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로 고립된 제주에서 육지로
이른 저녁식사를 하고 역시 이른 소주 한잔 하려고 작정하고 바닥에 앉았는데 문자메시지가 하나 들어왔다.
그런데 뜨악!
이게 어찌 된 일인가?
갤럭시 폴드 화면이 이상하다!
액정이 깨진 모양이다.
얌전히 잘 뒀고, 평소처럼 부드럽게 폴더를 열었는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다행히 전면 패널이라도 있어 문자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혹시나 했던 상황이 벌어진 거다.
예정되었던 24일 비행기가 전면 운항 취소된 거다.
비행기 재예약을 해야 하지만 상담 시간이 늦어 아침 일찍 전화를 걸어보기로 하고 마시던 소주를 흡입해 주셨다.
상담 가능 시간이라던 오전 7시가 되자마자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 연결은 되지 않았다.
9시 정도 되어서야 ARS는 연결이 됐는데 대기 시간만 해도 62분이라고 한다.
인터파크에 잔여 좌석을 검색했지만 28일 토요일부터 예약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대안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성산에서 공항까지 평소에도 1시간 이상 걸리는 상황이지만 방구석에 앉아 상담을 기다리느니 차라리 공항으로 가서 직접 처리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으로 집을 나섰다.
성산에서 공항까지 가는 길이 만만치 않았다.
폭설 소식으로 차량 소통이 많지는 않았지만 도로 위에 쌓인 눈이 부담스러웠다.
스키장 다닌다고 다닌 강원도 도로주행 스킬이 이십 년이 넘는 내게 이 정도 길은 별 것 아니지만 그래도 운전은 얌전히.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번갈아 밟으며 바닥상태를 점검했다.
살짝 밀리는 게 느껴져 엔진브레이크만 쓰기로 하고 다른 차량들이 나타나면 멀찍이 떨어져 달리거나 바닥상태가 좋으면 빨리 지나쳐 버렸다.
그래도 최대한 얌전히~
폭풍이라더니 눈이 너무 많이 날려 앞이 보이지 않는 구간도 더러 있었다.
평소엔 산록도로를 주도 타는 편인데 이런 상황엔 일주도로가 답이다.
무려 2시간 정도를 달려서야 공항에 도착했는데 어째 진입로부터 차량 소통이 만만치 않다.
설마 했던 상황이 벌어질 게 충분히 예측되고 있었다.
아시아나항공 대기줄을 보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차라리 혼자 오길 다행이었다.
인스타그램이라도 있으니 또 다행이었다.
항공사 직원은 24일 좌석도 불가능할 수 있다며 공포를 조성했다.
그들이야 당연한 팩트 전달이었겠지만 관광객들에겐 단어 하나하나가 두려웠을 거다.
나는 집이라도 있으니 다행이지만 관광객 입장에선 숙식을 추가로 해결해야 하니 지출도 문제가 될 것이었다.
여기까지 오는 데 2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내가 줄 설 때보다 대기줄이 더 길어져 있었다.
그들은 3시간 이상 대기해야 할 상황으로 보였다.
다행히 25일 오후 12시 55분 비행기로 예약을 하고 다시 성산으로 돌아가는 길.
날씨가 제법 풀린 듯했지만 제주시를 벗어나며 기상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무, 당근, 감자, 엄마표 반찬 등 택배 13개를 보내고 제주공항으로 나섰다.
이미 예고된 상황으로 평소보다 2시간은 더 앞당겨 출발해야만 했다.
제주시에 들어오니 제설 상황이 좋았지만 차들은 기어 다니고 있었다.
눈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니 부담스러웠을 거다.
시내 진입하고 공항까지 30분이 넘게 걸렸다.
중국인들 많이 들어올 때 이상으로 인파가 붐볐다.
공항은 마치 난민촌을 방불케 했다.
수속이 꽤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해 두 시간이나 일찍 출발했지만 의외로 수속은 짧았다.
공항 직원들이 만반의 대처를 한 덕 아닌가 싶다.
수속을 마치고 2층에서 사진을 찍고 자리를 잡았다.
의자 같은 게 여유가 있을 리가 없었다.
올 때도 그랬는데 갈 때도 30분이 지연됐고, 탑승 시간도 평소보다 10분 이상 더 걸렸다.
어쨌건 이 상황에 제주도를 탈출해 나올 수 있었다는 것만 해도 행운이라고 생각하며 2023년 액땜을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했다.
파이팅! 2023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