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다! 내가 알기로는 그들에겐 타임머신이 없단다. 그들의 과학으로도 타임머신을 만들 수 없다면 시간여행이라는 것은 그저 아인슈타인의 이론뿐일 수도 있다. 대신 그들에게는 기억 여행을 할 수 있는 장치가 있긴 하더구나. 그들은 그것으로 사회적인 안정을 가져왔다고 들었다. 오해나 편견으로 인한 다툼을 많이 해소시킬 수 있었다지. 지구인 중에서도 그걸 사용해 본 사람이 두 명 있었다. 아마 너희 나이 정도 되었을 거야. 그건 언젠가 너희에게도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도록 하지.”
“바바바바 박사니~임. 저~저저 저는 외계인이 너무 연상하게 새새 생각인 것 같아요. 왜. 파파파~팔도 그렇고 다리도 그렇게 새새 생긴 건지 궁금해요.”
오랜만에 진택이가 입을 열었다.
“진택아. 잘 들어봐. 그건 선입견이라고 하는 거야. 우리의 눈에는 외계인들이 이상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외계인들이 우리를 이상하게 생겼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좀 더 쉽게 표현해볼까? 우리는 그들을 이상한 시각으로 보지만 그들은 우리를 절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냥 다르게 볼 뿐이야. 다르게 생겼다는 건 그냥 좀 다른 것뿐이야. 나도 너희만 할 땐 친구들 중에 얼굴이 까맣다거나, 뚱뚱하거나, 마르거나, 점이 있거나, 눈이 크거나 한 친구들에게 거의 놀리다시피 하는 별명을 붙이고 놀려대고는 했어. 그저 일반적인 외모가 아니라는 이유였어. 어릴 때는 몰랐었어. 그런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 친구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었는지 말이야. 만약 외계인들 입장에서 우리 지구인을 이상하고, 더럽고, 흉측하게 생겼고, 미개하다고 판단해서 동물 취급을 하거나 해서 지구인들을 모두 죽이려 한다면 어떨까? 그저 지구인을 지구라는 행성의 자연생태계를 파괴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미개한 동물이라고 판단해서 모두 없애려 한다면 어떨까? 잘 생각해봐라. 외계인의 시각에서는 지구인은 조금 이상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들은 이상하게 보지 않아. 그저 다르게 볼 뿐이야. 너희도 외계인을 지금까지 이상하게 생각해봤을 거야. 지금부터는 어떻게 생각해야겠니?”
우박사는 독수리들을 보며 답을 기다렸다.
“저희도 이제는 다르게 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걸 이제 알 것 같아요. 그건 좁은 시각이었다고 생각해요.”
동구가 말했다. 의진이는 우박사와 동구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의진이가 뭔가 생각하는 게 있는가 보구나. 의진이 네 생각을 말해보겠니?”
우박사의 시선에 의진이는 눈에 총기가 흘렀다.
“사실 저는 학교에서 왕따 취급을 받고 있어요. 물론 여기 있는 친구들은 저를 이상하게 보지 않지만 학교에서는 친구들 모두 저를 칫솔이나 수세미라고 놀렸어요. 저희 엄마는 베트남 사람인데 저는 베트남 사람 같지도 한국사람 같지도 않아요. 머리는 아프리카 사람들처럼 심한 곱슬머리고요. 그런데 동생 성진이는 완전히 한국사람 같아요. 저는 스스로 제가 이상하게 생겼다고 생각해왔어요. 이상하게…… 성진이하고 저는 친남매인데도 다르게 생겼으니까요. 이해는 해요. 친구들이 놀려대는 것도 왕따 놓는 것도 이제는 참고 버틸 만해요. 그런데 박사님 말씀을 듣고 보면 저는 그저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다르게 생긴 것뿐이지 이상한 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단지, 친구들도 저를 그렇게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의진이의 얼굴은 뭔가를 깨우쳤다는 표정을 보였다.
“그래! 의진이가 정말 중요한 것을 알게 되었구나. 의진이 말처럼 친구들도 의진이를 그저 조금 다르게 생긴 것뿐이라고 생각해주면 좋을 텐데. 자! 그럼 내가 조금 더 이야기를 해주마. 나는 미국에서 공부를 했어. 공부할 때 친구들은 흑인도 있고, 백인도 있고, 우리 같은 황색 유색인종도 있단다. 요즘에도 물감이나 크레파스, 색연필에 살색이라는 걸 쓰는지 모르겠다. 그 살색은 우리 한국사람 같은 인종의 피부색이었어. 이제 잘 생각해보려무나. 너희들이 살색이라고 생각하는 건 누구의 기준일까? 만약, 흑인들이 검은색을 살색이라고 한다면? 이런 걸 뭐라고 해야겠니? 서로 자기 색이 살색이라고 주장한다면 말이야. 다시 돌아가서 말하자면, 내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 친구들은 다양한 국적과 다양한 피부색, 다양한 생김새를 하고 있었어. 그런데 모두들 서로가 다르게 생겼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더 나쁘거나 좋게 생각하지 않았어. 그냥 친구였으니까! 너희들 혹시 글로벌이라는 말을 들어봤는지 모르겠다. 글로벌은 전 지구인을 말하는 거야. 세계화라고 해야 할까? 이제 우리 독수리 오남매는 글로벌이 이 아닌 전 우주적인 생각을 해야 돼. 너희들은 선택받은 인간들이니까 말이야. 자~ 이제 내가 하는 질문에 답해봐라. 의진이가 이상하게 생겼니?”
