한 마음을 얼굴 가득 드러내고 있었다. 손만 비비면 소원을 빌거나 용서를 비는 것 같은 모습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의진은 그런 석천이의 모습이 꼭 파리 같아 보였다.
“동구야! 그냥 우리끼리 가자! 석천이는 몸이 약해서 다칠 수도 있어.”
의진은 석천이를 떨어뜨리기 위해 허약해 보이는 체격을 핑계 댔다. 의진이는 표정은 그저 말하고 있었다. <무조건 싫다고!>
“나는 괜찮아. 그 정도로 허약하지는 않아. 그냥 조금…… 병이 있을 뿐이야. 같이 가게 해 줘. 부탁이야.”
석천이가 다시 부탁해왔다.
“의진아! 석천이가 이렇게 같이 가고 싶어 하는데, 그냥 데리고 가자. 그러지 말고. 재미있잖아. 진택이…… 음~ 증인도 한 명 더 생기는 거잖아. 잘됐지 뭐~”
동구의 설득에 의진은 잠시 고민하는 듯싶더니 동구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이제 귀신 동굴로 향하는 아이는 신이 난 석천이를 포함하여 네 명으로 늘어났다.
“진택아~ 놀자~”
동구는 진택이네 담장 너머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진택이네 집은 동네에서 제일 큰 이층 집이다. 이층 집은 진택이네밖에 없었다. 동구네 할머니는 진택이네 집이 동네에서 제일 부자라고 했다. 동네 사람들은 대부분 농사를 지어먹고 살았지만 진택이네 아버지는 면에서 방앗간을 운영했다. 동구네 할머니는 진택이 아버지의 땅을 빌려서 밭농사를 지어먹고 살고 있었다. 할머니는 그게 소작이나 마찬가지라고 했지만 워낙 적은 규모라서 진택이네 아버지는 동구네 할머니에게서 딱히 대가로 받는 것이 없었다.
“진택아~ 놀자~”
진택이라는 친구의 대답이 들리지 않자 동구는 두세 번 더 소리 질렀다. 약 5분쯤 지나자 담장 너머에서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의진아. 진택이 나온다.”
동구가 의진을 보며 말했다. 그 사이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막대기로 금을 긋고 있던 의진과 성진은 툴툴거리며 발로 바닥을 휘휘 저어 선을 뭉개버렸다. 그 새 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철커덩!”
동네에서 제일 큰 대문이 열리는 소리다.
“아~ 안녕! 도도도 동구 왔구나. 아아 안 그래도 호호호호호 혼자 심심해서~ 그그그 그래서, 죽는 줄 아아아 알았어 어어어디 갈 건데?”
“어휴~ 고맙다고?”
진택이의 말을 듣다 지친 의진이 대신 말을 했다. 진택이는 말을 더듬는 아이다. 진택이의 말을 듣던 동구가 말을 끊고 말했다.
“마마마~ 맞아!”
“마마마~ 맞아!”
진택이의 대답에 성진이가 진택이의 말 더듬는 것을 흉내 내자 의진이 성진에게 꿀밤 한방을 날렸다.
“아야!”
성진이 두 손으로 머리를 비비며 소리쳤다. 성진은 누나인 의진에게 꿀밤을 맞는 것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진택이는 그런 성진의 행동을 보고 고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어어어 어디 갈 건데?”
진택이가 물었다.
“우리 저 위에 귀신 동굴 놀러 가려고 해. 너도 같이 가자!”
동구는 진택이의 등 뒤로 손짓을 하며 말했다.
“거거거거 거기 무~ 무 무섭지 않아? 지지 지난번에 드드드 들으니까~ 으~ 귀~귀~귀~귀신 나온다고 하던데……”
진택이는 먼저보다 더 말을 더듬었다. 벌써부터 긴장을 한 것 같다.
“괜찮아. 나하고 의진이, 성진이는 벌써 동굴 속을 들어가 봤어. 귀신은 없더라고. 너도 가자. 우린 또 가서 구경하고 올 거야. 남자답게~ 싸나이가 말이야. 의진이는 여자인데도 들어갔다 나왔는걸. 그것도 혼자서. 성진이도 혼자 들어갔다 왔어.”
