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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an 22. 2023

제주도 아무 데나 있는 농로 켠에서 달래 캐기

설날 제주도 집에 오면 늘 하는 일

이번 설 명절에도 제주도 집에 왔다.

요즘은 업무가 많아 자주 내려오지 못해 아쉽지만 엄마가 보내주는 제주 농산물이 많아 제주도에 자주 오간 느낌마저 있는데 마침 달래가 다 떨어져 아쉽던 차에 명절이 찾아왔다.

톳밥, 고사리밥, 가지밥 등에 쓰는 양념장의 주 재료인 얼린 달래가 다 떨어져 쪽파 등을 써 봤지만 역시 달래가 빠지니 영 성에 차지 않았다.

집에 오자마자 시간을 내서 집 뒤쪽 농로를 향했다.

아무리 겨울 같은 겨울이 없는 제주의 겨울이지만 달래가 귀한 시즌인데 엄마는 산책길에 봐둔 곳이 있다고 했다.



비와 폭설이 예정되어 있는 제주의 하늘이 심상치 않다.

사진은 없지만 전날 서귀포시로 장을 보러 가는 길엔 하루에도 기후가 네 번은 변한다는 한라산도 구름 위에 살짝 걸쳐 있었다.

오후에 비가 올 거라는 일기예보는 그새 오전 비소식을 알리고 있었다.

빨리 달래를 캐서 들어가야 할 것 같아 조바심이 났다.

역시 엄마의 기억의 장소엔 달래가 넝쿨 속에 보일 듯 안 보일 듯 제법 숨겨져 있었다.



넝쿨을 걷어 치우고 부랴부랴 캐 온 달래 양이 이렇게 많다.

하우스에서 농사를 지어 키운 달래는 깨끗하고 손이 별로 안 간다는데, 들에서 마구 자란 자연산 달래는 손이 정말 많이 간다.

세척 전에 나뭇가지와 잡풀을 분리해야 하고 다년산 달래 뿌리의 해묵은 껍질도 벗겨내야 한다.

정말 손 많이 가는 녀석 맞다.



한 번의 손질 후 1차 세척 작업이 시작됐다.

나름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과정이다.

1차 손질할 때 가지런히 정리하지 않으면 이 과정이 더 힘들어진다.



1차 세척을 마친 달래는 뿌리와 줄기를 한 번 더 다듬는다.

뿌리 부분은 특히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자연산 먹기 정말 힘들다.



줄기 하나하나 일일이 다듬어 이렇게 던져 놨는데 명절인 만큼 수다 떨며 작업하니 시간은 잘 가더라.

이렇게 많아 보이지만 가지고 올라가서 이 집 저 집 조금씩 나눠주고 나면 얼마 남지 않을 거다.

냉동실에 얼려 두고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잘라 쓰면 된다.

그래봐야 몇 달이나 쓰려나?

4월 경 시간 내서 다시 제주 내려와 고사리며 달래며 톳이며 보말이며 일 년 먹을 것들을 준비해야 한다.

달래향이 참 좋다.

겨울에 봄을 느낄 수 있는 제주, 내일부턴 폭설이란다. ㅎ

눈 구경이나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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