“아니요!”
우박사의 질문에 독수리들은 합창하듯 답했다.
“그럼 초록바위행성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겼니?”
“아니요!”
역시 우렁찬 대답이 울려 터졌다.
“너희는 한국인이면서 지구인이고 게다가 우주인이지?”
“네!”
“오늘부터 너희들은 우주인이다. 알겠지? 오늘부터 지구의 평화보다 우주의 평화를 지키는 독수리 오남매가 되자.”
우박사의 말에 독수리 오남매는 결의에 찬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주먹을 꼭 쥐었다.”
이제 독수리 오남매의 여름방학 기간 동안의 모험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진택이와 석천이는 외계인을 직접 만나보기라도 했지만 동구와 의진, 성진이는 그저 상상만으로 만족을 해야 해서 아쉽기만 했다. 오늘은 우박사에게 외계인을 만날 수 있게 해 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었다. 물론 그 부탁을 들어줄지 확신은 없었다. 우박사는 저녁 7시까지 예천천문우주센터로 들어오라고 했다. 이번에는 어떤 신기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 독수리들은 호기심이 가득 차 활기차고 생기가 넘쳐흘렀다. 자부심도 생기고 자기들만이 아는 비밀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이 내심 뿌듯하기 그지없었다. 천문대 안에는 우박사가 미리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독수리들은 마을에서 모여 함께 출발했다. 예천천문우주센터에는 이미 방문객도 모두 돌아가고 직원들 역시 퇴근하고 없었다.
“어서들 와라. 이 녀석들 하룻밤 사이에 더 똑똑해진 것 같은데?”
우박사의 말은 절대로 빈말이 아니었다. 독수리들의 눈빛은 강렬했고 학구열에 불타오르는 호기심 어린 표정은 얼굴에서 광이 나는 듯했다.
“박사님. 저는 밤새 우주여행을 했어요. 너무 재미있었어요. 매일매일 박사님 만나는 날이 기대돼요.”
석천이는 입에 침을 튀기며 말했다. 독수리들 역시 석천이와 같은 생각인지라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희들 마음 안다. 나도 그랬으니까. 오늘은 너희들 개학 축하 기념으로 선물을 준비했다. 뭘까?”
“외계인을 만나게 해 주실 건가요?”
동구가 말했다.
“동구가 맞췄구나. 정답이다. 할아버지가 오면 함께 지하기지로 내려갈 거야. 외계인~ 음. 초록바위행성에서 오신 박사님을 만나게 될 거야. 뭐. 딱히 할 말도 없을 거다만 너희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으시다는구나. 너희들은 행운아들이야. 녀석들~ 복도 많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아직 대낮처럼 밝은 시간이라 독수리들은 비밀스러운 창고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계단을 내려서는데 제법 멀리까지 빛이 들어 밤에 보던 느낌과는 새삼스럽게 다른 곳 같았다. 긴장감 없이 내려선 지하계단은 그다지 멀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자연스럽게 벽면을 통과했다. 우와~ 성진이가 감탄의 탄성을 질렀다. 진택이와 석천이가 처음 느꼈던 대로 벽에 사람이 박혀 들어가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장면을 보았으니 충분히 놀랄 만했다. 동구와 의진은 서로를 마주 보며 입을 떡~ 하고 벌리고 말았다. 그 충격적인 모습은 동구와 의진이에게도 충격적인 모습인 건 당연한 일이었다. 진택이, 석천이 다음으로 성진이가 들어갔고 의진이와 동구는 우박사의 손짓을 따라 벽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벽을 통과한 독수리들의 눈 앞에는 상상 속에서만 보던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말로만 듣던 거대한 우주선과 수십 명에 달하는 외계인들이 부산하게 뭔가를 하고 있었다. 독수리 오남매 앞에는 초록바위행성인 한 명이 문어처럼 뼈가 없는 것 같은 팔을 내밀었다. 팔 끝에는 지구인처럼 기다란 손가락이 달려있었다. 손톱 같은 것이 없는 회색의 손가락은 말미잘 촉수처럼 흐느적거렸다. 손가락은 8개나 되었다.