동구는 이미 진택이의 손목을 잡아끌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구는 의진과 석천이의 눈치를 살피며 발바닥에 힘을 주었다. 모두들 벌써부터 긴장을 하고 있는 것이 역력해 보였다.
이제 동굴 탐험대는 다섯 명으로 늘어났다. 마을 뒤로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오솔길을 따라 들어가 대나무 숲을 통과했다. 대나무 숲은 벌써부터 으스스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햇빛을 차단한 대나무 숲은 산 위에서부터 불어온 바람에 대나무들이 서로를 비벼대며 춤을 추었고 공포감을 자아내고 있다.
“무무~무 무섭다.”
진택이는 자기도 모르게 무섭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물론 조용히 말을 하고는 있었지만 다른 아이들 모두 진택이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도시에서 살다 온 석천이는 이미 귀신 동굴에 대해 들었던 이야기도 있고 한 상태에서 느끼는 대나무 숲의 공포심에 온 몸의 솜털은 바짝 일어섰다. 게다가 정수리까지 머리털이 꼿꼿이 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석천이는 자기도 모르게 온몸을 덜덜덜 떨고 있었다. 동구나 의진, 성진은 겉으로는 용감한 척하고는 있었지만 무섭기는 모두들 마찬가지였다. 소름이 돋아 있는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진택아! 무서워? 무서우면 혼자 집으로 돌아가도 돼! 하지만 그럼 넌 남자도 아니야!”
동구는 진택이가 도망가지 못하게 한마디 던졌다. 물론, 진택이는 동구 말대로 벌써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금 이 아이들마저도 자기와 놀아주지 않으면 긴긴 여름방학 내내 혼자 놀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다른 걱정이 앞서 있었다. 진택이는 겁쟁이에다 말을 더듬는 탓에 학교에서도 놀아주는 친구가 없다. 게다가 친구를 사귀고 싶어서 했던 말들이 친구들에게서는 거짓말쟁이로 인식되어버려 아무도 자기와 어울리려 들지 않았다. 동구와 의진, 성진, 석천이 마저 자신을 떠나버리는 것이 귀신 동굴 이상으로 두려웠다.
다섯 명의 동굴 탐험대는 덜덜덜 떨며 대나무 숲을 지나 여름의 뜨거운 햇볕이 드는 들판을 통과했다. 들판 좌우에는 동네 사람들의 할아버지, 할머니 무덤이 군데군데 보였다. 아이들은 무덤을 지나면서 새로운 오싹함을 느꼈다.
“휴~”
이번에는 석천이의 한숨이다. 도시에만 살다 온 석천이는 이런 분위기 자체가 두려운 것 같다.
“석천아! 너두 무서우면 집에 가도 돼! 괜히 따라온 것 같지?”
이번에는 의진이가 놀려댔다.
“아니야! 하나도 안 무서워!”
석천이가 화가 난 듯 소리쳤다.
“뭐야?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정말 무서운 거 아니야?”
다시 의진이가 받아쳤다.
“형! 정말 무서운 거 아니야? 난 하나도 안 무서운데!”
이번에는 성진이가 거들고 나섰다.
“하나도 안 무서워. 빨리 가자!”
석천이는 한 마디 쏘아붙이며 성진이를 노려보더니 발에 힘을 주며 앞서 걷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아이들은 앞쪽으로 우르르 몰려가고 있었다. 서로 맨 뒤에 가는 것이 무서운 것 같았다. 아이들은 대나무 숲을 지나 햇볕이 꽉 막힌 깊은 숲으로 들어갔다. 어두운 숲은 대나무 숲보다 훨씬 공포스러웠다.
구구구~ 산비둘기 소리가 났다. 아이들 모두 다시 한번 머리가 쭈뼛 서는 것을 느꼈다. 잠시 정적이 흐르는 것 같았다. 숲 속에서는 아이들이 뛰어가는 발자국 소리만 들려왔다. 동굴 입구까지 무슨 정신으로 왔는지 아이들 모두 기억하지 못했다. 아이들은 서로 겁을 먹은 적이 없었던 것처럼 표정관리를 하려 했다. 하지만, 이내 서로의 발갛게 상기된 표정을 확인했다. 그리고 잠시 후 모두 이유 없이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아이들은 웃음으로 공포심을 잊기 위해서인지 누구 웃음이 더 큰지 경쟁하듯 더 크게 웃어댔다. 콜록! 콜록! 그 와중에 석천이는 목이 아픈지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괜찮아?”
