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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Mar 09. 2023

30년 맛집, 73탄-41년 된 부산기사식당 대구탕

1인 1화구, 직접 양념해서 먹기에 맛이 있다 없다 얘기를 못 한다는~

김해에 일이 있어 갔다가 영도에 들러야 할 일이 있어 동대신동을 거쳐가야 했다.

마침 저녁식사 시간도 다 된 참인데 또 마침 근처에 괴이하게 맛있는 단골집이 있다며 나를 데리고 간 설 모씨!

평소 입이 쉬면 병이 난 걸까 싶은 그는 가보면 안다며 설명도 길게 하지 않는다.



부산 사람인 그는 마침 대학도 근처였고 신혼집도 근처여서 젊을 때부터 자주 드나들었다는 곳이라 했고, 부모님을 모시고 간 적도 있었는데 그분들 역시 맛있다고 하셨다고 했단다.

그도 그럴 것이, 직접 간을 보며 양념을 조미하는데 맛이 없을 수가 없지 않나?

동대신동에 있는 맛나기사식당은 그런 곳이다.

게다가 식당에 들어서고 보니 웬걸?

4인석인데 화구가 네 개나 있다.

1인 1화구인 셈이다.

역시 직접 간을 봐야 하는 게 맞는 것이었다.

설명이 길게 필요 없는 것이... 맛나기사식당에서 맛이 있네~ 없네~ 따질 이유가 없다는 거다. ㅎㅎ



일단 마늘과 고추양념장(다대기)이 푸짐하다.

이거야말로 취향대로 맞춰 넣으면 되고 눈치 볼 것 없다.



아주머니는 화구에 사용감이 있는 오래된 양은냄비를 화구 위에 올려 주었다.

뚜껑을 열고 보니 멀건 육수에 대구와 두부, 야채 등이 가득하다.

** 육수는 그냥 물이라고 한다. ㅋㅋ



셀프서비스로 이렇게 반찬을 퍼서 가져오면 된다.



그리고 맛나기사식당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거다.

무한리필로 먹을 수 있는 어묵과 라면.

그리고 초고추장, 후추, 소금, 식초가 준비되어 있으니 직접 양념해서 먹으라는 그 이상의 표현이 필요 없다.



가격은 9,000원이다.

공깃밥은 원래 무한리필이었다고 하는데 이젠 1,000원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예전엔 두부 역시 무한리필이었는데 지금은 냄비 안에 들어간 게 전부다.

두부값이 많이 오른 모양이다.



불 조절을 하면서 팔팔 끓인다.

대구 양이 적지는 않다.



설 모씨는 냄비에 초장도 담뿍 넣던데 맛을 보니 요상한 맛이다.

그게 정석이라고 하지만 아무튼 내 입맛엔 맞지 않아 내 방식대로 먹는다.

그리고 맛나기사식당의 핵심은 바로 이거란다.

어묵과 미역을 삶아 초장에 찍어 먹는 것!

그것만 먹어도 충분히 배가 부른데 막판엔 라면도 삶아 먹는다.

아무튼 괴이한 식당인 건 맞는 듯하다.



난 이런 방송 프로그램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식사 후 우린 연남동 기사식당이 얼마나 변질되었는지를 두고 경험담을 쏟아냈다.

식당 역시 세월을 겪으며 변천사를 품게 되는 게 당연한 거라 그걸 두고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추억을 더듬어 찾아간 곳이 본디의 추억을 거스르게 된다면 맛집으로서의 평판은 무너지기 시작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이 추억이듯 맛집 역시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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