“박사님이 악수를 하자고 하신다. 지구인의 관습을 잘 알고 계시지.”
할아버지가 말했다. 독수리들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누가 제일 먼저 악수를 할 것인지 망설이고 있었다. 동구가 제일 먼저 손을 내밀었다. 역시 독수리 1호 다운 용기였다.
“저는 장동구라고 합니다. 박사님. 이렇게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동구는 씩씩하게 또박또박 말했다. 외계인 박사는 동구의 손을 여덟 개의 손가락으로 감싸 쥐었다. 매우 부드럽고 뜨겁다고 느껴질 정도로 따듯했다.
“나는 지구인 말로 우주물리학 세 번째 박사. 번개처럼 빠른 머리라고 한다. 이렇게 만나게 돼서 반갑다 라고 하셨다.”
외계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할아버지가 말했다. 우박사의 말대로 할아버지는 외계인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사람이었다.
“우박사님. 저 박사님 이름이 번개처럼빠른머리 인가요? 좀 웃겨요!”
성진이가 뒤에서 우박사에게 소곤댔다.
“꾸루루루~”
처음으로 외계인에게서 소리가 났다.
“번개처럼빠른머리 박사님이 웃고 있다. 하하하하 지구인의 이름도 웃기긴 마찬가지라고 하시네. 장동구는 초록바위행성 말로는 큰 엉덩이라고 하거든. 너 이름이 더 웃긴다고.”
독수리는 물론 우박사도 배꼽이 빠지라는 듯 웃었다.
“큰 엉덩이! 크하하하~ 어떻게 보면 빵꾸똥꾸하고 비슷하네요~”
의진이가 허리를 뒤로 휘며 웃었다. 독수리들은 벌써부터 외계인 박사와 유대감 형성이 된 것 같았다. 웃음이란 우주인도 쉽게 친해지도록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번개처럼빠른머리 박사님이 너희들에게 기억 여행을 할 수 있게 해 주신다는구나. 타임머신이라는 건 초록바위행성에도 없다고 하신다. 만약, 그런 게 있다면 우주의 세계는 모든 게 깨져버릴 거라고. 그런 건 그저 공상이라고 하신다. 대신에 기억 여행 장치는 인간이 가진 뇌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장치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인간의 뇌는 항상 망각을 하며 기억 자체도 시간이 지나면 잊히거나 잘못 기억하게 되고 때론 기억의 존재조차 잊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여럿이 같은 것을 보거나 같은 상황에 처한다고 해도 서로의 기준이나 관심사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기억을 가지고 된다. 가끔은 그런 것 때문에 싸움이 나기도 해. 그게 우주는 물론이고 너희들이 살고 있는 지구의 전쟁을 만들기도 했다. 물론 정치적인 이유로 조작된 전쟁도 있지만, 사소한 다툼조차 이런 단편적이거나 전체적인 기억의 차이로 인해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초록바위행성도 아주 먼 옛날, 지구인 정도 수준의 지능과 과학 그리고 사회구조일 때는 전쟁과 다툼, 범죄가 많았지만 기억 여행 장치의 발명으로 인해 그런 것들이 거의 없어졌다고 했다. 곧 너희들이 경험하게 될 기억 여행 장치는 지구 나이로 수만 년이 지나면서 업그레이드된 것인데 초기 모델은 한 사람의 기억만 재생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몇 명이든 상관없이 한 사람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서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구나. 오늘은 누구 기억을 먼저 여행해볼까? 먼저 신청하는 사람의 기억을 한번 들여다보자. 기억의 중심이 되는 사람은 장치에 접속하고 원하는 기억에 모든 정신을 집중하면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현실과 같을 거야. 그렇지만 그 기억은 현실이 아니다. 그냥 기억 속의 세상일 뿐이고 현실에 전혀 반영되지 않아. 물론 걱정 같은 건 하지 않아도 돼. 너희들이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이 있었다면 이번에 한번 과거로 여행을 떠나보자. 아! 그리고 원래 기억 속에 없던 사람이 기억 속에 들어갈 경우엔 두 가지 경우가 생긴다. 구경만 할 수도 있고 참여도 할 수 있어. 하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절대 기억에 관여하지 말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기억을 가지고 있던 사람의 원래 기억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야. 물론, 기억자의 기억 속에 등장하지 않는 사람은 참여가 불가능하다. 자~ 신청자 받습니다.”
우박사는 설명을 끝내고 신청자를 기다리는 듯, 팔짱을 끼고 독수리들을 번갈아 보았다.
“제~ 제제제 제가 먼저 할게요.”
진택이가 먼저 나섰다.