의진이가 물었다.
“응! 그냥 목이 조금 아파서 그래.”
석천이는 컥컥거리며 목을 다듬었다. 동굴 입구 앞에는 약간의 공간이 있었다. 사람의 흔적은 거의 없는 데다 워낙 고요한 분위기라 그런지 귀신이 나온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은 곳이다. 바위틈 사이로 한 사람이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있었다. 입구는 괴물이 입을 살짝 벌리고 있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동굴 입구가 언제라도 자신들을 콱하고 물어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은 동굴 입구에서부터 우우우~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괴물의 휘파람 소리일까? 귀신이 부르는 소리일까? 아이들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무서운 귀신을 그려보고 있었다.
“진택아! 너 혼자 들어가 볼래? 우리는 벌써 갔다 왔어. 만약에 니가 여기 들어갔다가 나오면 다시는 널 놀리지 않을게.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도 계속 같이 놀아줄 수 있어.”
동구가 말했다. 하지만 동구도 벌써부터 겁이 많이 나는지 목소리가 제법 떨리고 있었다. 아홉 살의 막내 성진이는 거의 울 정도로 겁에 질려 있었고 석천이의 하얀 얼굴은 거의 창백하다 싶을 정도로 질려 있었다.
“거거~거거 거기 나나나나 나는 혼~혼자 모모모 못 들어 가가 가겠어. 우~ 우리 같이 드드 들어가면 안 될까? 나나 나는 너너~ 너희들하고 계 계속 치~ 친구하고 시~ 싶어!”
심하게 말을 더듬는 진택이의 말은 답답하기 그지없었지만 표정엔 간절함이 묻어 있었다.
“우리 사실~ 동구도 나도 여기 처음이거든. 차라리, 우리가 함께 들어가면 어때?”
의진이가 말했다. 동구가 말릴 틈도 없었다.
“그래! 같이 가자!”
하지만 동구는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의진의 제안에 수긍하고 말았다.
“그래. 그럼 나도 같이 갈래. 나도 찬성이야.”
생각 외로 진택이는 크게 고민하지 않고 답을 내었다.
“나두 형들하고 같이 갈래. 여기 혼자 있는 게 더 무서워.”
성진이는 울 것 같이 울먹울먹 한 눈망울을 하며 말했다.
“우리~ 랜턴이 이거 하나밖에 없으니까, 서로 손 꼭 잡고 가야 해. 내가 맨 앞에 갈 테니까. 누가 맨 뒤에 갈래?”
동구가 말했다. 아이들에게는 동구가 집을 나설 때 챙겨 온 랜턴 하나가 전부였다. 아이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고민했다. 맨 뒤에 가는 게 제일 무서울 것 같아서 누구도 선뜻 나서는 아이가 없었다. 게다가 동구가 맨 앞에 가겠다고 했지만 동구 외엔 그 누구도 맨 앞에 나설 자신이 없었다. 아이들 모두 제일 마음이 놓이는 중간쯤에 자리를 잡고 싶어 했다.
“그그그럼 내~ 내가 맨 뒤에 가가가 갈게.”
진택이었다. 아이들은 진택이가 말을 더듬으며 맨 뒤를 자청하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쳐다보았다. 게다가 아이들 중 누구도 진택이의 선택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 아이들은 결의를 다지듯 눈빛을 나누며 동구를 시작으로 동굴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종종걸음으로 옮겨갔다. 아이들은 서로의 숨소리조차 듣지 못하고 있었다. 거의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긴장을 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심장 박동 소리가 쿵쿵거리는 것이 들리는 것 같았다. 서로 맞잡은 손에서는 끈적한 땀에 배어 나와 손이 미끄러졌다. 아이들은 서로 맞잡은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동구가 다리를 앞으로 벌려 동굴 입구에 한 발을 쓰~윽~ 밀어 넣었다.
쿵-쾅-쿵-쾅-쿵-쾅! 동구의 심장은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긴장감으로 심하게 요동쳤다.