“진택이가 용기 있구나! 진택이는 어떤 기억을 다시 보고 싶은 건지 물어봐도 될까? 어차피 모두 보게 되겠지만 네가 어떤 것 때문에 기억을 떠올리고 싶은 것인지 알고 시작하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우박사는 진택이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저는요. 아아아 아빠가 왜 그랬는지 알고 싶어요. 제제 제 제가 마마 말을 더듬게 된 것도요.”
“그랬구나. 그럼 우리 번개처럼빠른머리 박사님께 기억 여행을 부탁드려보자.”
번개처럼빠른머리 박사가 안내한 곳은 지하의 다른 독립된 공간이었다. 외계인도 지구인처럼 방이라는 개념이 있는 것 같았다.
“우박사님. 저 의자는……”
동구가 손가락으로 방의 중앙 쪽을 가리켰다.
“아~ 하하하 저 의자는 할아버지가 가져다 놓으신 거야.”
“아아~ 그런 거군요. 어쩐지 저 의자는 외계인스럽지 않더라고요. 크크크크~”
석천이가 웃기 시작하자 독수리들 모두 따라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독수리들 모두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자자~ 다들 자리에 앉아봐. 이제 번개처럼빠른머리 박사님이 알려주시는 대로 해보자.”
“박사님. 그런데 번개처럼빠른머리 박사님 이름이 너무 길지 않나요? 좀 간단하게 줄이면 좋지 않을까요? 번개박사님이라던가. 번개머리박사님이라던가. 이렇게요.”
석천이의 제안이었다.
“그렇긴 한데. 그건 불려지는 사람의 기분이 상하면 안 되는 거니까 박사님께 한번 여쭤보자.”
“번개처럼빠른머리 박사님이 번개라고 부르라고 합니다. 그게 박사님 별명이라고 하네요.”
할아버지가 말했다.
“네. 번개박사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석천이가 대답했다. 테이블 위에는 어른 주먹만 한 이상한 돌 같은 물건 여섯 개가 놓여있었다. 거무튀튀하면서도 가끔씩 형용할 수 없는 빛이 나는 게 신기했다.
“자! 다들 앉아서 하나씩 손에 잡고 요렇게~ 잡으면 돼!”
할아버지는 하나를 집어 성진이의 손에 올리고 손가락 하나하나를 쥐어주었다. 그러자 성진이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우와~ 이거 아무것도 들지 않은 것처럼 가벼워요. 그리고 손난로처럼 따뜻해요.”
“그래! 맞아. 그건 우리 지구에는 없는 금속이란다. 초록바위행성은 중력이 지구와는 달라. 지구보다 중력이 커서 지구인이 초록바위행성에 가게 되면 힘들어서 제대로 걷기도 힘들 거야. 마찬가지로 그 금속은 지구에서는 그 정도로 가볍지만 그들의 행성에서는 세배 정도 무겁다고 한다. 다시 설명하면 초록바위행성은 지구 중력의 세배라고 보면 되는 거지. 번개박사님이 그러시는데, 지구에서는 몸이 너무 가뿐해서 좋대. 그런데 몸의 기관들은 비정상적으로 활동한다고 하시는구나. 우주선 수리하러 와서 한동안은 몸살이 걸리고 혼이 났대. 멀미하는 것처럼 말이야. 아무튼 이제 다들 자리에 앉아라!”
그리고 우박사는 진택이에게 다른 것들과는 조금 다르게 생긴 기계를 손에 쥐어주었다.
“이게 작동되면 너희 몸은 그냥 멈춰있게 돼. 그리고 이번 여행이 끝나면 내가 더 재미있는 걸 알려줄게. 지금 시간이 8시 25분이다. 다들 기계를 손에 쥐고 있어. 이제 진택이 손에 있는 기계가 작동하면 너희들은 진택이 기억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우박사의 말이 끝나자 번개박사가 세 다리를 움직이며 진택이 옆으로 다가왔다. 번개박사는 문어다리 같은 기다란 팔을 들어 진택이 손에 들린 기계에 손가락 두 개를 눌렀다. 진택이 손에 들린 기계에서 파란빛이 새어 나온 후 다른 독수리들 손에 들린 기계에서는 몇 가지 색이 마구 꼬인 듯한 빛이 터져 나오듯 쏘아져 진택이 기계와 서로 연결됐다. 빛으로 연결된 것 같은 모습이었다. 독수리들의 모습은 얼어붙은 듯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았다. 그 모습을 확인한 후 우박사 역시 남은 기계를 손에 쥐었고 우박사의 기계에서도 빛으로 연결되었다. 우박사의 모습도 굳어졌다. 번개박사는 이들의 모습을 확인한 뒤 진택이의 손에 들린 기계를 다시 조작했다. 각자 연결되었던 빛의 고리들이 물이 흐르는 것처럼 순환하기 시작했다.