“자~ 들어간다. 겁먹지 말고 침착해~”
동구는 한마디 남기고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에게는 아직 동구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점점 뒷모습이 흐려지고 있었다. 그때, 동구의 눈은 잠시 어둠과 싸우고 있다. 동구의 눈은 어둠 속에서 랜턴의 흐린 빛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동구는 동굴의 끝을 보기 위해서 랜턴을 깊숙이 밀어보았지만 랜턴이 비추는 희미한 빛은 동굴의 끝까지 전달되지 않았다. 천장은 거의 3미터 정도이고 동굴의 폭은 3~4미터는 족히 되었다. 아이들은 긴장 속에서 한 마디도 말도 하지 않았다. 동구의 청각은 발걸음을 옮기는 소리에 집중하고 다른 모든 감각은 발바닥에 집중했다. 동구는 몇 걸음을 옮겨 들어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등 뒤에서 아이들을 지켜주던 빛은 아이들이 위치한 위치까지는 이어주지 못했다. 다섯 아이들은 동구를 따라 동굴 속으로 들어왔다.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아이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등 뒤의 빛을 잃은 아이들 모두 동구의 손에 들린 랜턴의 빛에 의존했다. 성진이는 자기도 모르게 의진의 손에 깍지를 끼고 힘을 주었다. 성진이가 얼마나 힘을 주었는지 의진이 손에 쥐가 날 것 같았다. 아이들이 동굴로 들어온 시간은 기껏 몇 분이었지만 아이들이 느끼고 있는 공포는 몇 시간을 지나온 것 같았다. 석천이는 얼마 전 책에서 읽었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의 정의를 비유한 부분이 기억났다. 그 책에 의하면 상대성이론은 난로 위에 앉아 있는 1분과 예쁜 여자 친구와 함께 있는 1분은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는데 지금 이 상황이 그렇게 느껴진 것이다. 동구의 랜턴은 동굴 천정, 벽, 바닥을 골고루 비춰갔다. 벽에는 물이 흐르기도 했고 반짝이는 돌도 보였다. 바닥 한쪽에는 물이 고여있는 곳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동구가 잠시 랜턴을 비췄던 바닥을 머릿속에 기억해 두었다가 물이 고인 곳을 피해 걸었다. 얼마 후 동굴의 랜턴은 동굴 깊숙이 있는 무언가를 비추었다. 아이들 모두 사람의 손이 손가락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손은 땅에서부터 위쪽으로 향해 불쑥 솟아올라 있었다. 그것이 아이들 시야에 파고들었다는 것은 아이들의 비명 소리가 증명했다. 동굴이 무너질 것 같은 수준의 비명이 동굴 속을 울려댔다.
꺄악~ 아아악! 엄마~~ 꽤~액~ 아이들은 제각기 다른 소리를 질러댔다. 아이들은 제 자리에서 쪼그리고 앉은 채 소리를 질러댔다. 모두 눈까지 감은 상태였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서로가 잡고 있던 손은 절대로 놓지 않았다. 얼마나 소리를 질렀던지 목이 아파올 즈음, 한참 동안 소리를 질러대도 별다른 피해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아이들 하나하나 정신을 차리고 서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얘들아. 괜찮아?”
침착한 성격의 의진이 먼저 말했다. 동구는 용기를 내어 랜턴을 아이들의 발 쪽에 비춰보았다. 아이들은 랜턴 빛을 이용해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모두가 무사한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동구는 다시 용기를 내어 사람의 손이 보였던 방향으로 재빨리 랜턴을 돌려 비추었다. 동구가 비추인 랜턴의 불빛은 순식간에 지나갔지만 아이들 모두 분명히 사람의 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손은 여전히 처음 본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다.
‘혹시 죽은 사람의 손인가?’ 동구는 겁이 났지만 적어도 귀신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랜턴을 비추었다. 손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아니! 손 전체가 팔뚝까지 시뻘건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저저 저기 저 저건 고! 무! 장! 갑! 이야.”
그때 진택이가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진택이는 아이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침착한 성격인 듯했다.
뭐야! 아이들은 동시에 합창을 하듯 한 마디씩 말했다. 아이들은 서로의 손을 잡아끌고 사람 손으로 보이는 곳을 향했다.
“뭐야! 정말~ 고무장갑이잖아?”
동구는 사람의 손이라고 생각했던 고무장갑을 재차 확인하고 말했다.
“정말이네?”
아이들 모두 합창하듯 말했다. 안도의 한숨 대신이었다.
“형아. 나도 이제 하나도 안 무섭다.”
막내 성진이는 눈가의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며 말했다. 고무장갑은 나뭇가지에 꽂힌 채 바닥에 세워져 있었다. 고무장갑이 있던 그곳은 동굴의 막다른 지점이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들어온 방향을 뒤돌아보고는 아연실색했다. 아이들은 스스로들 꽤나 긴 거리를 걸어온 것이라고 느끼고 있었지만, 사실은 불과 20미터도 채 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입구에서 새어 나오는 빛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누군가 여기에 일부러 이렇게 해서 장난쳐 놓은 거 같아. 하지만 정말 재미있었다. 그치?”
그제야 석천이 입을 열었다. 그새 무서웠던 생각이 완전히 놓인 모양이었다.
“형. 누나. 정말 재미있었어. 나 이제 하나도 안 무서워.”
성진이는 벌써 마음이 해이해져서 신이 난 것 같았다. 아이들은 그들의 모험이 성공한 것에 스스로들 들뜬 기분으로 동굴 밖으로 나왔다. 이제, 동굴 밖으로 나오는 길에 맨 뒤에 있던 진택이 역시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아이들은 동굴로 들어가기 전에 그토록 겁이 나던 동굴 입구가 전혀 무섭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곳은 분위기가 멋진 숲임을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었다.
“아~ 상쾌해!”
의진은 두 팔을 쭈욱 뻗어 기지개를 켰다. 꼭, 응축됐던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 같았다.
“괜히 겁냈잖아. 하하하. 진택아 미안했어. 우린 너를 놀리려고 했던 건데. 오히려 니가 얼마나 용기 있고 멋진 녀석인지 알게 됐어. 미안해! 용서해 줄 거지?”
동구는 진택이의 눈을 말똥말똥 바라보며 말했다.
“진택아. 나두 미안해~”
의진도 미안한 듯 땅바닥을 쳐다보며 말했다.
“형. 나두나두!”
성진이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괘괘 괜찮아. 음~ 너너 너희들 더더더 덕분에 기분이 조 좋아졌어.”
진택이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너 이제 아까보다 말을 덜 더듬는 것 같은데?”
동구가 말했다. 실제로 그랬다. 진택이는 공포를 이겨내고 자신감이 생겼는지 먼저보다 말을 더 잘하는 것 같았다.
“나도 너희들하고 이런 경험을 해서 정말 재미있었어. 놀이공원에서 갔던 귀신의 집, 공포의 집 그런 것보다 백 배, 천 배 재미있다. 그리고 너희들하고 있어서 용기도 생겼어. 고마워. 진택아 나도 네가 겁쟁이라고 생각하고 말 더듬는다고 무시하는 생각을 했었어. 하지만 너의 용기 있는 행동 덕분에 내가 한방 먹은 것 같아. 멋졌어. 친구.”
석천이가 진택이를 칭찬하며 등을 두드렸다.
“우리~ 오늘부터…… 음~ 뭐 좀 해야겠어!”
동구가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동구의 얼굴을 멀뚱멀뚱 바라만 보았다.
“우리 독수리 오형제라고 하면 어떨까? 만화영화인데 정말 재미있어. 옛날에 아빠가 보여주셨거든.”
“그거 나도 알아.”
석천이가 동구의 제안을 듣고 아는 척을 했다.
“그리고 독수리 오형제는 우리처럼 여자 한 명, 막내 한 명 있어. 딱 우리처럼 말이야. 그러니까 우린 독수리 오형제야. 어때? 난 우리 팀이 독수리 오형제가 돼서 정의를 지키고 평화를…… 음~ 뭐더라 음~ 아무튼 좋은 일 하면 좋잖아.”
동구는 동수리 오형제가 되었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신이 나는지 입에 침을 튀어가며 말했다.
“형! 다른 모험 또 할 거야?”
막내 성진도 신이 났는지 벌써부터 호들갑이다.
“당연하지! 이제, 우리는 모험도 두려워하지 않는 독수리 오형제야! 어때? 반대하는 사람 있어?”
동구는 자기가 벌써 독수리 오형제의 대장인 양 어깨에 힘들 가득 주며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아이들은 동구와 눈빛을 교환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동구의 생각을 따르는 걸로 결정한 것이었다. 이미, 아이들의 마음은 독수리 오형제가 되어 있었다.
“자! 그럼 내가 1호, 진택이가 2호, 의진이가 3호, 석천이가 4호, 막내 성진이가 5호. 이렇게 하자. 반대 없지?”
동구의 일방적인 제안에도 불구하고 아이들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벌써부터 새로운 모험의 세계를 기대하며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아? 나는 여자인데 왜 형제야? 독수리 오남매가 맞지 않아?”
의진이 갑자기 반대 의견을 제기하고 나섰다.
“듣고 보니 그렇네? 나도 의진이 말이 맞는 것 같아!”
석천이도 의진이의 말에 동의하고 나섰다.
“그래도 만화영화 제목은 독수리 오형제니까 그냥 오형제로 하는 게 맞아. 얼마나 멋진데! 정의의 수호자 독수리 오형제. 노래도 있어~ 하늘을 가르는 독수리 오형제~”
동구는 독수리 오형제 노래의 일부를 불러주었다.
“그래도 안돼. 난 여자인데 왜 형제가…… 말이 안 돼! 오형제라고 하면 애들이 또 놀릴 거야. 난 그럼 빠질래!”
“그럼, 나도 안 할 거야.”
의진의 말에 성진이 역시 거들었다.
“성진이 너는 누나가 싫다고 하면 너도 무조건 싫어?”
동구가 성진에게 약간 짜증이 난 목소리로 물었다.
“응! 난 누나가 좋아하는 것만 할 거야!”
성진이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어. 그럼 그냥 독수리 오남매로 하면 되잖아. 그다지 멋있는 이름은 아니지만 말이야.”
동구는 하는 수 없이 의진과 성진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것으로 아이들의 여름방학 내내 신나는 모험의 세계에서 활약할 독수리 오남매가 새롭게 태어났다. 물론 동구는 독수리 오형제로 하지 못한 것이 영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아무래도 지구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독수리 오형제로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주장하고 싶었지만 동구는 의진이를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말싸움에서 단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석천아. 너는 왜 의진이를 그렇게 따라다니는 거야? 의진이가 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도 알고 있었잖아.”
“봤어? 언제?”
동구가 석천에게 묻자 의진이가 발끈하며 소리쳤다. 아마도 의진이는 이제 석천이를 친구로 받아주기로 마음먹은 모양이었다.
“사실, 난 친구가 없잖아. 너희들도 알다시피 말이야. 아무도 내가 하는 말을 들어주지 않았어. 맨날 놀리기만 하고. 그렇지만 의진이는 언제나 내가 하는 말을 들어줬어. 그냥, 그게 좋았어. 그래서 난 의진이를 친구로 생각하고 있어. 물론, 의진이는 날 좋아하지 않지만.”
석천이는 발 끝으로 바닥에 박힌 돌멩이 하나를 툭툭 차며 말했다. 의진이의 시선을 피한 것이다. 석천이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내가 언제 너한테 싫다고 한 적 있었어?”
의진이가 석천이를 보며 물었다.
“그건 아니지만 다들 나를 피하는 건 사실이잖아.”
석천이의 말에 아이들 모두 부끄러운 듯 시선을 주변으로 돌리기 바빴다.
“석천아. 그동안 미안했어. 이제 너는 우리 친구니까. 그리고, 우리는 이제부터 독수리 오남매니까! 이제부터라도 친하게 지내보자.”
의진이는 석천이 어깨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그러자! 나두! 동구의 말에 모두들 한 목소리로 동의했다.
쓰기만 하고 출판을 위해 투고하려는 노력은 열심히 하지 않았다.
몇 군데 출판사에 투고했다가 낙방한 후로 바쁘다는 핑계로 묵혀두었던 소설이다.
브런치에 공모하고자 하지만 크게 기대는 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